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임말의 올바른 사용법

조회 수 10610 추천 수 1 2015.03.21 17:57:35

잘못 쓰는 높임말

<높임말의 올바른 사용법>

  
완연한 봄날입니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한껏 움츠려 있었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회사 앞 청계천에 나섰는데요. 여유까지 느껴보려고 커피 한잔 사들고 커피전문점을 나서는데 바뀐 컵홀더의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사물존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잘못 쓰는 높임말, 어디까지 아세요?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에 동참한 '망고식스'의 컵홀더.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 말이 물건(아메리카노)을 과도히 높이는 잘못된 것임이 알려진 후 많은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요즘엔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도 사물 극존칭에 익숙해진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자정 노력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잘못 쓰는 높임말, 이것만 있을까요?

◇압존법의 그늘- "부장님,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인 과장이 오지 않았을 때 더 상사인 부장에게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말해야 할지 "과장님이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죠? 이건 바로 '압존법' 때문인데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압존법이란 '문장의 주체가 화자(말하는 사람)보다는 높지만 청자(듣는 사람)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입니다. 즉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잘못 쓰는 높임말, 어디까지 아세요?
/사진= tvN '미생' 한 장면에 그림을 추가한 것.
그런데 직장에서 압존법을 사용하시나요? 평사원이 "부장님, 과장이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문법에 맞춰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듣는 부장 입장에서도 '버릇없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국립국어원에서도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에서 "직장에서의 압존법은 우리의 전통 언어 예절과는 거리가 멀다. 직장 사람들에 관해 말할 때에는 '-시-'를 넣어 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놓았습니다. 즉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자기보다 윗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높임말을 쓰는 것이 표준화법입니다. 따라서 부장님에게도 "과장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입니다.

◇높임말 남용- "이 음식 한번 드셔보세요"
마트 시식코너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는 이 말 역시 틀린 표현입니다.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일 땐 "고기를 잡아보세요"라고 하지 "고기를 잡으셔보세요"라고 하진 않죠.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보세요" "한 말씀 하셔주셔요"는 말이 안됩니다.
이같이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땐 맨 마지막 서술어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입니다. 따라서 음식을 권할 때는 "드셔보세요"가 아니라 "들어보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겠'의 잘못된 사용- "이 제품가격은 5000원되겠습니다"
'-겠-'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을 나타낼 때 쓰는 어미입니다. '내일은 비가 오겠다' '올봄엔 따듯하겠다'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이 제품가격은 5000원입니다"로 써야 맞습니다.

얼마 전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65%가 자기소개서 작성시 '국어문법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요. 이중 '높임말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넷 신조어나 축약어 사용 등에 익숙한 탓에 일상생활에서 높임말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게 된 게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많이 찾는 커피전문점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자정 노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이 같은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지속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맞는 말은 무엇일까요?
① 부장님, 수고하세요.
② 반응이 아주 좋으세요.
③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④ 선생님께서 너 오라고 하셔.

정답은 ④입니다. ① '수고하세요'는 '힘들이고 애쓰라'는 뜻이어서 윗사람에겐 바람직한 인사말이 아닙니다. ②는 '반응이 아주 좋아요'로, ③은 '할머니, 많이 편찮으세요?'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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