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조회 수 7911 추천 수 0 2014.09.21 20:28:06

문체

  문체는 작가가 글을 쓸 때 나타나는 특유의 버릇이나 말투를 말한다. 그렇다고 버릇이나 말투라고 해서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문체는 작가에 따라서 다르지만, 같은 작가라도 작품의 제재나 주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1. 어조:
  어조(tone)란 작중 화자가 독자와 대상에 대해 가지는 특정 태도를 말한다. 수필에는 화자와 작가가 일치함으로 화자의 어조는 곧 작가의 어조가 된다. 한 작품의 어조는 그 작품에 동원된 말에 의해 암시된다.
  1) 긍정적 어조= 낙천적 어조와 예찬적 어조는 이에 포함된다. 긍정적 어조는 화자가 대상을 긍정적으로 볼 때 나타나는 태도를 말한다. 긍정적 어조 중 대표적인 것이 예찬적 어조이다. 이 어조는 대상의 미덕을 예찬하는 태도를 말한다. 김진섭의 ‘매화찬’, 이양하의 ‘신록 예찬’ 등이 이에 속한다.
  2) 부정적 어조= 조소적 어조, 자조적 어조, 비판적 어조는 이에 포함된다. 부정적 어조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태도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부정적 어조는 가운데 하나인 어조는 화자가 대상을 비웃는 태도를 전달한다.

  나는 물론, 만해 선생께 인사를 드린 뒤 그분들의 담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주지 스님은 귀한 손님들에게 차 대접을 한답시고, 수많은 도구들을 늘어 놓고 꿇어앉은 채 잎차를 다루고 있었다. 그때 나는 혼자 속으로 그렇게 뽑아 내는 잎차란 것이 굉장한 맛이거니 하고 잔뜩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정작 내 앞에 돌아온 찻잔을 들어 훌쩍 마셨을 때엔 여간 실망이 크지 않았다. 그냥 그저 씁쓸한 맛 그것뿐이었다.
                                   김동리, 잎차 한 잔-
  밑줄 친 ‘한답시고’란 단어에서 작가가 작중 인물 ‘주지 스님’의 다도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조는 앞 부분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중에 생각이 바뀜에 따라 예찬적 어조로 전환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중립적 어조= 이는 단어를 지시적 의미만을 사용하는 어조이다. 객관적 사실을 서술하거나 설명하는 글에서 나타난다.

  문화권에 따라 템포의 인지 감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해서 서로 다른 문화 배경이 다르면 사람에 따라 적절하다고 생각는 모테라토의 템포도 커다란 차등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서구인들이 모테라토라고 느끼는 빠르기가 메트로놈 수치로 90회를 지칭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20도 될 수 있고 30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명희, 맥박의 음악과 호흡의 음악-

  위의 예문에서 사용된 단어들은 모두 함축적 의미가 아닌 지시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수필은 대부분 독백적 어조이다. 이런 어조는 독자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친근감을 준다. 수필의 특성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들뜨지 않은 감정의 절제가 관건이다.

  우는 아이를 떼어 놓고 오는 엄마의 마음처럼 뒤돌아서 묘비를 바라보았다. 연애 시절 “조금만 더 있다 가”하고 조르던 그의 얼굴의 떠올라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날 메모지에 짧은 편지를 썼다.
  “난 하늘만 올려다보는데 내려다보는 당신은 고개 아프지 않아 좋겠다.”
  묘비 앞에 그 쪽지를 작은 돌로 눌러 놓았다. 바람에 날려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을. 살아 있는 내가 참 욕심도 많지 싶었다. 쪽지를 놓고 온 그날은 산을 내려오는 내내 발걸음이 더욱 가붓해졌다. 최소한 그이의 웃는 모습을 상상할 수는 있었으니까.
                                 노기화, 팔당 우체통-

  자칫 감상적 어조가 되기 쉬운 내용인데도, 대상과의 감정적 거리를 잘 조절한 글이다. 哀而不悲란 이런 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정적 어조는 독자에게 화자의 자신감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 타>
단정적 어조=
  그러나 우리 불량소녀들은 공주로 살 수 없다. 살 수 없는 게 아니라 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투성이 소녀인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불량소녀들은 공주와는 거리가 멀다. 산처럼 높이 쌓은 담요 밑에 콩 세알이 있건 부서진 콘크리트 쪼가리 백 장이 있건 지친 몸 눕힐 곳이 있다면 꿋꿋하게 코까지 골며 잠들 수 있다.
                        김현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살이 쪘다면 찐 거다.-

유보적 어조= 성 싶다. 듯싶다. ~라고나 할까. 같다. 아마도, 어쩌면, 등
   일치감치 군불을 지피곤 질화로를 내다 불을 담았다. 엄동설한에 외풍을 막아 주는 데는 화롯불보다 더 좋은 난방 기구는 없는 성 싶다.
                        김애자, 산국을 태우며-

  ‘없는 성 싶다’를 ‘없다’로 고치면 독자의 저항을 받게 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2. 단어:
어떤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가에 의해 그 사람이나 그 시대의 문체가 결정된다.

  1.양서를 펴 보아라. 인생의 깊은 정신적 만남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종교의 깊은 진리를 말하는 구도자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학문의 깊은 이치를 정성스럽게 전해 주는 스승도 만난다. 예술의 황홀한 미를 직감시키는 창조의 거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파란만장 속에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소설가의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가르쳐 주는 스승들의 정다운 목소리를 대할 수도 있다.   -안병욱, 끝없는 만남

  2.가시덩굴이 길을 가로막는 골짝에 작은 삼층 석탑이 두 개 나란히 숨은 듯 서 있다. 탑 속에는 부장품처럼 햇빛과 달빛이 고여 있을 성싶다. 바람과 구름, 풀벌레며 산새의 울음도 탑을 둥지삼아 깃들어 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그동안 숱한 비바람과 진눈깨비, 때로는 무더위에 시달린 탑이다. 그런 탓인지 손으로 살짝 밀기만 해도 기우뚱거리며 부스러질 듯 조마조마한 낌새다. 어느 날은 뼈와 갈이 깎이고 뭉그러지는 아픔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용케도 버티고 있다. 그게 무슨 힘일까. 나는 슬그머니 팀 곁에 다가선다.  -유병근, 옛 절터를 찾아

  1에는, 인생, 정신, 행복, 종교, 진리, 학문, 이치, 예술, 미, 창조. 질서, 지혜와 같은 추상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감각적 상황, 배경, 상태,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다. 거기에 비하면 2에는, 가시덩굴, 골짝, 석탑, 햇빛, 달빛, 바람, 구름, 풀벌레, 산새, 뼈, 살과 같은 구체어들이 지배적이다. 안병욱의 문체와 유병근의 문체는 우선 단어에서부터 다르게 나타난다.
   2처럼 특수어와 구체어를 많이 사용한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동안 마치 직접 체험하는 듯한 실감을 주어서 정서적 감동을 일으키게 한다. 반대로 일반어와 추상어를 많이 쓴 작품은 그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문학은 관념이 아니라 관념을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특수어와 구체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리고 일부 한자어는 진부한 느낌을 준다. 만산홍엽이니, 삼라만상이니, 하는 한자어가 문장에 들어가면 그 글 전체가 진부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피하는 것이 좋다.

3. 문장:
문장의 길이는 문체에 영향을 준다. 같은 내용이라도 짧은 문장으로 쓸 때와 긴 문장으로 쓸 때 효과는 다르다. 문장의 짜임새와 문장 성분의 배열순서도 문체에 영향을 준다. 문장의 길이에 따른 표현 문장 성분의 배열순서도 문체에 영향을 준다.

문체의 종류:
  문체의 분류에는, 1. 호흡의 장단 즉 문장의 장단에 의한 분류이다. 호흡이 짧으                        면 간결체, 길면 만연체.
                   2. 느낌의 강약 즉 어조와 관련된 분류이다. 느낌이 부드러우면                        우유체, 강하면 강건체.
                   3. 수식의 정도에 의한 분류이다. 수식어가 적고 단어의 사용이                       지시적 의미에만 의존하고 감정이나 정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건조체, 수식어가 많은 장식적인 문장은 화려체.
   기타:
                 1. 구어체는 일상 회화에서 사용하는 문체.
                 2. 문어체는 표준적 문자 언어.
                    다시 말하면, 간결체와 우유체 그리고 간결체와 강건체와 화                      려체가 조합을 이룬다.

  1. 우리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난다. 때로는 어린 시절까지 되돌아가기도 한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세면서 걷던 산책길. 그 배경에 떠오르는 학창시절의 불안. 꾸며 낸 사랑 이야기들. 무엇인가 마음을 휘돌아 지나간다. 그 느낌은 여름 소낙비처럼 강렬하다. 불청객처럼 쳐들어온 영혼이 일으키는 이 작은 물결, 되돌아오는 익숙하면서 불편한 느낌, 그러나 그 느낌은 소중하다. 그것이 일요일 저녁이다. 
 -필립듬레름,김정란옮김,일요일                                                                                        저녁

 2. 편연 백설이 경쾌한 윤무를 가지고 공증에서 편편히 지상에 내려올 때, 이 순치할 수 없는 고공 무용이 원거리에 뻗친 과감한 분란은 이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의 처연한 심사를 가지게까지 하는데, 대체 이들 흰 생명들은 이렇게 수많이 모여선 어디로 가려는 것인고? 이는 자유의 도취 속에 부유함을 말함인가? 백설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지상의 누가 유혹했기에 이곳에 내려오는 것이며, 그리고 또 너는 공중에서 무질서의 쾌락을 배운 뒤에, 이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김진섭, 백설부

3. 새 소리에 날이 밝아오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송뢰에 해가 저무는 속에 나는 오늘도 담담히 잔을 기울이다가 그만 하루해를 보내고 있다. 매화도 늙고 보면, 성근 가지에 한두 송이 꽃을 꾸며 족하듯이, 이제 나는 허울을 다 떨어버린 한 그루 고매로 그저 무념무상이면 넉넉하다.
    회고하면 모두 아득한 옛날, 내 주변을 지켜 주고, 보살펴 주던 친구들의 소식은 이젠 산 너머 오도 가는 한 점 구름처럼 내 마음의 한구석을 지나가는 그림자요, 산골을 흘러내리는 물 위에 떠가는 꽃 이파리들이다.   
                                                       -이병기, 가람 문선 서

4. 모든 진실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속임 없이 솔직하며 그린 글에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이런 글을 혼자 고요히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복된 일일까. 그러나 우리는 만족하지 못한다. 누구에겐가 읽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까운 벗에게 보인다. 벗도 칭찬한다.           
                                                      -김태길, 글을 쓴다는 것

5.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사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끊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이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라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 청춘 예찬

  1의 평균 문장 길이는 15자 정도이다. 어조는 부드럽고, 단어는 주로 고유어를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호흡은 짧고 느낌은 부드럽다. 간결체와 우유체라는 두      가지 문체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2의 평균 문장의 길이는 65자 정도이다. 호흡이 길다. 긴 겹문장에 수식어가 많     다. 단어는 편연, 순치, 부유와 같은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동원하고 있으며, 미     문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노출되어 있다. 들뜬 낭만적 어조이다. 전형적인 만연     체와 화려체의 수필이다.
  3도 2와 마찬가지로 고유어를 많이 쓰고 있다. 한 문장의 평균 길이가 63자 정도     이다. 단어는 구체어와 고유어를 많이 쓰고 있다. 부드러운 회상적 어조이다. 따     라서 호흡이 긴 만연체와 부드러운 우유체를 동시에 취하고 있다.
  4는 문장의 호흡이 짧다. 단어는 진실, 아름다움, 내면, 심금, 충동과 같은 추상어     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주로 지시적 의미로 쓰였다. 어조는 중립적이다. 한      마디로 건조하다. 건결체와 건조체를 위한 수필이다.
  5는 문장의 호흡은 짧지만, 어조는 힘차다. 감정이 고조되어 어조는 들떠 있다.      앞의 2와 마찬가지로 낭만적 어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비유를 많이 동원하고     있다. 장식적인 면이 강하다. 이 글은 간결체와 강건체 외에 화려체를 취한 문장     이다. 이런 문체는 독자를 선동케 한다.

  중요한 것은 문체의 예를 보였지만, 다섯 가지 범주에 모든 문체를 포함시킬 수는 없다. 문체는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다르고, 같은 작가라 하더라도 그 작품에서 다루는 제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럴 뿐만 아니라, 30년대 문체가 있고 50년대 문체가 있다. 따라서 문체는 작가의 개성이 잘 나타나므로 각자 개성 있는 문체를 개발할 것이며, 어떤 제재에는 어떤 문체가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그때마다 숙고하는 것이 좋은 수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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