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삼가야 할 장애인 비하 표현

조회 수 3699 추천 수 2 2015.03.21 18:51:05

가을야구에 등장한 '벙어리장갑'? 누군가에겐…

삼가야 할 장애인 비하 표현

  
가을야구에 등장한 '벙어리장갑'? 누군가에겐…
지난 7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의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 선수의 모습. 5일 경기에서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당한 후 보호를 위해 두툼한 장갑을 끼고 출전했습니다. /사진=뉴스1
가을이 깊어만 갑니다. '가을'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단풍, 독서, 가을소풍, 가을운동회 등등. 전 한창 진행 중인 '가을야구의 진수' 한국시리즈가 떠오르는데요. 모처럼 일찍 퇴근한 지난 금요일 저녁, 아들과 한국시리즈 3차전을 보다가 평소 야구경기에선 접할 수 없는 신기한 장면을 봤습니다. 삼성의 박해민 선수가 처음 보는 장갑을 끼고 나온 겁니다. '아 저건 뭐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캐스터의 말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아! 박해민 선수, 벙어리장갑을 끼고 나왔네요." 알고 보니 박해민 선수가 2차전 때 왼쪽손가락을 다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나온 것이었는데요. 더욱이 그날 박해민의 부상투혼이 삼성 승리의 기폭제가 돼서 '박해민 벙어리장갑'은 하루 종일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구심 하나.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4개 손가락을 따로 넣을 수 있는 장갑인데 왜 벙어리장갑일까.'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와 장갑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벙어리장갑의 어원에 따르면 벙어리에는 '푼돈을 넣어 모으는 질그릇'이라는 사전적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벙어리장갑 모양이 질그릇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는 말이 전해집니다.
또 하나는 '언어장애자는 성대와 혀가 붙어 있다'고 믿은 옛날 사람들이 4개 손가락이 붙어 있는 형태의 장갑을 보고 벙어리장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주장으로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상처가 되겠죠. 이렇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가 버젓이 사전에 올라 있는데도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널리 사용하는 현실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듯 한 사회단체가 올해 초 '벙어리장갑'의 새로운 이름을 지어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인데요. 남을 비하하는 말 말고 본연의 기능인 '착용의 간편함과 추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장갑'으로 부르자는 취지입니다. 이름 후보로는 '엄지장갑' '주머니장갑' '손모아장갑' 등이 있습니다. 이 단체는 계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올해 말 벙어리장갑 제작·유통기업, 판매 매장점포가 벙어리장갑의 명칭을 바꿔 표기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지난주 인권위원회는 언론에서 '장애자'나 '불구자' 등 25년 전 개정된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벙어리' 대신 '언어장애인'으로 사용하자고 권장했습니다. 아울러 '장님' 대신 '시각장애인', '절름발이' 대신 '지체장애인' 등의 올바른 표현을 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장애인을 낮잡아 말하는 잘못된 언어를 개선해나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들도 모욕받지 않을 권리,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죠.

가을야구에 등장한 '벙어리장갑'? 누군가에겐…
11월11일 오늘은 지체장애인의 날입니다. '빼빼로데이'란 정체불명의 날로 초콜릿과자가 넘치는 거리 대신 지체장애인이 신체적·정신적 제약없이 더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거리가 됐음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그들의 마음까지 장애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보기 중 장애인을 낮잡아 말하는 용어가 아닌 것은?
① 정신박약
② 귀머거리
③ 정신질환자

답은 ③번입니다. ① 정신박약은 '지적장애'를, ②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을 낮잡아 말하는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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