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서거 70년…"옥사 20개월 뒤 사면"

조회 수 9119 추천 수 3 2015.02.14 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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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 윤동주(맨 왼쪽)와 고종사촌 송몽규(맨 오른쪽)의 중학교 시절 모습(연합뉴스DB)

일본헌법 공포 따라 일괄조치 "명예회복으로 보기에는 부족…배상·사죄 필요"
 

(도쿄=연합뉴스)

윤동주(尹東柱) 시인이 일본의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뒤 20개월여 만에 사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동주 사면은 일본의 새 헌법(현행헌법) 공포와 함께 단행된 일괄적인 조치에 따른 것이라서 진정한 의미의 명예 회복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결문과 미즈노 나오키(水野直樹) 교토(京都)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교토지검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윤동주는 1946년 11월 3일 사면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동주는 1944년 3월 31일 일본 교토지법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판결을 받았고 상소를 포기해 다음 날 형이 확정됐다.

교토지검이 보관 중인 이 사건의 판결문에는 윤동주 시인의 성이 '윤'이 아닌 '히라누마'(平沼)로 표기돼 있으며 성명 표기 바로 위에 "쇼와(昭和) 21년(1946년) 칙령 제511호 대사령에 의해 사면됐다"는 문구의 도장이 찍혀 있다.

'쇼와 21년 칙령 제511호 대사령'은 일본 헌법 공포일인 1946년 11월 3일 발표된 사면 조치의 일종이며 윤동주에게 적용된 치안유지법 위반죄도 사면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조선 근대사 전문가이며 윤동주를 연구해 온 미즈노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조치에 의해 윤동주가 사면됐다고 설명했다.

교토지검 관계자는 윤동주 판결문에 찍힌 도장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1946년에 헌법 공포를 계기로 시행된 대사령에 따라 확정된 형을 삭제하는 조치가 이뤄졌는데 그 절차를 진행했다는 표시로 보인다'고 일반론을 전제로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윤동주가 복역 중 사망하지 않고 생존했더라고 가정하더라도 사면의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법원은 윤동주가 판결 선고 전에 붙잡혀 있던 약 260일 가운데 120일을 복역 기간(미결 구금 일수)으로 인정했고 이를 고려하면 윤동주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1945년 11월 말 무렵으로 사면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5년 10월에 치안유지법 등을 폐지하고 이른바 정치범을 석방했기 때문에 만약 윤동주가 생존했다면 이때 풀려났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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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 도장 찍힌 윤동주 판결문


사면 도장 찍힌 윤동주 판결문(도쿄=연합뉴스) 일본 교토지검이 보관 중인 윤동주(尹東柱) 시인의 판결문. 판결문에는 윤동주 시인의 성이 '윤'이 아닌 '히라누마'(平沼)로 표기돼 있으며 성명 표기 바로 위에 "쇼와(昭和) 21년(1946년) 칙령 제511호 대사령에 의해 사면됐다"는 문구의 도장이 찍혀 있다. (곤타니 노부코 씨 제공)

사면은 형벌을 받은 사실을 삭제하는 행위지만 이것이 일본 정부가 '저항 시인' 윤동주의 명예를 회복하거나 그를 제대로 평가한 조치로는 간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즈노 교수는 "윤동주의 전과가 없어진 것이다.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의미의 명예회복은 아니다"며 "만약 국가 권력이 수년간 붙잡아 넣은 것이 잘못됐다고 인정한다면 배상을 했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윤동주를 포함해 국가 권력에 희생된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배상하는 것이 그나마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이다.

윤동주의 유족 측은 사면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여, 일본 정부가 윤동주의 사후에 사면에 관해 유족에게 알렸을 가능성은 극히 작아 보인다.

미즈노 교수는 일본 정부가 비슷한 사안에서 일본인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으며 윤동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윤동주보다 나흘 먼저 체포됐고 같은 형무소에서 옥사한 고종사촌 송몽규의 판결문에서는 사면을 확인하는 도장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즈노 교수는 일본 검찰에 그 이유에 관해 물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했고 일본 정부가 유독 송몽규를 사면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만큼 단순히 날인을 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송몽규의 사면을 일본 정부가 다시 확인하고 그가 치안유지법으로 투옥된 것에 관해 사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동주는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1943년 7월 14일 교토의 시모가모(下鴨)경찰에 의해 체포됐으며 재판을 거쳐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복역하던 중 1945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정덕수

2015.02.15 08:52:19
*.56.30.220

귀한 자료입니다. 위안부 등의 문제를 보면

참으로 일본의 역사관에 많은 문젯점을

보여 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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