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러다이트-파괴가 아닌 상생

조회 수 7851 추천 수 1 2015.01.22 18:12:15
디지털 기술 혁신은 세상에 온기만 불어넣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고 있다. 질서의 재편으로 떠밀려나는 이들에게서 저항의 움직임도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인간과 디지털 기술 간 공존의 길을 모색해 보는 ‘디지털 러다이트-파괴가 아닌 상생’ 5회 연속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셀카봉과 드론택배…내 일자리를 빼앗다
②뛰어봤자 GPS·스마트폰 안…‘유리감옥’ 속 우리
③‘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④라디오DJ와 스마트오디오, 최후의 승자는?
⑤디지털 러다이트 달래는 디지털 하모니의 첫걸음


서울 목동 CBS 사옥 앞 광장 ‘CBS 오픈스튜디오’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

1979년 영국의 한 밴드가 음악으로 표현한 운명을 비켜온 라디오는, 스마트오디오 시대에도 건재할까.

스마트오디오는 전문가들이 만든 음악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추천곡을 뽑아주거나 이용자의 행동패턴까지 분석해 맞춤형 선곡을 할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내가 별점을 매긴 음악이 닮은꼴 취향의 다른 이용자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어도, “공감과 위로는 라디오의 여전한 힘”이라고 라디오PD들은 말한다.

CBS라디오 손근필 PD는 “자료조사와 선곡, 편집도 완전히 디지털화했지만 ‘첫눈 내리는 날, DJ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라고 청취자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건 빅데이터가 할 수 없는 라디오만의 매력”이라고 단언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그들도 크리스마스를 알까?’라는 곡을 고른다는 손 PD는 “아프리카를 돕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선곡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꼭 있기 마련”이라며 “라디오는 사람의 가슴팍에 닿는 방송”이라고 표현했다.

UN의 문서를 기반으로 했다는 ‘구글 번역’이 21세기 바벨탑에 도전하는 사이, ‘반역(反逆)’을 막는 건 여전히 통‧번역가들의 역할이다.

법률 전문 통번역을 7년째 해왔다는 지다연(37)씨는 “번역가도 절반은 작가”라면서 “단순한 내용 파악 목적이라면 기계 번역기가 도움을 주겠지만,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고 읽기 쉬운 글로 옮기기 위해선 번역가의 손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통번역연구소장 김한식 교수는 음식 육회(肉膾)를 ‘여섯 번’으로 잘못 번역한 기계번역 사례를 들며 “적어도 문학작품에서 정확한 표현을 찾거나 어법에 맞는 번역을 기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함축성과 상징성 등이 담긴 시(詩)는 기계번역이 절대 불가능한 영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기기가 오히려 아날로그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도 있다.

대부분의 명함관리 앱이 사진에 찍힌 명함 정보를 자동으로 배치하는 방식이지만, '리멤버 앱'은 명함 사진을 등록하면 업체 측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정보를 대신 입력해주는 방식이다.

최재호 대표이사는 “다양한 형태의 명함을 스마트폰이 100%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실제로는 이용자가 손으로 고쳐 등록을 마무리 한다"며 "타이피스트(수기 입력기사)들이 직접 입력을 하면 명함에 남긴 메모까지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 개인 비서를 둔 것과 같다”고 말한다.

500여 명의 수기 입력기사를 두고 있다는 리멤버 측은 이용자가 3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1년여 간 700만 장의 명함이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 혁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직업의 부침 속에 '구조조정'을 빗겨간 아날로그 손맛은 아직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4805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7224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4626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4820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1413 5
2014 치주질환(잇몸병) file 웹관리자 2015-01-05 28703 2
2013 두 미국청년, 요세미티 고난도 수직벽 맨몸 도전 file 지상문 2015-01-08 7791 1
2012 영화 국제시장 file 제봉주 2015-01-08 8589 3
2011 구름빵 저작권 논란 file 김일형 2015-01-09 8463 1
2010 커피 마시고 물로 입 헹궈야 치아변색 막는다 file 오애숙 2015-01-09 9169 3
2009 나치 지하 비밀기지 70년 만에 발견 file 제봉주 2015-01-10 16065 1
2008 갑년 ‘현대문학’이 진단한 2000년대 문학 file 이병호 2015-01-10 10121 1
2007 죽음의 얼굴(신간) file 이병호 2015-01-10 8162 1
2006 다이아몬드 file [1] 오애숙 2015-01-10 19448 1
2005 난자가 정자를 만나면 불꽃놀이 file [1] 정순옥 2015-01-10 8787 2
2004 비누 무르지 않게 쓰려면 정순옥 2015-01-12 7779 1
2003 자갈치 시장의 근황 file [1] 신성철 2015-01-12 13720 1
2002 "내가 엄마 옆에서 잘거야" file 이병호 2015-01-20 10348 2
2001 당신이 쓰는 물건이 '당신'입니다 이병호 2015-01-20 8564 2
» 디지털 러다이트-파괴가 아닌 상생 정순옥 2015-01-22 7851 1
1999 실내 겨울 공기오염 실외 10배 제봉주 2015-01-22 10640 1
1998 65세 이상 한인들, 한미 국적 동시 보유 혜택 file [2] 정덕수 2015-01-25 18251 2
1997 ‘창조문화’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오마주, 문정왕후 어보 환국 기념전 file [1] 지상문 2015-01-26 9098 1
1996 제주도 똥돼지 file [1] 이숙이 2015-01-26 18364 2
1995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밤' 신성철 2015-01-27 1158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