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801033806345001_b_99_20151008141232.jpg

 


 

근거 없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엄한 사람을 잡았다.

엄한 짓 하느라 사업에 실패한 거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면 소통보다 비대면 소통이 더 활발한 시대가 됐습니다. 소통이 쉬워진 건 좋은 일이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요. 얼굴 없는 악플러들이 활약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타인에 대한 폄훼와 악담으로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의 파괴를 부르기도 하지요.

인용문의 ‘엄한 사람’과 ‘엄한 짓’은 ‘애먼 사람’ ‘애먼 짓’으로 고쳐야 하는데요. ‘애먼’은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형이 아니라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혹은 엉뚱하게) 느껴지는’의 뜻을 가진 관형사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떠올리면 그 상황이 잘 그려지는데요. 가진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을 제대로 변호하지도 못하고 애먼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럼 ‘앰한 사람 잡지 마라’도 잘못된 표현일까요? 여기서 ‘앰한’은 형용사 ‘앰하다’의 활용형인데요.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는 뜻을 가진 ‘애매하다’의 준말로 바른 표현입니다. ‘애먼’과 ‘앰하다’의 쓰임을 구분하자면 ‘애먼’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이나 물건 등도 꾸밀 수 있지만 ‘앰하다’는 사람만 꾸밀 수 있습니다. 관형사인 ‘애먼’의 뜻과 형용사인 ‘앰하다’의 뜻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지요.

살다 보면 직장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어느 한쪽이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요. 그 애먼 사람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가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겁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4 덕수궁 그리고 돌담길..132년 만에 '완주' 가능 강정실 2016-02-03 9159 1
93 우리나라의 국명은 한국, 정확하게는 대한민국이다 웹관리자 2016-01-19 7923 1
92 ‘이른둥이’ ‘따라쟁이’ file 웹관리자 2016-01-02 3357 1
91 흥선 대원군의 환갑 얼굴 file 강정실 2015-12-26 5731 2
90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본판 1억 3,500만원에 낙찰 file 웹관리자 2015-12-19 3118 3
89 2015년의 신조어 file 웹관리자 2015-12-16 4250 2
88 '잎새' '푸르르다' '이쁘다' 등 표준어 인정 웹관리자 2015-12-14 2484 1
87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있는 곳(파리 북부, 오베르 쉬르 오와즈) 웹관리자 2015-11-25 4413 3
86 세종의 아들들이 거쳐간 妓女 초요갱… 불나방처럼 달려든 사내들 file 웹관리자 2015-11-17 3811 1
85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숨겨진 진실 file 웹관리자 2015-11-17 4552 1
84 풍납토성 '1700년의 비밀' 풀리나?…내년부터 발굴 file 웹관리자 2015-11-11 2962 1
83 국사편찬위, 내달 업데이트 완료…2억4천만자 '대기록' file 웹관리자 2015-11-11 2189 2
82 구한말 돈으로 관직 거래한 문서 '임치표' 확인 file 강정실 2015-11-10 2494 2
81 천경자 화백, 수개월 전 별세…‘잠자듯’ 눈 감은 꽃의 여인 file 웹관리자 2015-10-22 4524 2
80 국보 훈민정음 또 있다. 제3의 혜례본 발견? file 웹관리자 2015-10-17 3043 1
79 담벽과 담벼락 강정실 2015-10-17 2701 1
78 이미 확보해 놓은 높은 벼슬, '떼어놓은 당상' file 강정실 2015-10-17 5004 2
» <우리 말글 이야기>엄한 사람? 애먼 사람! file 강정실 2015-10-17 2169 1
76 [기사 속 틀린 맞춤법] 1억수표, 분실물이냐 검은 돈(X)이냐 강정실 2015-10-17 3130 1
75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강정실 2015-10-17 183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