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국제 무대서 퇴출...“러 야만적 전쟁 용납 못해”
세계 3대 콩쿠르, 국제음악콩쿠르연맹 회원자격 박탈
입력 2022.04.20 14:46
흔히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에서 퇴출됐다. WFIMC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특별 총회를 열고 19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야만적 전쟁과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러시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회를 지지하거나 회원으로 둘 수 없다”고 밝혔다. 회원 자격 박탈은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57년 창설된 WFIMC는 유네스코 산하 기구로 전 세계 110여 개 대회가 가입한 ‘콩쿠르의 유엔’이다. 한국에서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회원 자격을 지니고 있다. WFIMC는 “우크라이나의 젊은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최우선적 목표”라면서도 “러시아인이나 개별 예술가에 대한 제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냉전 당시인 1974년 지휘자 정명훈이 피아노 부문 공동 2위에 입상하고 귀국한 뒤 서울시청까지 축하 카퍼레이드가 열렸던 대회로도 친숙하다. 2011년 대회에서도 피아니스트 손열음(2위)·조성진(3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3위), 소프라노 서선영(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남자 성악 1위) 등 한국 입상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콩쿠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물론 러시아 콩쿠르 참가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기 때문에 대회 참가와 입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자칫 전쟁 장기화로 WFIMC의 퇴출 조치가 지속될 경우에는 사실상 러시아와 일부 친러시아 국가들만 참가하는 ‘그들만의 대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