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히' 구분법

조회 수 10040 추천 수 2 2015.03.21 18:00:18

'곰곰히'?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히' 구분법

  
'곰곰히'?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간번일틈.'
20대 중반, 신문사에 입사해 가장 먼저 배운 문법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간간이 번번이 일일이 틈틈이.' 바로 '이'가 붙는 부사입니다. 다행히 기사에 많이 나오는 부사여서 달랑 이것만 외우고도 웬만한 '이' '히'는 구분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말은 참 신기하게도 헷갈린 것만 또 헷갈리죠? '간번일틈' 외에 '이' '히'가 나오면 그때나 지금이나 입속에서 한번 읊조리다 머리에서 맴돈 뒤 그제야 확신이 드는데요.

'곰곰히'?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곰곰히'?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지난해 10월 중순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한글날 특집'으로 멤버들이 한글테스트를 실시했는데요. 이중 정형돈에게 나온 문제는 '곰곰이' '곰곰히'. 정형돈의 선택은 '곰곰히'. 하지만 정답은 '곰곰이'였습니다. 이 문제는 외국인의 10%만 맞혔으니 상당수가 틀린다는건데, 사실 외국인만 그럴까요? 직접 써보고 말해봐도 헷갈리는 '이' '히', 어떻게 구분할까요?

1. '-히'가 오는 경우
: 뒤에 '-하다'를 넣어 말이 될 경우
예) 꼼꼼히(꼼꼼하다), 똑똑히(똑똑하다), 각별히(각별하다) 등

2. '-이'가 오는 경우
① '-하다'로 끝나는 형용사 끝소리가 'ㄱ' 혹은 'ㅅ' 받침일 때
예) 깊숙이, 깨끗이, 느긋이, 오롯이 등
② 'ㅂ' 어근을 가진 형용사에서 'ㅂ'이 빠지면서
예) 너그러이(너그럽다), 즐거이(즐겁다), 가벼이(가볍다), 외로이(외롭다) 등
③ 첩어(같은 단어 반복) 또는 준첩어(알록달록처럼 비슷하게 반복) 뒤
예) 번번이, 일일이, 겹겹이, 간간이 등
④ 부사 뒤
예) 곰곰이, 더욱이, 오뚝이(곰곰, 더욱, 오뚝은 부사)

정리하고 보니 가장 쉬운 방법은 '-하다'를 넣어서 말이 되면 '-히'를 붙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이'를 붙이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항상 맞는 원칙은 아닙니다. '솔직하다' '가득하다'는 2의 ①에 해당하므로 '솔직이' '가득이'가 돼야겠죠? 하지만 '솔직히' '가득히'가 맞습니다. 또 '아스라하다'의 경우 1에 해당하므로 '아스라히'여야 하는데 이 역시 '아스라이'가 맞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말엔 항상 예외가 존재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원칙은 지키되 예외는 기억하는 게 어떨까요?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틀린 말은 무엇일까요?
①나날히
②남짓이
③끔찍이
④고즈넉이

정답은 ①번입니다. '나날이'가 맞습니다. 나날이는 2-③의 준첩어에 해당합니다.

석송

2015.07.03 07:27:34
*.175.39.194

다음 중 맞는 것을 골라 보시오.

솔직이/솔직히 깊숙이/깊숙히 곰곰이/곰곰히 꼼꼼이/꼼꼼히

초등학생 시절, 헷갈리는 ‘이’와 ‘히’ 때문에 받아쓰기 백점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은 나만의 경험일까? 아나운서가 된 지금도 누군가 물어 올 때면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부사화 접미사 ‘이’와 ‘히’를 쉽게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다’를 붙여 보는 것이다. ‘하다’를 붙일 수 있으면 ‘히’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가 된다. ‘꼼꼼하다’는 말이 되고 ‘곰곰하다’는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꼼꼼히’ ‘곰곰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말끔히’ ‘쓸쓸히’ ‘조용히’에는 ‘히’가 붙고 ‘간간이’ ‘번번이’‘헛되이’에는 ‘이’가 붙는다.

그렇다면 ‘깨끗하다’이니까 ‘깨끗히’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근이 ‘ㅅ’으로 끝나는 말들은 ‘이’가 붙는다. ‘깨끗이’ ‘번듯이’ ‘느긋이’ 등과 같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쉽다.

 

‘깊숙이’와 ‘깊숙히’는? ‘끔찍이’와 ‘끔찍히’는? 어근이 ‘ㄱ’으로 끝나고 ‘하다’와 결합하는 경우에 ‘깁쑤키’ ‘끔찌키’와 같이 격음으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깊숙히’ ‘끔찍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근이 ‘ㄱ’으로 끝날 때에는 ‘이’가 붙는 경우도 많다. ‘깊숙이’ ‘끔찍이’라고 쓰고 ‘깁쑤기’ ‘끔찌기’라고 발음해야 옳다. ‘수북이’ ‘촉촉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솔직히’‘엄격히’에는 ‘히’가 붙는다.

 

애석하게도 ‘이’와 ‘히’의 구분에 있어 규칙이 모든 단어에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번거롭더라도 일일이 살펴볼 수밖에.

솔직히/솔직히(○) 깊숙이(○)/깊숙히 곰곰이(○)/곰곰히 꼼꼼이/꼼꼼히(○)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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