연애편지는 왜 문학이 아닌가

조회 수 7723 추천 수 3 2014.12.07 14:39:48

_93A5269.jpg

 

                                                                                             이광수(왼쪽)와 김말봉

                                                                                               

[한국 근대문학의 서간문·기행문·대중소설 재조명]

서간문 변천 '한국 근대 서간문화사

'이광수 기행문 '춘원을 따라 걷다'

30년대 인기작가 '김말봉 전집' 출간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지금껏 소외된 서간문과 기행문, 대중소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910~40년대 서간문 변천사를 연구한 '한국 근대 서간문화사'(김성수 지음·성균관대 출판부)와 춘원 이광수의 1917년 기행문을 다룬 '춘원을 따라 걷다'(김재관 지음·이숲)가 나란히 나왔다. 1930년대 후반 최고 인기 작가 김말봉의 문학을 되살린 '김말봉 전집(진선영 엮음·소명출판) 1차분도 출간됐다.

  "우리 사회에도 '사랑'이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더욱이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는 사람이, 적지 아니한 듯하외다. 이때를 당하여, 진정한 의미의, 연애서간집을 발행하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 노자영이 '오은서'란 필명으로 1929년에 낸 '사랑의 불꽃' 서문이다. 1920년대 연애편지를 모은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 '아! 영순씨! 나는 사면으로 돌아다니며 꽃과 풀 속을 다 더듬었습니다. 그리하고 나무와 잔디밭을 모두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라는 식의 편지가 대부분이다.

  김성수 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가 낸 '한국 근대 서간문화사 연구'는 "1920년대엔 '사랑의 불꽃'이 잘 팔리자 '청춘의 꽃동산' '청춘의 비밀편지' '첫 가을의 편지' 같은 연애편지 교본이 크게 유행했다"고 전했다. 미문(美文)을 내세운 연애편지체가 대중의 글쓰기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30년대엔 '삼천리' 등 잡지가 유명 문인들에게 청탁한 서간문을 연재해 잇달아 책으로 냈다. 카프 문인들의 편지를 모은 '조선문인서간집'은 "이는 한갓 서간문이 아니요, 시요 소설이요 평론이기도 하다"고 내세웠다. 소설가 방인근도 1942년 '춘해서간문집'을 내며 "편지는 훌륭한 문학"이라고 했다.

  젊은 국문학자 김재관의 '춘원을 따라 걷다'는 춘원이 1917년 6~9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한 기행문의 현장을 다시 밟았다. 춘원은 기차를 타고 충남·전남북·경남북에 들러 곳곳을 걸어 다니며 풍물과 풍속의 변화상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지금껏 학계에선 춘원의 기행문이 총독부의 정책 선전에 동원된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김재관은 "춘원이 이등 신민(二等臣民)으로 전락한 조선인의 아픔을 검열 때문에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며 재평가했다. 춘원은 일제의 근대화를 '문명화의 소리'라고 인정했지만, 백제의 옛 도읍지에선 "두견새 울음소리가 나그네의 애를 끊는다"고 망국의 비애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백제 문화를 예찬하며 "아이고 나는 사비성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못 견디겠다"고도 했다.

  소설가 김말봉(1901~1961)은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 '찔레꽃'을 비롯해 30편이 넘는 대중소설을 내놓아 1950년대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김말봉은 순수문학에 집착하는 문단을 향해 "순수 귀신을 버리라"고 일갈한 대중 작가였다. 김말봉의 장편 중 '밀림'과 '찔레꽃'이 '김말봉 전집' 1차분으로 다시 나왔다. 김말봉 소설은 식민지 조선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득세한 1930년대 풍속을 생생하게 반영했다. 국문학자 진선영은 "소설 '찔레꽃'은 선과 악의 대립을 돈과 사랑의 이분법으로 그렸다"고 했다. 김말봉 소설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위트 있는 대사, 깊은 주제 의식' 덕분에 오늘날 읽기에도 어색함이 없다. 전집은 해마다 세 권씩 나올 예정이다.

 


오애숙

2014.12.09 15:12:14
*.62.28.10

연애편지로 시작해서 인생의 사랑과 삶에의 고뇌를 생각하게 합니다.

연애편지는 바로 문학입니다. 아름답고 꿈이 담긴 문학의 시작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4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26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3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41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08 5
1995 황당한 문화부의 문학 우수도서 선정기준 [1] 제봉주 2015-01-27 7260 3
1994 도둑이 훔친 지갑을 반성문과 함께 돌려준 이유 이금자 2015-01-28 8789 2
1993 보스톤에는 엄청 눈이 내려요! file [6] 이금자 2015-01-28 8568 1
1992 색깔 있는 포토그래퍼, 하시시 박 [2] 이훤 2015-01-28 6349 1
1991 겨울 나무 휘고 굽어졌구나, 우리네 삶처럼 file [3] 김평화 2015-01-29 9501 1
1990 2015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 강정실 2015-01-30 6225 1
1989 한국 문단 단편 101편 모음집/소설가 황석영 발간 강정실 2015-01-30 6946 1
1988 르 코르뷔지에(1887~1965)..시처럼 아름다운 건축을 열망했던 도시계획가 제봉주 2015-02-01 20241 1
1987 90년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 [1] 지상문 2015-02-02 10098 1
1986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7월에 두번째 소설 출간 file 오애숙 2015-02-04 8335 2
1985 지구에 다른 태양과 달이 뜨면 신성철 2015-02-05 13223 2
1984 대저택을 마다하고 평생 방랑하며 산 '톨스토이'의 삶 file 제봉주 2015-02-06 13828 2
1983 "직지보다 앞선 '증도가자'"…세계 최고 금속활자 정순옥 2015-02-08 11676 1
1982 뇌졸증 막는 법 정덕수 2015-02-09 7574 3
1981 유럽인 정착 이후 호주 동물 생물 생태계 변화 file 지상문 2015-02-10 12639 2
1980 눈 한 자락 [2] 이주혁 2015-02-10 7101 2
1979 흑인 노예를 정당화하려했던 백인들의 주장 file 김평화 2015-02-11 32520 2
1978 국내서 41년 만에 발견된 멸종위기종 file [1] 엄경춘 2015-02-12 13978 3
1977 개미의 고독사는 외로움과 비극 file [1] 강정실 2015-02-12 8392 1
1976 언어는 일찍 가르쳐야 한다 file [1] 제봉주 2015-02-13 1022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