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조회 수 8887 추천 수 27 2014.09.21 09:29:51
작가 : 강정실 평론 

 

 

                                                                            작은 연못

                                                                                                                                                                            姜 正 實
                                                 
   토요일 오후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그런지 하품이 쏟아진다. 거실에 있는 TV를 켰다. 화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까지 먹먹해진다.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둥근 어항을 쳐다본다. 금붕어도 한가로움을 물방울놀이로 달래고 있는 듯 한가롭다.
   나른함을 벗어버릴 겸 차를 청소하기로 했다. 차 트렁크를 열고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연못가에서 새들과 고기들이 한데 어울려져 있는 사진엽서가 눈에 띄었다. 작년 겨울, 동부의 마켓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동안 엽서의 사진이 예쁘기도 해서 책갈피로 사용하다가 잊고 있었다. 차 내부청소와 세차까지 마친 후 거실로 돌아왔다.
   물이 든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가스 불을 켰다.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다. 차 트렁크에서 찾은 엽서를 어항에 세워 놓고 금붕어와 비교해 보았다. 어항 면에 반사된 금붕어는 커다란 잉어가 되어 나의 망막으로 들어온다. 의자에 앉았다. 또다시 하품과 함께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스르르 감겨 왔다.

 

 

 

   작년 봄 초, 집 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려고 했다. 소박했던 어릴 때의 꿈이 담긴 소망도 함께 말이다. 몇 곳의 수족관을 통해 연못에 대한 조언을 받아 보았다. 시설비와 고기값이 생각보다 비쌌지만, 아내와 상의했다. 연못 설치에 대해 맞장구를 칠 것이라 믿었던 아내가 일언지하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어린 손자와 손녀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애들과 손자 손녀는 방학 때 20여 일 정도 이 집에서 생활할 것인데, 그 상황이 오면 내가 책임지고 야간 보초까지 서겠다고 했다. 그래도 안 된단다. 몇 차례 더 아내를 어르고 설득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별수 없이 연못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소파 위의 어항으로 꾹꾹 눌러 놓고 말았다. 그랬는데 사진엽서를 보는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못을 만들어야겠다는 새로운 의욕이 쏟아 놨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회가 이외인 곳에서 찾아왔다. 아내가 집안일로 금하게 한국에 나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2,3개월이나 말이다. 아내는 공항으로 가면서도 나의 음식과 빨래 등이 걱정되는지 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연못뿐이었다. 출국장에서 아내를 편안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안심시키기보다는 해뜨린 웃음만 계속 터져 나왔다.

   전문가를 불렀다. 집 마당 중앙에 연못을 만들어 베란다에서도 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게 아니란다. 그는 햇빛이 들면서도 서늘한 곳이 좋다며 후미진 곳을 추천해 주었다. 온도의 편차가 심하면 고기들이 살아갈 환경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연못을 중앙으로 선택하겠다면 수심을 깊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괜찮으니 본래의 생각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방법이 아내와의 교전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이라는 것을 밝힐 수 없었다. 비록 아내에게 눌리어 살망정 남에게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연못을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의 지시대로 시멘트 독을 제거하기 위해 물을 채우고 빼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디데이가 왔다. 집사람 몰래 꿍쳐놓은 돈과 동전까지 총동원하여 비단잉어와 수초도 몇 종류 구입했다.
  연못 속에는 잉어 식구들이 30마리가 넘었다. 팔뚝만 한 놈들의 화려한 무늬와 빠른 몸놀림은 정신을 쏙 빼게 하였다. 생동감이 넘쳐 났다. 새벽녘까지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연못주변을 떠나질 못했다. 이러한 기쁨이 몇 주 계속되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라 했나. 생각보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수온도 챙겨보고, 먹이도 넣어 주어야 하고, 질병까지 예방해 주어야 했다. 날씨가 더운 한낮에는 냉동실에서 얼린 얼음까지 넣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정성을 쏟는데도 벌써 다섯 마리나 죽어 떠올랐다. 죽은 놈들은 대부분 군데군데 비늘이 떨어져 있었다.
   야생 고양이들이 이런 짓을 한 것일까, 아직도 시멘트 독이 덜 빠졌었나. 연못 크기보다 고기가 많은 것인가, 산소가 부족해서이런가, 분수대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나, 그렇게 하려면 전기를 끌어와야 하고 시간과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의 말대로 웅덩이를 깊게 파서 온도의 편차를 줄여야 했나, 아니면 베란다의 후미진 곳을 선택했어야 옳았던 것일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기가 다 빠져나갈 정도로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살아 있는 놈 모두를 반품시키자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수족관에 전화했다. 그것도 불가능했다. 연못에 있는 놈들은 수족관에 되돌아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연못의 환경에 적응 중이라며 도리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출장 치료를 하자고 역제안까지 한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집중치료를 하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가슴까지 벌렁댔다. 어떻게 만든 연못인데, 화가 머리 끝까지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연못을 쳐다보고 있으면 죽은 놈들과 화난 아내의 얼굴이 함께 물 위에 떠올라 걱정은 풍선처럼 부풀어져 갔다.
   또 한 놈이 옆으로 누워 비실대고 있다. 안 되겠다 싶었다. 살아 있는 놈들 전부를 강에다 풀어 주고, 본래의 모습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내가 오기 전까지 서둘러야 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작업인부를 불러 설명했다. 견적서를 받고는 연락을 하겠다며 돌려보냈다. 여윳돈은 이미 고갈 났고, 신용 카드 사용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청구서 내용을 보면서 검사처럼 조목조목 따질 아내의 바가지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 없었다.
  해머와 삽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연못가에 촛불을 켜놓고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올렸다. 연못 시설비와 이놈들과 수초를 합친 총액을 10분의 1로 줄여 만들었다고 아내에게 거짓말하려던 죄, 작년 여름에 손자가 먹고 싶다는 아이스크림을 이빨 상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죄, 주머니에 현금이 있는데도 친구들이 소줏값을 지불하게 한 죄, 죽으려고 비실거리는 놈들을 본전 생각에 매운탕용으로 사용하려 했던 죄, 그동안 연못에 얽혀 있는 죄들을 낱낱이 하나님께 고했다.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놈들을 목욕탕에다 옮긴 후 작업을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힘이 부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에서는 끙끙대는 소리까지 나왔다. 해머를 놓고 연못가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등 뒤에서 앙칼진 쇳소리가 들려왔다.
  “여봇, 지금 뭐하는 거예요. 집에 불낼 일이 있어요?”

 


  
   아내의 고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펄펄 끓는 물주전자 주둥이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귀청을 때리고 있다.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는 의자에 앉은 채로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사진엽서는 나의 발 옆에 떨어져 있고, 입 언저리로 흘러내린 침은 의자 오른편에 거미줄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다.

 

 

강정실 사진.jpg

 

 

 

List of Articles
제목 작가sort

하얀 파도꽃(넌픽션 당선작) [2]

작가 홍용희 

하얀 파도꽃 홍용희 -나의 항구 기온이 화씨 100도를 넘던 날 오후, LA에서 가까운 헌팅턴 비치(Huntington Beach)에 갔다.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 위에 샛노란 햇살이 비치고 파도는 포말이 채 지기도 전 또 다른 하얀 파도꽃을 피우고 있다. 수평선에 걸린 해의 뒷모습은 내 모국의 석양을 방불케 하다가 주홍빛으로 하늘을 가득 물들인다. 태양의 뒷모습은 검붉은 울음을 토하게 했던 내 지난날을 불러왔다. 미국에 사는 여고 동창인 단짝 친구, 남자 이름을 가진 강석태. 지금은 수잔 리,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라 이씨가 된 친구다....

별이 빛나는 밤

작가 홍 성 표 수필가 

별이 빛나는 밤 홍 성 표 벽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고흐(Vincent Willem van Grogh 1853~1890)의 유화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뻔하다가 별이라는 제목에 내 눈을 멈추게 했다. “별? 작품명이 별로 시작한다……” 문뜩 나의 이름과 비교해 본다. 나의 이름은 홍성표(洪星杓)다. 한자로 풀이하면 ‘넓고 큰 하늘의 별 자루’란 뜻이다. 이런 이유가 겹쳐 다시 한 번 작품을 유심히 드려다 보았다. 유별나게 크게 그려진 노란빛 그믐달과 ...

나의 수의 [1]

작가 허정자 수필가 

나의 수의 허 정 자 오늘 모처럼 집에 쉬면서 이매방류의 살풀이춤을 아이패드로 보다가 생각난 것이 있다. 몇 년 전 신문 살풀이춤 강습이 다섯 번에 걸쳐 있다는 기사를 읽고 꼭 가서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강습이 있었는데 첫 번째 강습을 못하게 되었다. 마침 그날 무슨 행사가 있어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단체장을 맡고 있던 때라 빠질 수가 없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에 발레를 했으나 언젠가 살풀이춤을 보고 완전히 그 춤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고전무용은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다. 그...

맥다방의 랩소디 [1]

작가 지상문 수필가 

맥 다 방 의 랩 소 디 (Mc. Donald’s Rhapsody) 지 상 문 길가 창 옆으로 자리를 잡아 창 밖을 내다본다. 차들이 달려오고 달려간다. 사람의 물결이 파도처럼 기세 좋게 밀고 와서 철석 한 번 때리고 부서진다. 부서진 흔적은 밀려 내려 다음 파도에 휩싸인다. 오후 한 시가 넘으면 맥 다방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있다. 영감이 된 지 꽤 오래된 자다. 그렇게 불러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나이다. 남보다 10년은 먼저 와서 가발장사로 한 몫 잡고 전자제...

그리운 봉선화 [1]

작가 정순옥 수필가 

그리운 봉선화 蒑池 정순옥 봉선화. 왜 이리 고향의 봉선화가 보고 싶은 걸까? 내가 고향에 두고 온 것 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요즈음도 눈 감고 고향 생각을 하면 봉숭아가 터지고 눈 뜨고 숟가락을 만져도 따다닥 터지는 소리로 변한다. 손을 살짝이라도 대면 씨방을 터트리면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봉선화 생각뿐이다. 어느 날부터 나는 재미동포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를 앙다물고 살아야 한다.”라는 어머니의 말씀 따라 힘든 디아스포라의 삶에서도 고향을 잊지 않고 인내하며 살아야 했다. 그 힘의 근...

오쏘

작가 정덕수 수필가 

오쏘(곰) 정덕수 해 저무는 저녁, 나의 충견 퍼픈과 함께 눈 덮힌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신바람이 난 퍼픈은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대지에 침입자가 된 듯 이리 뛰고 저리 구르며 깨끗한 눈밭을 마구 뭉개고 다닌다. 멀리 앞질러가던 갑자기 동작을 멈춘 퍼픈이 전방을 노려보며 다급하게 짖어대고 있다. 그걸 본 나는 눈 위를 버벅대며 퍼픈의 발자국 따라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착하니 까만색의 짐승 새끼가 눈 속에 반쯤 묻혀 있었다. 이놈은 퍼픈과 나를 번갈아 보며 입이 찢어지라 괴성을 질러댔고, 파란 눈은 공포에 질려 ...

8부 능선을 따라가라 [1]

작가 이주혁 

8부 능선을 따라가라 이 주 혁 비가 갠 저녁, 앞산의 등고선이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다. 학군단 유격 훈련으로 야간 산행을 할 때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산등성을 따르지 말고 8부 능선을 따라가라!”라는 교관의 명령이 생각난다. 어쩌면, 지난날의 나의 삶은 남보다 드러나기 위하여 산등성을 타려고 애써온 것 같다. 1984년, 이민 온 약사들이 미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평가시험을 거처 약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시작되었다. 가주 한인 약사회를 중심으로 미국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

하얀 배 [1]

작가 이언호 희곡작가 

하얀 배 이언호 미주에서 우리말 방송과 우리말 신문이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 어느 날 친구와 <미국 속의 한국말 언론에 관한 노파심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이 미국 땅에서의 한국말 언론은 1,5세가 기성이 될 때쯤 해서는 그 존재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 친구는 미주에서의 한국 언론의 발전에 관해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말했고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말했다. 그 친구는 한국어 신문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니 그 흐름의 예즉같은 것이 있겠지만, .다시 말하면 그 ...

협곡에서 본 미소 [1]

작가 이숙이 

협곡에서 본 미소 이숙이 돌산이었을까? 흙으로 빚어진 바위였을까? 비와 바람과 오랜 세월이 협곡을 만들고 거대한 바위를 갈라놓아 희귀한 모양이 되어 있다. 구불구불 갈라진 틈새로 태양 빛이 스며들 때 프리즘 작용의 신비로운 색상과 모양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갈라진 바위틈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는 위로 향해 젖혀져 있고 카메라 들어 올린 두 팔도 위로 뻗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심오하게 만들어진 무늿결 바위 모양에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많은 관광객이 비좁고, 조금은 어두운 곳에서 숨죽이고 한 발...

제자의 고백 -2014년 《한미문단》수필 가작- [2]

작가 이복자 수필가 

제자의 고백(告白) 이 복 자 그 시절은 6·25사변 직후라 모두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나는 고향에 있는 모교인 초등학교로 발령받았다. 처음 시작하는 직장생활이라 설렘과 두려웠던 때가 까마득한데 추억은 생생하게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은 폭격으로 반 이상이 폐허 되고 넓은 강당과 교실 10여 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강당을 여섯 교실로 나누었다. 그중 한구석에서 학생들은 송판에 네 다리를 세운 조그만 책상을 각자 가져왔다. 찬 마룻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매서운 추운 날씨였지만 ...

내가 겪은 현대의학

작가 안상선 수필가 

내가 겪은 현대의학 안 상 선 눈부신 현대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이 100세를 넘나들며 사람들은 건강에 관해 많은 관심을 둔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염색체 변형을 이용한 선천성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와 예방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인간복제의 가능성은 의학의 도덕성과 윤리관에 대한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의 초조하고 마음 졸이는 나날들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사람의 장기를 채취하여 이를 매매한다는 외국기사를 접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내가 평생 몸담아왔던 신...

독서의 묘미 [1]

작가 신성철 수필가 

독서의 묘미 瑞奉 신성철 93세 노인이다. 어릴 때부터 책이 좋아 가까이에 두고 평생을 읽고 있다. 사람마다 읽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 쓰는 묘미는 내 묘미다. 늙은이의 넋두리다. 일본사람들이 36년 동안 우리나라 역사책은 전국을 뒤져서 다 태워버렸다. 우리 역사를 자기들 맘대로 새로 썼다. 이 역사책이 제국사관 역사책이다. 상고사에서 단군시대가 신화라고 송두리째 지워 버렸다. 그러나 광복이 되고 1983년부터 윤내현 교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참된 우리나라 상고사를 찾아내었다. 교과서까지 수정하게 하였다. 중국의 &...

파푸아 뉴기니어 생활 [1]

작가 배원주 수필가 

파푸아 뉴기니어 생활 배원주 오늘 DVD를 빌려 영화 ‘아바타‘를 봤다. 이미 본 작품이지만 구상과 화려한 화면 그리고 생생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30여 년 전, 열대지방에서 근무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원시 부족과 문명인이 자원쟁취 문제로 싸우는 3D입체 애니메이션 영화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 근무하고 돌아온 지 2년 만에 1980년대 중반, 파푸아 뉴기니어(Papua-neuguinea) 현장에서 2년 동안 파견근무를 했다. 이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 위도상 적도 바로 밑 남반구에 있다. 호주로부터 독...

치마폭의 찐빵 [1]

작가 박영옥 수필가 

치마폭의 찐빵 박 영 옥 찐빵은 나에게 참 정겨운 빵이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고 또 먹고 싶어진다. 세월 따라 많은 것은 변하고 또 변하고 싶어 안달인데 찐빵은 한결같다. 고작, 속에 넣는 앙꼬나 달라졌지 모양도 크기도 별달라진 것이 없다. 세상 어디에 우리네 찐빵만큼 사랑받는 빵이 있을까.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라도 어울리는 참 소박한 빵이다. 한겨울, 갓 쪄낸 찐빵을 호호 불면서 옹골차게 든 앙꼬와 빵 겉 부분을 적당히 한 입 베어 잘 섞어 먹는 맛은 우리만 아는 비법일 게다. 빵을 다 먹을 때까지 ...

처용가 뒤집어 보기

작가 명계웅 평론가 

처용가 뒤집어 보기 명계웅 예전 국어고문시간에 우리가 배웠던 삼국유사에 전해진 신라 향가 ‘처용가’는,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A.D 879년경 신라 헌강왕의 눈에 들어 급간이라는 벼슬과 미모의 아내도 얻어 정사도 돌보며, 동경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딜다가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가 보니 “가라리 네히어라. 둘은 내해엇고 둘은 뉘해인고? 본대 내해다마는 앗아날(빼았겼으니) 어찌하릿고!” 그러면서 처용은 불륜현장을 덮치지를 아니하고, 그냥 밖으로 나와 달밤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고 전해...

주평 선생님과 만남 그리고 이별 [2]

작가 남중대 수필가 

주평 선생님과 만남 그리고 이별 남중대 “중대야. 내가 90살까지는 활동할 수 있겠제?” 선생님은 나와 책상머리에 앉을 때마다 나에게 묻고 확인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불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멈출 줄 모르는 연극과 문학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1990년, 내가 이곳 산호세에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기 위해 이민보따리를 풀면서, 주평 선생님과 숙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다. 한국아동극의 개척자로, 수많은 아동극본을 발표하고 그 극본으로 한국 최초로 아역배우를 연극무대로, 영화스크린으로 배출해낸 아...

감자꽃 길 따라 [1]

작가 김혜자 수필가 

감자꽃 길 따라 나의 첫 수필집이 출판되었다. 큰일 했다는 충만함에 가슴이 뛴다. 더욱이 출판에 온 정열을 쏟아 주신 스승의 배려로 조국 산천 여행길에 올랐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黃砂)를 걱정했지만, 며칠 전에 내린 비가 말끔히 씻어줬다.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하늘은 맑은 공기로 가득하다. 산자락을 타고 흘려 내려온 아카시아 꽃향기가 내 후각을 흔들고 지나간다. 향기를 붙잡아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 싶지만 갈 길이 멀다. 뜨겁게 달구던 시심(詩心)을 외면하고 구름이 흘러가듯 나도 떠난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달린...

루비와 샌디 [2]

작가 김평화 수필가 

루비와 샌디 김 평 화 한국에 온 지 6개월, 우리 부부는 손녀의 돌잔치를 위해 남편까지 이곳에 와있다가 다시 하와이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내가 쓰던 방에 널려있는 소지품과 물건들을 가방에 넣으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시원섭섭했다. 그동안 예쁜 손녀를 출산한 딸을 잠시 도와주기 위해 와 있었다. 루비와 샌디는 눈을 크게 뜨고 꼬리를 흔들면서 내 주위를 돌고 있는 있다. 뭔지 모르지만, 이상한 느낌을 받았나 싶다. 처음에는 루비와 샌디는 함께 하와이로 같이 가기로 하고 수속을 다 받아 놓은 터였다. 딸은 사위가 일 가...

텃밭 [1]

작가 강정애 수필가 

텃밭 강 정 애 오늘 정원사에게 뒷마당의 텃밭을 일궈달라고 부탁했다. 올해는 아무리 바빠도 텃밭 농사를 하려고 생각했다. 7년 전에 캘리포니아에 이사와 첫 3년간 열심히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길러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골 마을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항상 그 시절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고 함께 뜀박질하던 친구들의 풋풋한 향수가 달려오는 듯 한때가 자주 있다. 그중에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은 친정집 뒷마당의 텃밭이다....

작은 연못

작가 강정실 평론 

작은 연못 姜 正 實 토요일 오후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그런지 하품이 쏟아진다. 거실에 있는 TV를 켰다. 화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까지 먹먹해진다.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둥근 어항을 쳐다본다. 금붕어도 한가로움을 물방울놀이로 달래고 있는 듯 한가롭다. 나른함을 벗어버릴 겸 차를 청소하기로 했다. 차 트렁크를 열고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연못가에서 새들과 고기들이 한데 어울려져 있는 사진엽서가 눈에 띄었다. 작년 겨울, 동부의 마켓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동안 엽서의 사진이 예쁘기도 해서 책갈피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