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수피리어 호숫가의 오페라 공연

조회 수 123 추천 수 0 2020.05.12 13:15:21

지난 주일 계획에 없던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었다
우리 교회에 피아노 반주를 하는 대학원생 슬기가 들루스 시에서 주취하는 이번 오페라에 피아노를 연주 하는데
마침 공연을 시작하는 시간이 예배를 마치고 식사하는 시간과 같게 되었지만
교회를 빠지지 않고 나와서 반주를 하고는 예배 후에 급히 가야하는데

차편이 여의치 않아 내가 데려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공연이라 마음도 분주할텐데 교회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이 너무 고맙고
함께 가기로 한 미국인 학생이 가족과 함께 가야한다며 시간을 맞출수 없다하니

누구라도 데려다 주어야 할 상황이었다-미국은 차가 없으면 영 활동 하기가 힘들다
미리 광고를 들어 공연 소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 많은 곳에 가기 싫어하는 데다가
일부러 시간 내어 그 곳까지 가기가 별로 내키지 않아서 미루던 것이 공연 마지막날 가게 된 것이다
슬기 덕에 출연진과 관계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 바로 앞까지 자동차로 가게되었고

시작하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미국 북부 오대호의 가장 큰 호수인 수피리어 호숫가의 Bayfront Festival 공원에 야외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자그마한 공연장은 조명과 소품 등 갖출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 마련된 연주자들의 자리 한 가운데에 피아노 대신 키보드가 자리잡고 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 남편되는 Joe교수님도 보여 인사를 나누었다
오페라의 제목은 The Pirates of Penzance-팬젠스의 해적-
약간은 코믹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오페라이다


그 내용을 요약해본다
스물한 살이 되는 날, 주인공 프레드릭은 견습 해적으로서의 계약의 의무를 마치게 된다
그리고는 해적으로 살 의사가 없다고 밝혀 나머지 해적들을 놀라게 하는데,

그건 그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레드릭이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 그의 아버지는 보모인 루스에게

아들을 배의 키잡이(파일럿)한테 도제로 보내라고 지시했으나 그 말을 잘못 알아들은 루스가

어린 프레드릭을 해적(파이어럿)의 도제로 보냈던 것이었다는 사실.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프레드릭은 이제 정직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해적선을 떠난다.
문명사회로 돌아가는 길에 프레드릭은 스탠리 장군의 아름다운 딸들을 만나게 되고

그중에서도 메이블이라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장군의 딸들을 뺏어와 아내로 맞아들이려는 해적들의 침입으로 둘의 사랑은 방해를 받는다.
꾀 많은 스탠리 장군은 해적들에게 자신이 고아라고 속여 동정을 자아낸 후, 딸들과 함께 풀려난다.
한편, 해적왕은 프레드릭의 생일이 윤년인 해의 2월 29일인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아직 다섯 살에 불과하니 21살이 될 때까지 계속 해적의 도제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의무를 소중히 여기는 프레드릭은 하는 수 없이 해적들을 따라가기로 하는데 그때 경찰들이 공격해온다.
사나운 해적들은 경찰을 물리치지만 빅토리아 여왕을 들먹이는 경사의 말에 항복하고 만다.

그리고 모두 포로로 잡히려는 순간, 프레드릭의 보모였던 루스가 놀라운 진실을 폭로한다.
해적들이 나쁜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모두 귀족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에 관대한 스탠리 장군은 딸들을 해적들과 결혼하도록 승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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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들루스는 너무나 춥고 긴 겨울 때문에 여름이 되면 최대한 여름을 만끽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오월 말 Memorial Day 연휴를 시작으로 거의 매 주말마다 각종행사를 진행하며

구월초 Labor Day를 끝으로 여름을 접고 학교가 시작되곤 한다
지금은 "Tall Ships!  Duluth 2010" 행사 기간으로 이곳에 8개의 큰 배가 들어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우리도 잘 알고있는 케러비안 해적선인데 구경하고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구경 잘 했다"고하니 안 가 본 사람은 섭섭하다고 해야 갈까??
배에 올라 호화 여객선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도 하고 또 수필리어 호수를 돌기도 하고 해적 체험도 해 보고

 높디높은 삼층 돛대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인디안 스타일의 카누를 만들어 보기도하고,,,
이미 네 개의 도시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이곳에 온 배들은 이번 주를 마무리로

시카고를 향해 떠나 8월 24일부터 한주간 전시하고 올 해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고 한다


북미 대륙의 한 복판에 자리잡은 들루스시가 오래 전에는 대서양에서 커다란 무역선들이 드나들던

유명한 항구도시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아마도 그 때문에 이 행사를 만들고 또 이 오페라를 선정해 공연하는 것 같다
출연진은 대부분이 이곳 들루스의 무용학교와 음악학교 학생들, 교수들이다
오후 여섯시에 시작한 공연은 따가운 햇살 아래 시작 되었고

-이곳은 북반구 윗쪽이라 여름에는 저녁 아홉시에도 아직 환하다-
주최측이 준비한 의자들 말고도 잔디밭 여기저기 이불깔고 누워서 구경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접는 의자들을 들고와서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고있는 사람들,,,
갑자기 바람이 심해지더니 빗방울이 뿌리는데 주섬주섬 비옷을 꺼내 입으며

자리를 지키는 예절 바른 미국인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었다 (잠시 뒤 비는 바로 그쳤다)


공연 중간에 급한 전화가 와서 소리 죽여 전화를 받는데, 저만큼 나가서 전화 받으라며

눈치주는 아주머니꼐 정말 미안하다,,,그사람 눈에는 예의 없는 한국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대도시에 살면 자연스레 누릴수있는 문화 혜택을 작은 시골 동네에 살면서 늘 아쉬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정말 좋은 구경을 *슬기 덕에 무료로*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를 한다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데 난 사진보다 교통난에 시달리기 싫어 슬그머니 자리를 떳다
코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앉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미국인들과

얌체짓 하는 나를 비교해 보며 양심의 바른 소리를 귀 따갑게 듣는다

[2010년 여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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