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외모의 간택기준에

조회 수 10004 추천 수 2 2014.12.26 1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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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 1년(1506년) 정현대비(성종비)는 단경왕후가 폐위된 뒤 새 며느리를 간택하면서 "얌전하고 착한 것이 제일"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렇게 뽑힌 장경왕후는 8년 뒤 인종을 낳다가 죽고만다. 중전은 후궁 등 전체 여성 관리를 일컫는 내명부(內命婦) 책임자였다. 외모보다는 유교적 덕목과 인품이 그런 왕후에게 더 요구되는 품성이었다. 대비 등 왕실 어른들은 한 여인에게만 왕의 총애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미인을 경계했다.

 

조선시대 왕후와 후궁은 평생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사는 구중궁궐의 외로운 여인들로 자주 묘사된다. 그들의 진짜 삶은 어땠을까. 국립고궁박물관이 최근 '조선왕실 왕비와 후궁의 생활'이라는 학술연구용역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조선왕실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이면서 유교적 여성문화를 대표하는 왕비와 후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조선시대 왕에게는 철저한 '일부일처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 원칙은 중전에게만 해당될 뿐 후궁은 달랐다. 태조가 19명, 광해군이 15명, 성종이 13명이나 후궁을 뒀고 심지어 단종도 후궁이 2명이나 있었다.

조선 임금은 태조부터 순종 황제까지 총 27명이다. 왕비는 계비를 포함해 45명이며 후궁 숫자는 왕비의 세 배에 이르는 130명 정도였다. 왕비는 반가 여식이지만 후궁은 양반은 물론 중인, 노비, 과부까지 신분이 실로 다양했다. 선조 조모인 창빈 안씨는 정현대비 시녀로 있다가 중종의 승은을 입고 승격했다. 태종은 과부 2명을 후궁으로 삼았고 철종 후궁은 12명 모두가 궁녀다.

궁궐 내 삶은 민간보다 고단했다. 대왕대비, 왕대비, 대비, 중전, 세자빈, 후궁 등 순으로 이어지는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 속에서 국왕과 왕실 어른에 대한 순종과 인내라는 유교적 덕목을 종신토록 지켜야 했다. 각 처소별로 30~100명 정도 궁녀가 배속되지만 그들은 입궁 때 몸종, 유모 등 본방나인들을 데려왔다. 답답한 궁궐 속에서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다. 주인과 본방나인은 간혹 연적이 됐다.

왕의 여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왕자 생산. 대통 승계가 중요했던 만큼 그녀들의 임신과 출산은 왕실에 최대 경사였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왕실 출산 과정을 적은 호산청일기에 최 숙의(후일 최 숙빈)가 영조를 출산하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숙의가 1694년 9월 산달을 맞았다. (중략) 13일 새벽에 남자 아기씨를 생산했다. (중략) 다음날 오전 국과 밥을 들었고 아기씨도 젖을 빨고 편히 잠들었다. 사흘째 되는 날 숙의가 쑥탕에 몸을 씻었고 아기씨는 복숭아나무뿌리, 매화나무뿌리, 호랑이머리뼈 달인 물로 목욕했다." 효심이 지극했던 영조는 70세가 되던 해 우연히 이를 본 뒤 "칠순이 되어서야 일기를 보는구나"며 감회에 젖었다고 승정원일기는 전한다.

후궁들은 생활물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그녀들은 궁방 운영권을 받았다. 궁방에는 궁방전(田)이라는 토지가 하사됐고 조세도 면제됐다. 이는 출궁 후 생계수단도 됐다.

궁은 한 번 들어오면 죽어서야 나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지만 바깥 구경을 전혀 못한 것은 아니다. 영창대군 생모인 인목대비는 인왕산 아래 초정으로 자주 행차해 효종이 맹수가 출몰하지 않도록 군사를 풀어 수색하기까지 했다. 세종비 소현왕후는 온양온천을 다녀오기 위해 100여 명을 대동하고 한 달 동안 행차했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과 함께 왕후 영정도 그려졌다. 세종2년 실록은 "신의왕후(태조비) 어진을 돌아가신 뒤에 모셨으니, 이제 대비(원경왕후ㆍ태종비) 영정도 마땅히 그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왕후 초상화는 단 한 점도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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