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해바라기 여행 1-해넘이/05년 12월

조회 수 327 추천 수 1 2020.06.20 19:16:05

작년부터 계획하던 해바라기 여행을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작년에 해넘이 여행을 꼭 가려고 했었는데 친정에 제사를 앞두고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시단 소식을듣고 놀러 갈 수가 없었다

때문에 해넘이를 보고 밤에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오후에 달려가서 생선도 찌고 전도 부치고 이것저것 아버지를 도와 제사 준비를 거들었었다

올해에는 음력 날짜로 벌써 제사도 지나 버렸고 또 지난 주에 눈길을 헤치고 집에 다녀왔던 터라

굳이 집에 가야할 일이 없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12월 31일 토요일 점심을 먹고나서 내일을 위하여 해맞이 등산준비까지 배낭에 다 갖춘후에

광천 터미널로 달려가 전남북을 통틀어 서해바다로 가장많이 나온 땅을 찾아 길을나섰다

직행버스로 달려서 영광까지 한시간, 그곳에서 지역버스를 타고 염산을 지나

종착지인 두우리까지 다시 한시간을 달려 바닷가를 코 앞에 둔 종점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곳은 백바위 해수욕장

버스 기사님이 가르쳐 준 대로 산고개를 휘돌아 걸어가다 보니

산정마을 이라는 표석이 서 있고 그 앞에 칠산정이라 현판까지 달고있는 멋드러진 정자 하나

지금은 겨울 바람에 상할까 푸른 휘장으로 사방을 다 막아 놓았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마을사람과 관광객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리라

조금 더 가다보니 새로 만든 무덤인듯 아직 풀이 자라지 않아 흙이 씻겨나갈까 염려로

검은 포장을 봉분과 주위에 넓게 덮어놓은 게 흰 비석과 대조되어 인상적이었다

 

한 굽이를 돌아가니 눈 아래로 펼쳐진 해수욕장과 방파제

과연 그 바위들은 하얀 백바위로써 서해안 특유의 갯뻘 위에 삐죽삐죽 그 멋을 자랑하고

그 한 귀퉁이에는 해안을 지키는 초소가 외로이 숨어 있었다

한 겨울에도 바다를 찾는 연인들은 추위도 맥을 못 추는가

세 쌍의 연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고 있었고

아직 하늘에 비스듬히 떠있는 햇님은 구름 사이로 숨바꼭질 중이다

제방 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즐거운 비명인가 구슬픈 노랫소리인가 ?

간간히 불어오는 겨울바다의 바람은 오히려 부드러워 옷깃을 여밀 필요조차 없었다

 

구름 사이로 드나드는 햇님을 지켜보면서 여기저기를 둘길보기 삼십 여분 쯤

아직도 바다와는 거리가 좀 남았는데 지는 해는 짙은 구름속에 숨어버리고는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다섯시가 다 되도록 기다리다가 미리 김을 빼버린 기상통보관을 탓하며 발길을 돌렸다

올 해는 해넘이도 해돋이도 다 어려울거라는 뉴스를 듣고도 미련 때문에 떠난 여행이었다

어수선하고 안타까운 한 해 만큼이나 아쉬운 해넘이 여행이었다

돌아가는 길이 외로운 건 검은 철새가 홀로 동쪽으로 날아가는 때문일까 ?

파도소리에 장단 맞추어 삐이삐이 쪼로로롱 소나무 위에서 산새들이 노래한다

 

버스정류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동상들 가까이로 가 보았다

 

시골학교 운동장에나 서 있을 법한 책읽는 소녀상과 생각하는 사람의 동상 그리고 

거북선을 발 앞에 양각으로 새긴 채 서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

이곳도 그 분이 힘써 지키던 조선의 바다였으리라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동안 그 지역을 자랑하는 표지판을 읽었다

백합이라는 고급 조개의 주산지이며 숭어 라는 물고기도 너무 많이 잡혀서 주워 담는단다

물론 조금만 더 나가면 칠산 앞바다,

그곳은 조기들이 몰려드는 산란지요

영광굴비의 본고장이기도 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조기 한 두름 사기도 하겠지만

이 길로 내일 해돋이를 보러 완도 상황봉으로 달려갈 길이기에

다음 기회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버스에 올랐다

제발 내일은 잠시 구름이 빗겨나서 해돋이를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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