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바람아

조회 수 923 추천 수 1 2022.01.16 0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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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라 바람아

                                                                                             정순옥

 

바람이 분다. 나를 스치는 바람이 참 좋다. 봄바람 여름바람 가을바람 겨울바람, 계절따라 부는 바람이 있어 나는 생의 의욕을 느낀다. 철 따라 부는 바람은 신비스런 세월바람을 만들어 나를 현재 이곳까지 날라다 주고 있다. 바람은 이 세상의 모든 소리와 빛깔과 아름다운 무늬 등 내가 느끼고 살기에 적합한 것들을 날라다 준다. 그리고 더러운 욕심과 근심 걱정 등 불필요한 것들을 나에게서 멀리 떠나보낸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하면서 나는 바람에게 외친다. “불어라 바람아. 코로나19과 오미크론이 내가 사는 이 지구촌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지랑이 몰고 오는 봄바람은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첫사랑에 가슴 두근거리는 소녀처럼 왠지 모르게 나도 사랑에 빠져 있는 기분이 든다. 벌 나비들이 꽃 속을 들락거리며 꽃가루를 묻혀 수정하여 새 생명을 탄생시키도록 하는 꿈의 계절은 참으로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보기에 좋은 산천초목들이 가슴에서 풀피리 소리가 들리게 하는 봄날. 심금을 울리는 초목들이 자라는 소리와 꽃들의 아름다운 색깔과 아지랑이의 신비한 무늬를 볼 수 있는 봄날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그런데 요즈음은 바람에게 이상이 생겨 팬데믹 코로나19이라는 신종 바이러스를 내가 사는 지구촌으로 몰고 왔다. 꽃바람은 시샘바람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걸까.

소나기를 몰고 오는 여름바람은 내 가슴속에 묻혀 있는 온갖 잡념들을 한꺼번에 사라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회오리바람이 불면 내 몸뚱이까지도 공중에 높이 올려 내 몸에 붙은 오물을 날려 보낼 듯하다. 진초록 나무이파리들이 부는 바람에 살랑거리면 생명의 환희를 느끼게 한다. 뜨거운 태양열을 날라다 주는 바람이 있어 초목들이 춤을 추며 자라고 오곡 백과들이 즐겁게 속살을 찌워 간다. 신바람이 난 사람들은 산과 바다로 나아가 삶을 즐긴다. 함부로 던진 플라스틱 빈병들과 오물들이 바닷바람을 아프게 만들었을까. 뜨거운 태양처럼 낯 뜨거운 일들을 아무렇게나 하지 않았나 싶다. 바람에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면서 내 몸을 해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꾸만 몰고 온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고 나름대로 열심히 대항해 보지만 고통스러움은 계속되고 있다.

  결실의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채색하는 가을바람은 내 가슴을 풍요롭게 한다. 갈바람이 불면 오곡백과가 탱글탱글 영글어 세상을 풍만케 한다. 세상은 온통 풍요로움으로 흥겨운 노래가 퍼진다. 감사의 계절에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해진다. 부유해진 흥바람 마음에 자칫 빈곤한 사람들을 잊어버리게도 하는 결실의 가을이다. 갈바람은 자연에게 나의 가슴에도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를 탄생시킨다.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생애의 색깔과 무늬가 있는 인생을 볼 수 있다. 갈바람은 코로나 바이러스도 섞어서 새로운 삶의 색깔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나는 처음 대면하는 삶의 색깔이라 당황스럽다.

  함박눈을 기다리는 마음에 겨울바람이 불면 마음이 차가워진다. 북풍한설 매서운 찬바람이 나목이 되어 있는 나의 마음을 후려칠 때면 나는 슬프게 소리 내 운다. 그래도 바람소리 속에서 울면 바람이 나와 함께 있어주고 있다는 안위감이 들어 좋다. 사르륵사르륵 흰눈을 몰고 오는 삭풍은 청청한 대나무 이파리들을 흔들어 깨운다. 새로운 봄날을 준비하라고 일깨우고 있는 것이리라. 내 심연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와 인생의 겨울을 느낄 때는 심신이 아플 때다. 건강에 이상이 오면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중요한데 늘 나를 스쳐 가는 바람도 벌써 삼 년째 이상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어디서 몰고 왔는지 해로운 바이러스를 내 몸에 뿌려대니 정신이 아찔하다. 어쩌면 좋을까.

  항상 나를 스치는 수많은 바람은 정결한 삶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 부정한 것들을 나에게서 멀리 날려 보내주곤 한다. 그런데 2020년부터 현재까지 범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변종 오미크론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구촌에선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일상생활은 사라지고 움츠린 삶을 영유하고 있다. 바람은 나에게 세상을 돌아돌아 아름다운 소리와 색깔과 무늬들을 날라다 주면서 그 속에 묻어 있는 해로운 바이러스를 감지하지 못했나 보다. 나를 불편하게 하니 바람에 대한 신뢰감이 자꾸 떨어지려 한다. 그래도 머지않아 해로운 것들을 나에게서 쓸어버릴 바람을 나는 굳게 믿는다.

  바람은 분다. 움직이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다. 강바람 신바람 치맛바람 여러 가지 다른 느낌이 드는 바람들이 항상 움직이고 있다. 눈엔 보이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 바람이다. 근래에 방문한 시카고는 근처에 있는 미시시피 강바람 기류를 타고 모든 문화 문명이 이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의 도시기에 생동감이 있는 것이라 싶다.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아름답다. 나에겐 성령의 바람이 불어야 내 안에 있는 온갖 죄들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있어야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를 스치는 바람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온갖 더러운 생각들과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휘어잡아 멀리 사라지게 하는 정상적인 바람이 고마울 뿐이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2022년을 맞이하는 나는 다시 한 번 바람에게 외친다. “불어라 바람아. 코로나19과 오미크론이 내가 사는 이 지구촌서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해로운 바이러스들을 몰고 가는 바람 뒤에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박은경

2022.01.16 15:48:10
*.90.141.135

아멘입니다

어서 주님의 바람이 불어 모든 악을 씻어내고

부드런 햇살처럼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기도합니다

고운글 마음에 담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정작가님~~~~

배원주

2022.01.17 13:47:47
*.48.184.98

정말 종식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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