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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서 [1]

작가 한만수 시인 

냇가에서 한만수 앞에 선 어머니 왼발 톡톡 돌잠 깨우듯이 냇물을 건너신다. 솔바람에도 마른 풀잎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어머니 징검다리에서는 기우뚱 주춤이는 긴허리.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까. 빠른 물살은 흠칫 치맛자락 휘감아 훔쳐본 듯 얼굴이 붉어져 회오리 물속으로 단번에 곤두박질이다. 흰거품 꼬리 뱅그르르 남기고 올가미같은 돌쩌귀 함정마다 앗차, 건너뛰는 발꿈치 은가루 날리며 발목이 하얗다. 돌마다 물방울퍼지고 마르면서 그흔적이 신비로운 문양들로 변해 영혼 문신 곳곳 아픔을 새겨넣는다. 마치 전설속으로 걸어가시는 듯한 어머니 우리들의 땅이신 어머니. 저만치 앞을 보면 나뭇잎 스쳐가는 옷깃바람결 눈가에 물맴인다. 약력: 자유문학 시부문 등단 뉴욕시문학회 한국문협 미주지회...

물밥 [1]

작가 한길수 

물밥 한길수 어릴 때는 몰랐다 어머니는 반찬도 많은데 국그릇에 물 부어 물밥을 후루룩 마시듯 드셨는지 빈 그릇 내려놓고 천장 보며 한숨 쉬는 의미가 뭐였는지 고국을 떠나온 이민자에게 매일 열한 시간 일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마는 날은 더워 땀 흘리며 흥정하다 흐트러트리고 간 옷가지와 손님 뒷모습 보며 불쑥 고개 내미는 스트레스에 말아 놓은 물밥을 떠올린다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될 때 남은 밥에 시원한 물 넣고 총각무 한 조각 깨물면 편한 어머니 얼굴 떠오르며 가슴에 사무친 그리움으로 감칠맛 나는 한 끼가 되었다 어릴 때는 몰랐다. 저녁을 물리신 아버지는 물밥이 소화되기 전에 드러누워 코를 고셨는지 잠속에서 홀 눈물 같은 것 강으로 쏟아내지 않았을까 기름진 음식이 즐비한 식...

옷걸이 빨래 춤

작가 최용완 

옷걸이 빨래 춤 최용완 빨랫줄에 옷걸이가 출렁거린다 바람이 즐거워 콧노래 흥겨워 어쩔 줄 모르는 날씨에 옷이 춤을 춘다 빈 마당에 마음 빠진 옷 짓이 아침에 젖은 몸 빨랫줄에 늘어지고 오후에는 살맛이 훈훈하다 옷걸이에 빨래는 뽐낼 줄 안다 명품가방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향수까지 땡볕에 마른 옷이 사람을 입고 간다 주인이 걷어가기 전에 널려있는 동안 제값하고 살리라 짝이라도 있는 듯 한판 웃긴다 약력: 전남 순천 출생 서울대학 공대 건축과 졸업. 미네소타주립대 대학원 졸업 미주문학 시. 에세이포레 수필 당선 현재 사랑방 글샘터 회장. 저서: 새로운 눈에 보이는 세계. 무등산, 가을 호랑이

일탈逸脫

작가 최선미 시인 

일탈逸脫 최 선 미 오후 2시 청량리를 뒤로한 무궁화호는 저녁 6시 8분 사북역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다 시계를 보니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역전을 등 뒤에 두고 6시 42분 서울행 열차를 기다리며 마을을 안고 있는 산을 바라본다 노을이 지며 산이 짙어지더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빛과 소리를 거느리며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더 많이 떠나야겠구나 외로움 속에서만 너를 만나리니, 기다린다 하루를 싸우며 너를 기다린다 다시 내 몸이 부서진다 약력: 서울출생 2013년 하와이 이민 한국문협 하와이지부 총무

눈물 [2]

작가 정 크리스틴 

눈물 정 지 현 못다 흘린 눈물 있어 이 겨울 풋풋이 주저앉은 낙엽 위에 서러운 가슴 위로 부슬부슬 눈물 되어 뿌리는 비 노랑은행잎 가로수 아래 지금도 마르지 않은 고인 눈물… 뿌연 겨울 하늘 아래 내리는 겨울비 한여름 그리고 가을 멈추어 마를듯한 가슴 깊숙이 이 겨울비가 내린다 눈물 되어 내린다 약력: 아호 석류 하와이대학교 졸업 석사 이수 미주 시문학회원. 미주청하문학 회원 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원

기다림 [1]

작가 전달문 

기다림 나는 오늘도 우체국 앞을 서성인다. 딱히 누구에게 보낼 사연도 꼭 전해야 할 등기우편도 보내올 큼직한 소포도 내겐 없는데 나는 날마다 우체국 앞을 서성이며 꿈을 덮는다. 약력: 1938년 평남 평양 출생 재미시인상 국제펜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제주 우도에 남훈 문학시비 및 문학관이 세워짐

그림자 [6]

작가 임문자 시조 

그림자 임문자 그것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면서 나의 흉내를 내며 걷는다 그것의 모양은 수시로 변하나 신기하게도 나의 모습을 닮아있다. 비가 오거나 어두워지면 방안으로 들어와 내 곁에 앉아 ‘너는 나의 운명’이라고 소곤거린다. 그러나 나는 주인이며 그것은 나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영원한 동반자 그것의 운명은 또한 나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태어나 건강한 몸짓으로 건강하게 움직이기를 원한다.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것에게 어느 날 무심한 듯이 물을 것이다. 넌지시 내 마음 드러내 보이며 내가 물으면 나의 분신인 그것은 마침내 모든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작별의 시간 그러한 날도 온다는 것을 알게...

파도의 눈물을 들어라 [1]

작가 이훤 

<파도의 눈물을 들어라> 울고 있는 그대여 고된 삶 살아가다 호흡마저 쓰라릴 땐 파도의 눈물 들어라 세월에 바위에 골백번 부서져도 기필코 일어서는 한사코 일렁이는 파도의 눈물 들어라 부서짐 없인 눈물 없고 눈물 없인 삶도 없다며 애잔히 밀려오는 삶의 숨결 들어라 애환의 눈물 먹어라 약력: 미시건 출생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문학의식. 심상 등단 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시조) 아리조나 선인장

작가 이초혜 

 아리조나 선인장  이초혜 아리조나 목타는 사막에 오롯이 핀 선인장 꽃 뜬 세상 밀어내고 파아란 하늘 마주보며 무슨 꿈 그리 서리어 지칠 줄을 모르나 이(채)초혜 경기여고,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동아일보사 기자(한국) 미 국방외국어대학 한국어교수 역임(미국)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시조문학 천료, 시(문학세계-한국) 저서: <창밖엔 치자꽃이-문집><시간의 바람결-영한시집>

나팔꽃

작가 이천우 

나팔꽃 이천우 애초부터 뼈대 없이 세상에 나와서는 미풍에도 흔들리며 시달렸다 혹시나 잡히는 것 있나 하고 연약한 거미손 허공으로 저었다 아무리 더듬어도 잡히는 것 차디찬 바람의 벽 소리 처도 손잡아 주는 이 없는 허공뿐 운명처럼 쇠 파이프를 잡았다 전신으로 똘똘 감고 또 감으며 한치한치 올랐다 어쩌다가 심술 바람을 만나면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처음부터 다시 기어서 칭칭 감으며 올라야 했다 찬 이슬 내리고 바람이 빨리 옮기라고 재촉한다 소명을 위해 멈출 수 없어 단 하루를 살아도 임을 위한 진한 청색 꽃을 피우리라. 충북 음성 출생 순수문학 수필 당선 시 마을 시 당선 한국문협 시분과 회원 미주 워싱턴문인회 회원 한국 현대시인협회 회원 펜문학 워싱턴 회원 시집: 시간은 휴식이 필...

너무 시끄러운 고독

작가 이장정숙 시인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장정숙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로 첫 문장이 시작되는 소설이 있어요. 백삼십 쪽 분량의 짧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무려 스물예닐곱 번이나 반복되는 “삼십오 년”이라는 시간을 온몸으로 가늠해 봅니다 나는 삼십여 년간이나 한 남자를, 詩를 압축해 왔지요 그들은 끝내 살아냈고 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었지요 이제 겨우 두 번이지만 꾹꾹, 생을 눌러는 보았으니 나의 철학적 나이가 두 살쯤은 된다고 우겨봐도 될까요? *브흐밀 흐라발(Bohumil Hraber)의 소설 제목 약력: 이장정숙(본명: 장정숙. 미국명: 이정숙) 1964년 경북 예안 출생 2008년 미주시인(현 미주시학) 신인상 2009년 자유문학(이장정숙) 필명...

캐나다 기러기

작가 이병호 

캐나다 기러기 이 병 호 겨울이 되어 머나먼 수천리 길을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날아와 이곳 까지 찾아 왔네 일 년 내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곳에 삶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짝과 함께 올 때는 서로서로 돌아가기로 기약했는데 몇 해 전 부터는 고향의 그리움을 잊어버리곤 어느덧 이곳 생활환경에 익숙해 졌나 봐 시간의 바퀴는 돌아가는데 변함없는 생활 어느 누구도 탓할 수가 없나보다 풀밭에서 떼를 지어 짝을 이루고 풀을 뜯어 먹고 옆 호수에서는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어느새 낳았는지 새끼들도 뒷뚱뒷뚱 걷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네 걱정도 근심도 모른 체 하루하루가 여유만만한가 보네 부부애가 각별한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접근하려느냐는 표정으로 수...

3대 캐년을 다녀와서 [1]

작가 이금자 

3대 캐년을 다녀와서 이금자 깊고 깊은 산중에 혼자 남은 그랜드캐년 그의 넓은 가슴속엔 오직 브라이스캐년 생각으로 가득 찾다 둘은 서로서로 사랑하면서도 미로 같은 용궁 빠져나올 수 없어 관광 온 사람들에게 소식을 묻곤 한다 그러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우우-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약력: 1993년 조선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회원. 수요시 동인 저서: 장미 5월의 하루. 어느 봄날의 축제

석류나무 [1]

작가 이경아 

석류나무 이경아 꽃눈 뜨게 하고 꽃망울 달래어 피어나게 하던 날 샘 많은 바람 봉오리 잡아 채 갔다 지 너무도 고운 너 쉴 새 없이 찾아오던 벌 나비 부끄러워 모르는 체 했더니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 가슴 가득 피빛으로 멍들어 가던 나날 달구어진 여름 볕 숨 막히던 날 많았지 세찬 바람 이고 밤새 내리는 빗줄기 고통스럽다 해도 외로움보다 더하랴 꼭꼭 싸매어 깊이 숨겨 둔 그리움 보고픔에 맺힌 멍울 쌓이는 한 알갱이 한 알 또 한 알 물들어 가는 서러움 안으로만 삭여 온 아픈 사랑에 피 맺히고 가슴 속 숨겨둔 주홍 글씨 알알이 쏟아지는 참담한 기억들 버리는 아쉬움 비어버린 홀가분함 새로이 꽃 피울 그날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 약력: 부산출생 한국문협 미주지회 시부문 신인...

지짐이

작가 이경미 시인 

지짐이 미국댁이 부쳐내는 지짐이는 좀 도톰하여이다 아이들의 팬케익 구워내듯 앞뒤 한번씩 뒤집어가며 익혀만내더이다 미국댁 어머니의 지짐이는 눌리고 눌려서 김치내와 기름내가 다시 눌려서 살과 살이 지져지고 으깨어졌더이다 빈대떡 한쪽을 부쳐내는 일에도 그만큼의 한을 꾹꾹 눌러 지져냈더이다 약력: <뿌리문학> 시. 수필 등단 오레곤문협 회원 한국문협미주지회 회원 Columbia University MA Brigham Young University MBA

거미줄

작가 윤영미 

거미줄 윤영미 거미의 생명줄 함부로 건들지 마라 진정한 승자는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거야 바람도 건드리지 못하는 거미줄 함부로 걷어 내지 마라 거미의 희망이고 빛이고 생명줄이니까 그런데 내 머리에 이게 뭐지? 거미줄? 세상이 요지경 속이다. 약력: 1981년 도미. 삶터문학 시 등단(1994년). 시대문학 시 등단(1997년). 수상경력: MBC문화방송국 레이디경향 시 공모전(작품 유월) 대상(1976년). 푸른세대 운동본부 주최 시 공모전(작품: 고향으로 가는 새) 대상(1977년). The Famous Poet Society, (USA New Millenium Poet) 선정. 국제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경력: 맘앤아이 윤영미의 ‘지상문학 강좌’. 1480am 라디오코리아 ‘시와 인생&r...

소년 [1]

작가 유진왕 

소년 유진왕 가을이네 하늘이 높아 눈이 시리고 도서관 앞 잔디에 누워서 바라보던 파아란 그 하늘이네 명석한 두뇌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허접스런 일상에 늘 급급해 시대를 아파하는 가슴에도 낯설던 그 무지렁이 소년에게도 가을 하늘은 공평했었지 그래서 누가 내게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 물으면 난 지체없이 가을이라 말했소 눈을, 아픔을, 혼잡을 모두 흡입해 버리는 그 파아란 가을 하늘은 내 영혼의 모태 강산이 여러 번 변하고 그 야무지던 꿈들도 퇴색해 버린, 게슴츠레한 눈길의 소년이 오늘 다시 그 하늘을 보았소, 먼 길을 돌아서. 약력 미주문학 시신인상. 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원 한국, 파라과이, 캐나다, 미국에서 한인교회 및 미국인교회 담임목사로 30여 년 봉직 현재: 캘리포니아 요르바...

천 년의 북

작가 유국진 

천 년의 북 나는 아파도 울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울어도 나는 울지 않는다 한 잔 술에 몸을 떨구고 눈 뜨지 못하는 미명未明에 몸은 운 적 있지만 나는, 나는, 울지 않는다 연보랏빛 찬연한 거리 한 송이 꽃이 무색無色이 되어 사철을 잊은 채 정주定住해 있다 정물이다! 아니, 혼이 깃든 율동이다 몸은 박제가 되어도 운다 둥둥 둥둥둥~ 둥 둥 둥둥~ 내 혼의 관음을 때리는 천 년의 북! 허허, 허허, 허허바다… 몸은 울어도 나는 나는 울지 않는다 약력: 경북 영덕 출생 건국대 졸업 우리문단으로 등단 시집: 민들레 고향, 초혼집, 외로운 의자, 천둥과 시인, 천 년의 북 한국문협 및 미주지회 회원

오늘도 이 길을 [1]

작가 유경순 시인 

오늘도 이 길을 유 경 순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나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시커멓고 누렇게 절여 있는 이런저런 사연들을 다 끌어다 하나씩 낙숫물 통에 푹 담가 곰탕 끓이듯 조심스레 국자를 휘이 휘젓는다 발 담근 긴 길이라 고집하고 꺾인 꼬리는 잃어버리기 쉽다지만 잃어버렸던 무명저고리 색동옷을 보면 궁금한 사연들의 가닥을 하나하나 훑다가 헛방 짚는 어릴 때 친구의 버릇까지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혼자 희희덕거리며 몸살기로 고이 접어 차곡차곡 쌓는다 아, 내 가슴 한구석에는 아직도 아궁이 장작불이 눈앞에 가물대고 고추잠자리, 개똥벌레, 봉숭아꽃 숨바꼭질하던 고향이 그리워 가게 건너 우체통 옆에 서서 먼 데 있는 도심거리를 바라본다 백 년이든 천 년이든 역사의 수...

새 아침 여는 겨울 산허리

작가 오애숙 

새 아침 여는 겨울 산허리 은파 오애숙 서릿바람이 살갗 휘몰아치는 겨울 산허리에 호롱불 두 눈 감기고 잠드는 두메산골이다 새벽녘 목련처럼 피어난 송이송이 눈꽃이 겨울 산허리에 잠든 두메산골을 보얗게 새 아침을 연다 약력: 미주기독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미주지회 소설 등단 서울문학 작가상 저서: 소라궁의 별왕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