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호박꽃

조회 수 154 추천 수 1 2020.05.23 12:33:02

 

                                      호박꽃

 

 

 

오래 전, 지금은 애엄마가 된 막내 딸아이가 손녀만 했을적에 

아이를 데리고 한국 친정에 다니러 간 적이있다.
비행기 타고 14시간, 김포공항에서 전주행 버스로 4시간여
전주에서 고창까지는 직행버스, 그리고 시내버스까지 갈아가고 2시간 반,
여기저기서 기다린 시간까지하면 만 하루가 더 지난 후에야 고향 집에 도착 할 수가 있었다.
반가이 맞으시는 부모님께 오랫만에 절하려는 나에게는 됐다고 그만두라고 하시면서

어린 손녀딸의 절만은 흐뭇하게 웃으시며 받아주셨다.


시차 때문에 먼동이 터올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자더라도 밥은 먹고 자야 한다고 어머니는 성화를 하셨지만,

눈도 떠지지가 않는데 밥맛이 있을리가 없다. 
 오전 시간, 아직도 비몽사몽을 헤메는 나에게 딸아이는 답답한지 자꾸 나가자고 조른다.
점심도 한참 지난 시간에 딸아이 손을 잡고 동네 마실을 나섰다.
모정 옆에 서 있는 애향비를 딸아이에게 읽어주며 할아버지 지으신 글임을 거듭 강조했다.
논길 밭길 지나서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묘에 성묘하고,

두루 돌아 내가 전에 다니던 교회와 초등학교를 둘러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시는 할머니와 큰할머니를 보고 반기는 딸아이,

저도 한다고 고추밭에 들어서는데 매웁다고 어머니는 한사코 우리를 쫓으신다.
집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새삼 발견한듯 딸아이가 놀래며 하는말,

"엄마, 진짜 이쁜 꽃이다. 나 한 개만 가져도 돼?"
담장 가득 호박잎 사이로 몇개 보이는 노란 호박꽃,
오후 햇살을 가득 받아 내 눈에도 정말 예쁘게 피어 있었다.


화초를 좋아하시는 두분께서 마당 가득히 키우는 꽃과 나무들이 있었고

두시간여 동네를 다니며 온갖 야생화를 보았겠거늘

내 아이는 담벼락에 핀 호박꽃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보다.

기어이 호박꽃 하나를 따서 귀 옆에 꽂고 좋아하던 딸아이가

이십여년이 지난 이제는 두 딸의 엄마가 되어 그 시절을 기억이나 하려는지 궁금하다

지금 울 밑에 무성한 호박잎 사이로 보이는 호박꽃들이 옛 추억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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