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직구? 야구용어 속 '불편한' 진실

국적 모호한 야구 용어들

  
방어율?직구? 야구용어 속 '불편한' 진실
지난 28일 오후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에서 한국이 6대3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하자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br>
"와~ 금메달이닷!" 지난 일요일 저녁, 갑자기 내지르는 아들의 환호성에 TV를 쳐다봅니다. '아시안게임 야구 2연패 달성'이란 큼지막한 자막과 함께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뛰어나와 얼싸안고 즐거워합니다. 아~ 이럴 때는 야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갑자기 야구에 아주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나도 모르게 애국심이 생기며 감동이 밀려옵니다. 안그래도 '야구경기'보단 '야구장에서 즐기는 치맥'에 더 관심 많던 나였는데, 이참에 야구에 대해 좀 알아볼까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요즘 야구광인 초등학생 아들에게 야구 기초용어부터 배우는 중입니다. "저건 뭐고 이건 뭐야." 도대체 우리말인지 외래어인지 국적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용어들이 쏟아집니다. 특히 일본어의 잔재가 담긴 용어가 많은 것 같고요. 오늘은 이렇게 잘못 쓰이는 야구용어를 허구연 해설위원과 야구기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한번 알아볼까요.

1 용병- 외국인 선수
용병이란 돈을 받고 싸우는 군인을 뜻하죠. 그런데 이를 외국에서 온 선수에게 사용하는 것은 이들을 돈을 받고 뛰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합니다.

2 방어율- 평균자책점
일본에서 온 용어인 방어율은 '투수가 방어한 비율'이라는 뜻인데요. 이는 방어율이 높을수록 그 투수가 우수한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방어율은 투수의 '자책점×9/소화한 이닝'으로, 결국 '투수가 한 게임(9이닝)당 내준 평균(Average) 자책점(Earned Runs)'입니다. 따라서 '평균자책점'이 더 옳은 표현입니다.

3 직구- 빠른 공
이 역시 일본식 단어를 그대로 번역한 건데요. 일본에서는 패스트볼(fastball)을 '스트레이토볼'이라고 하는데 그걸 직역한 것이 직구입니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구종이고 또한 좌우 변화가 가장 적은 공이어서 '똑바로 나가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직구를 써왔는데요. 직구보다는 빠른 공이라는 '속구'란 명칭이 더 적합합니다.

방어율?직구? 야구용어 속 '불편한' 진실
4 사사구
사사구(四死球)는 사구(四球)와 사구(死球)를 합친 용어인데요.
첫 번째 사구(四球)는 타자가 볼 4개를 걸러내어 출루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 야구 관계자들이 볼이 4개인 데 착안, 포볼(four ball)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이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사용해왔는데요. 요즘엔 '볼넷'(Base on Balls·BB)이라는 용어로 고쳐쓰고 있답니다.

두 번째 사구(死球)는 타자의 몸을 맞히는 투구로 일본식으로 '데드볼'로 불렸는데요. 1990년대 이후 허구연 해설위원을 비롯한 많이 이들이 방송을 통해 바로잡아 '히트 바이 피치트 볼'(Hit by Pitched Ball·HPB)이라는 영어식 표현으로, 혹은 '몸에 맞는 공'이라는 우리말로 많이 바뀌었답니다.

이렇듯 두 용어는 쓰지 말자며 순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정작 이 둘을 합친 용어 '사사구'는 여전히 쓰이는 현실입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럼 어떤 용어로 순화하면 좋을까요? 오늘은 퀴즈 대신 사사구의 순화어를 선택해주세요. 여러분의 좋은 의견도 받습니다~

① 한글 뜻을 그대로 조합한 '볼넷 몸에맞는공'
② 한글 머릿글자를 조합한 '볼넷 몸공
③ 영어 머릿글자를 조합한 'BB HPB'
④ ?

아직은 단순하고 똑떨어지지 않아 대화나 문장에서 쓰기 어색할 수 있고, 말과 어휘라는 게 대중의 동의도 있어야 하겠죠. 게다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방송사들과 야구인들의 노력으로 잘못 쓰이는 일본식 용어들이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고쳐졌듯이 일본어의 잔재가 담긴 용어들을 '시나브로' 고쳐 써나가는 것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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