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현 문학평론가

조회 수 1476 추천 수 2 2019.01.01 07:08:51

                                                                   

                                                                       詩의 모작模作에 대한 논고論考
                                                                  -<진달래꽃>과 <향수>를 중심으로

                            

                                                                                                                                                               박방현

                                                                                                                                                       시인.  문학평론가


  詩의 모작(Imitation)에 대해 기술하기 전에 과연 모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定義 해보고자 한다. 모작이란 어떤 창작물이 정당한 판단기준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거나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인정받을 때 그 창작물의 원본原本이나 원형原形을 모델로 하여 그와 유사하게 본을 뜨거나 흉내를 내서 제작하는 별개의 제작물을 이름 하여 모작이라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예술작품에 그러한 모작이란 행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모작의 모델이 되는 창작물은 일단은 예술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이고 그 예술품의 품위나 가치성이 높이 평가되는 예술작품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그 예술작품과 유사하게 본을 뜨거나 흉내를 냄으로 일거에 그 모작도 원작의 후광 속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 모방자는 존경과 영예를 손쉽게 얻게 되며 물질적 풍요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모작을 감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현실적 타산이나 이해관계에 얽혀 원본을 모델로 하여 모작을 시도하게 되고 모작행위를 감행하는 것이다. 또한 모작을 하는 당사자도 그 모작행위가 유해한 행위이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부당한 행위임을 알면서도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모작행위를 자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모작행위에 대해 더 면밀하게 고찰하고 분석해 본다면 첫째로는 모작을 감행하는 당사자는 예술작품을 창작함에 있어 각고의 심혈을 쏟는 노력 없이 안일하게 대단한 성과를 얻고자하는 욕구 즉 이시고잉(easy-going)의 심리에서 발단이 되고 둘째는 자기능력의 한계나 역량의 부족함에 부딪칠 때 그 돌파구의 하나로 모작을 선택하게 되고 셋째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명예와 부를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 본다. 넷째로는 창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적 제약을 받을 경우에도 손쉬운 모작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작행위는 그 원형의 예술작품을 창작한 원래의 창작자에 대한 권리침해며 명예훼손이다. 또한 모작을 취득하거나 감상하는 불특정 다수에게도 물질적 정신적 지대한 피해를 유발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우라도 모작행위가 용납되거나 허용되어서는 결코 아니 되며 진실하고 양심적인 예술인이라면 그 모작의 유혹에서 초연한 작가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예술전반에 관한 모작의 문제를 거론하기보다 문학작품으로 한계를 축소하겠고 특히 시에 대해 한정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시에 있어 모작이란 어떤 형태와 내용을 지닐 때 모작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고 그 판단과 평가기준은 무엇인지에 구체적으로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들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모작에 대한 올바른 평가 방법일까 하는 점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비행기가 비행하는 원리를 새에서 도입했다거나 제트엔진의 원리를 바다 속에 사는 오징어의 항진원리에서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해서 모방이나 모작이란 문제를 들어 질타하거나 비난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시의 모작문제도 원리나 원론적인 것까지 소급하거나 확대해석 할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성공한 시인의 시풍을 다른 시인의 시작품에서 그와 유사한 시풍을 감지했다고 해서 모작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한 편의 시를 모델로 해서 그와 같은 시풍이나 뉘앙스를 풍기게 하고 거기에 동일한 시어나 동의어同義語적 시어로 환치換置해놓았을 을 때 우리는 그런 부류의 시를 모작시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고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보자면 모작이라 말할 수 있는 요건은 거기 등장하는 시의 소재나 또는 주제나 시어나 시행이나 시연이나 시풍에서 두루 상사점을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감히 모작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사람의 시인으로 시단에 등단하여 기성시인으로 자리매김 하기 전에 그 누구에게나 아마추어적 습작과정이 있기 마련이며 그 습작과정에서는 존경하는 시인이나 애호하는 모델 시가 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존경심이나 흠모가 시세계로의 입문의 촉발점이 되기도 하고 또한 습작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나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습작과정에서는 그 존경하는 선배시인을 모방하여 그 작품을 흉내를 내보고 모작도 하며 자기의 시적 저력을 키우면서 성장의 활력과 시의 세계를 지향하는 발판과 추진력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란 이름 하에 있을 땐 타인의 예술작품을 복제하든 모작하든 세상 밖으로 그 작품이 들어나지 않는 한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속할 뿐이라 생각된다. 
  어느 날 이런 고된 습작과정을 털고 한 사람의 등단시인이란 기성의 이름으로 세상에 들어내졌을 때는 그 시인 스스로가 그 누구의 아류이거나 모방자이거나 그 어떤 풍에 속한 시인이기를 거부해야 하고 당연히 그런 시 쓰기를 지양止揚해야 함이 마땅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그 시와 접하게 되는 독자든 평자든 그 누구라도 호의적 시각으로 보지 않고 그 시를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게 되며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작시란 말은 말 그대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하나의 새로운 신기원의 시세계와 시작품을 의미하고 또한 개성이 잘 드러나는 특출한 새로운 시를 보여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창작이란 어의語意 자체가 기존의 것을 답습하고 재현하고 모방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거나 더 새로운 그 무엇을 모색하고 탐색해내기를 바라며 제시해주기를 독자들은 고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본 필자는 우리의 시에 있어서 예민한 모방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나가서 그런 모방과 모작의 문제가 우리의 시사詩史에는 없었는지 궁금히 여겨왔었다. 본 필자는 그 모작의 문제에 대해서 각별히 천착해오던 중 한국시의 양대 산맥이자 후진들이 존경하고 흠모하며 우리시사에서 대들보 격인 소월시인의 <진달래꽃>과 정지용 시인의 <향수>란 시들에서 모작이란 근거를 찾아냈고 때늦은 감은 있지만 모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이 글을 쓰기에 이른 것이다. 
  예술 전반에 걸쳐 간혹 표절이나 모작의 문제가 회자되기도 하지만 본 필자는 여기에서 이 글의 제목처럼 시의 모작에 국한해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서정시의 원로 격인 소월시인의 <진달래꽃>과 30년대의 모더니즘의 시류詩流 속에서 뛰어난 동양적 언어감각과 이미지의 형상화에 있어 독보적 존재였던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대해서 모작의 문제를 검토 고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소월의 <진달래꽃>에 대해서 모작여부에 대한 검토와 문제제기를 하고나서 

        김정식(1902 , 8,6(음)~ 1934.12.24) 시인 호는 소월素月 평북 곽산 출생
        남산 보통학교. 오산중학교 졸 일본 도꾜 상대 중퇴. 오산학교 은사인 안
        서 김억으로 부터 문학수업함. 1925년 <진달래꽃> 시집 상제했음. 한국
        서정시의 대부 격인 시인임. 한국인의 애송시 1위인 <진달래꽃> 씀
        (리동수 지음 김재남 해제,((북한의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 연구)),
        살림터, 1992년 240면, 북한자료에 의거) 

  다음으로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대해서 고찰해보겠다.

             진달래꽃 
              -소월 작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ㅅ대(때)에는
     말업시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寧邊에藥山    
     진달내ㅅ곳(꽃)
     아름ㅅ다(따)다 가실길에 ㅅ부(뿌)리우리다
     가시는거름거름
     노힌그ㅅ곳(꽃)츨
     삽분히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ㅅ대(때)에는
     죽어도아니 눈물흘니우리다

위 소월의 시는 1922년 <<개벽>>지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먼저 소월시인에 대해서 그의 출생과 성장과정과 그가 요절하기까지의 인생역정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해보겠다. 소월의 본명은 정식廷湜이고 평북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 569번지에서 1902년 9월 7일 부친 김성수와 모친 장경숙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밑에서 구학문을 공부하다가 남산보통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오산중학에 입학했으며 오산중학교에서 안서시인 

        안서 김억의 본명은 희권熙權, 평북 정주 곽산 출생
        오산학교 졸, 일본 케이오 의숙을 중퇴하고 귀국 오산학교
        교원으로 재직, 김소월의 은사이자 시작 지도를 했음 <한국
        시대사전 530면 참고

김억의 제자로 본격적인 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는 1916년(14살) 때 3살이 많은 홍실단과 결혼을 했다. 그의 시력詩歷은 1914년에 <긴 숙시熟視>를 썼고 1916년 <<근대사조지>>에 발표했으며 또한 1916년 <먼 후일>을 작시했다. 1919년 3.1운동에 동급생들과 같이 가담했으나 용하게 화를 면했다. 동년 4월에 소설 <춘조>를 탈고 했고 1920년 3월에 <그리워>를 <<창조 5호에>>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를 <<학생계 창간호>>에, <춘조>를 <<학생계 3호>>에 발표했으며 1922년에 배제고보에 편입 1923년에 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 후 고향에 돌아가 잠깐 동안 사립학교 교원으로 지내다 동경상과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나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여 고향으로 귀국했으며 그가 죽을 때까지 고향에서 동아일보 지국을 했고 사업에 성공하지는 못 했다. 그의 유명한 시집인 <진달내>는 <<매문사>>란 출판사에서에서 1925년에 출간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밝히고 넘어갈 일은 소월의 <진달내>시집이 나오기 전에 소월의 은사이신 안서 김억은 역시집 <오뇌의 무도>를 1921년에 출판했고 이 역시집은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 ~1939)의 제3시집 중에서 8편의 시를 번역한 역시집이었다. 그 중의 한 편의 시가 바로 <꿈>이란 시이고 소월의 <진달래>가 이 시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이란 시의 모작이란 얘기다. 예이츠는 

      예이츠 William Butler ~(1865-1939) (아일랜드의 극작가·시인; 노벨 문학상수
      상
      4) 이영걸(1939년 4,10생),1970년 세인트루이스대 대학원 졸업 영문학 박사
     (1970년-)한국외국어대 교수, 서양어대학장, 대학원장 역임,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 역임 

아일랜드의 시인이며 초기에는 낭만적 시를 썼고 후기에는 상징주의의 시들을 썼다. 아일랜드 자유국의 원로원의 의원이기도 했으며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The Lake Isle of Innisfree><인이스프리 섬>이란 시로 더 잘 알려진 시인이기도 하다.
  소월시인의 은사인 안서 김억 시인이 역시집을 낸 후 그로부터 1년 뒤 위에서도 얘기한대로 1922년에 소월 시인은 <진달래꽃>을 썼으며 3년 뒤인 1925년에 <진달래꽃>이 표제 시로 된 시집을 냈다. 그 시집 중에 예이츠의 시 <오뇌의 무도>9편이 소월의 시작詩作에 반영되었으며 그 외에도 예이츠 시 3편의 시가 더 반영되었다는 얘기다. 이 논거論據는 이영걸 
교수의 <<영미시와 한국시 II>>란 논문집 중 <소월과 예이츠>제하의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임을 먼저 밝혀둔다. 필자는 그 모든 시편들을 소월 시와 비교 검토하고 싶진 않고 소월의 대표 시격인 <진달래꽃>만을 비교 검토해볼까 한다. 아래는 안서 김억 시인이 번역했던 예이츠의 <꿈>의 원어 영문 시 전문이다.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다음은 <고뇌의 무도>란 안서 김억의 역시집 중에 위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한 시 <꿈>의 전문이다.

      내가 만일 光明의
      黃金, 白金으로 ㅅ자(짜)아내인
      하늘의繡노흔옷,
      날과밤, ㅅ도(또)는 저녁의
      프르름, 어스럿함, 그리고 어두움의
      물들린옷을 가젓을지면,
      그대의 발아래 폐노흘려만.
      아아 가난하여라, 내所有란 ㅅ굼(꿈)박에업서라,
      그대의발아래 내 ㅅ굼(꿈)을 폐노니,
      나의생각가득한 ㅅ굼(꿈)우를
      그대여, 가만히 밟고지내라.

  우리가 소월의 시 <진달래꽃>과 예이츠의 <꿈>이란 두 시를 비교 검토해 본다면 두 시의 상사점과 모작관계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두 시가 영향을 받았다는 설은 영문학자 이양하 이양하. 

             <소월의 진달래와 예이츠의 꿈>
             (이양하 교수추념문집). 1964, 24-33면

교수에 의해 제기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위에 예문으로 든 영문 원본 시중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을 번역해 본다면 <<나는 그대 발아래 천을 뿌리리라>> 라고 했는데 <천>이란 시어를 빼고 그 자리에 <<진달래>>를 대입한다면<<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와 일치하고,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를 번역한다면 <<그대 발아래 내 꿈들을 뿌리겠다.>> 라고 했는데 <<dreams>> 대신에 <<진달래꽃>>로 치환에 넣는다면 <<그대의 발아래 진달래꽃을 뿌리우리라>> 와 일치 하고,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를 번역한다면 <<그대여 내 꿈들이기에 가만히 밟고 가라>>이고 그 <<꿈>>이란 시어 대신에 <<진달래꽃>>을 환치한다면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위 예문에서 보다시피 예이츠의 시 <꿈>과 <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의 두 시는 시의 소재와 주제와 시적 이미지와 여러 시행과 시어들이 상호 일치함을 보여준다. 모든 시적 표현들이 우연의 일치라고 그 누구도 항변하지 못할 것이고 또한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여러 교수 분들의 부드럽고 유연한 표현 대신에 그 진실에 대해 적확的確하게 표현한다면 두 작품 사이엔 모작의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위 예이츠의 시에서 <<옷>>이란 시어 또는 <<꿈>>이란 시어 대신에 소월은 <<진달래꽃>>을 대입시켰고 예이츠는 그 <<천 , 꿈>>을 사랑하는 이의 발아래 펴놓으면 살며시 밟고 가라는 시적 표현이고, 소월도 사랑하는 이의 발아래 <<진달래꽃>>을 펴놓을 테니 즈려밟고 가기를 바라는 표현은 예이츠의 시나 소월 시 모두 공통적이고 동일한 시적 표현과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 무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의 행의 숫자도 안서의 역시는 11행으로 이루어졌고 소월 시는 12행을 이루고 있어 시의 형식과 형태 면에서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소월이 1902년생이므로 <진달래꽃>을 작시한 연령이 20대 전후일 것이다. 물론 시를 체험이 아닌 상상력에 의존해서 시를 쓸 수도 있겠으나 한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으로서 이별의 서정을 주제로 한 시인 <진달래꽃>을 20세 전후의 소월이 쓸 수 있다는 것도 좀은 앞뒤가 맞지 않은 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달래꽃의 짜임> 이란 글에서 이명재 이명재 <(진달래꽃)의 짜임>, 에서

      <김소월   연구>, 세문사 1982년, 1986년 간 
 
집필자는 “<진달래꽃>의 떠나는 또는 보내는 임의 시적 이미지는 고려의 속요인 <가시리>의 시적 율조와 상황정서와도 공통점을 지닌다고” 했다. 이 두 시 예이츠의 <꿈>과 <가시리>의 보내는 임의 시상을 결합한다면 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소월 시 12편 모두를 비교 검토하는 일은 여기서 접기로 하겠다. 이와 같이 소월의 <진달래꽃>과 안서 김억의 역시인 예이츠의 시 <꿈>과는 누가 보더라도 소재나 주제나 시어와 시행들이 일치한 점을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상사점이 많은 것이다. “안서의 선별적인 역시譯詩 중에는 헐거운 의역意譯과 함께 오역도 눈에 띄지만 <오뇌의 무도>에 실린 예이츠의 시편들은 전체적으로 소월의 시작詩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월 시집 <진달래꽃>은 안서의 역시집 <오뇌의 무도>에 실린 예이츠의 시편을 숙독한 자취를 들어낸다. <진달래꽃>과 <꿈>의 연관 이외에도 <깊피밋든心誠>, <님과벗>, <黃燭불>, <꽃燭불 켜는밤> 등에 각각 예이츠의 <The Lover Pleads with His Friends for Old Friends><A Drinking Song><The Old Men Admiring Themselves in the Water><Down by the Salley Gardens> 등의 시상이 반영 되었다” 라고 이영걸 교수는 말하고 있다. 
  <진달래꽃>을 확대해석해서 망국의 한을 노래한 시라고 혹자는 말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상상이나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에 필자는 <진달래꽃>을 순수 서정시이고 7.5조 율조로 된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시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정지용 시인의 출생에서 남북 되어 북으로 끌려가다 병사했다는 행적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정지용 

       정지용은 충북 옥천에서 출생, 휘문고보와 일본 동지사 대 영문과 졸.
       휘문고보 시절부터 시작을 함, 그의 시풍는 1930년대 모던이즘이 관통하고 있 으며 감각성, 공간성, 이미지의    형상화가 두드러지며 향토적 언 어감각이 뛰어난 시를 썼음, 
      <정지용 연구> 새문사 간, 김학동,김대행,마광수 포함 14인 공저.

시인은 충북 옥천군 옥천면 하계리에서 1902년 6월 10일에 출생했으며 1913년(12세) 동갑인 송계숙과 결혼했고, 1918년 휘문고보에 입학했다. 1922년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교비생으로 일본 교또(경도)의 동지사대학 영문과에서 수학했으며 동시에 문학 활동도 활발히 했다. 1929년 대학을 졸업한 후에 휘문고보에서 영어교사로 16년을 재직했고 1945년 해방 되던 해에 이화여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었다. 이화여대를 그만 두고 1946년에 경향신문사 주간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1947년 신문사를 사퇴하고 이화여대로 복직했다. 정지용 시인이 경향신문사에 재직하던 1947년에 정지용 시인이 추천해 등단한 후배인 미당 서정주시인의 <국화꽃 옆에서>란 시가 발표 되었다. 정시인은 다시 대학을 1948년에 사퇴한 후 불광동 녹번리 초당에 은거한 후 서예와 집필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고 1950년 6.25가 일어났고 7월 하순 이북으로 끌러 가던 중 병사했다고 전한다.
  그의 <향수>는 정지용 시인이 동지사대학 재학 시 쓴 작품이며 <<조선지광 65호>> 1927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렇다면 <향수>는 과연 어떤 시인의 시를 모작했을까 하는 것이 지극히 궁금한 부분이다. 여기서 미국 시인 트럼불 스티크니 트럼불 스티크니( (Trumbull Stickney,1874~1904) 미국시인

   프랑스 파리대학에서 문학박사 취득, 김현승 시인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
  지> 시집 참조 
  
(Trumbull Stickney,1874~1904)란 시인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트럼불 스티크니는 미국의 근대시가 현대시로 전환하는 1900년대의 과도기에 등장해 활동한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미국인으로 파리대학의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걸출한 학자이기도 하다. 또한 인격과 교양을 겸비한 시인이며 그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되어 많은 문학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 않았을까 사료된다. 아래에 인용한 글은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란 고 김현승 시인의 시집에 소개된 글이다. 거기엔 트럼불 스티크니의 <추억>이란 시가 소개되는데 그 시를 여기 옮겨 보겠다.

            추억
             -트럼불 스티크니 작

    지금 가을이 오는 내 추억의 고향길 모퉁이
    하냥 다사로운 바람결 스치고
    태양 향그러이 긴 여름날
    산마루 감돌아 그림자 조용하던 곳

    지금은 치운 바깥 내 추억의 고향
    한낮에 금빛 보리밭결 소소 떠는
    날신히 가늘은 제비 날개여
    누른 소 넓은 들에 한가로이 풀 뜯던 곳

    지금은 비인 땅 내 추억의 고향
    칡빛 머리단에 수심 짙은 눈망울에
    내가 보아도 사랑스런 내 누이와
    밤이면 손 맞잡고 노래 부르던 숲 속

    지금은 쓸쓸한 내 추억의 고향
    내 귓전에 어린 자식들 도란거리고
    난로 속에 남은 재 내 눈여겨 보면
    눈물방울 스며들며 불빛마다 별인냥 반짝이는.......

  위시가 트럼불 스티크니가 쓴 시 <추억>의 전문이다. 이 시는 누가 스티크니의 <추억>이란 시를 번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티크니의 영어 원문 시와는 많이 다른 면이 있다. 우선 형식도 다르고 원문에 충실하지 못한 번역시임이 뒤에서 밝혀진다. 어떻든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비교검토해보면 스티크니의 <추억>은 시의 소재와 주제와 형식과 나가서 시어와 시구들이 너무도 많은 면에서 일치점을 이룬다. 또한 동의어同義語들이 너무도 많이 등장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를 전제해 비교검토해 보겠다.

            향수鄕愁
              정지용 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은 아버지가
     집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위에 전재全載한 스티크니의 <추억>이란 작품과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자세하게 하나하나 비교검토해가며 두 작품을 놓고 왜 모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지를 밝혀보겠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의 첫 연부터 검토해 보겠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 시 <향수>의 첫째 연의 첫 행에서 <<넓은 벌>>이란 시어들이 등장하는데 스티크니의 시 <추억>의 2연 4행에 <<넓은 들>> 과 일치하고 <<끝으로>>로는 <추억>에서는 <<모퉁이>>이와 동의어로 볼 수 있다. <향수>에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라고 표현되었고 <추억>에서는 <<고향 길 모퉁이>>로 표현해 시구의 유사성을 들어내고 있으며,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곳>>의 3, 4연의 시어들은 <추억>에서는 2연의 4행에 <<누른 소>>가 동의어이고 <<해설피 금빛>>은 <추억>에서는 <<한낮에 금빛>>과 대비 되며 <<울음을 우는 곳>>은 <추억>에서는 <<풀 뜯던 곳>>과 대비된다. << .....하는 곳>> 이란 이 <<곳>>의 표현은 두 시가 여러 곳에서 자주 등장해서 시적 분위기가 일치함을 느낄 수 있다.
<향수>의 둘째 연으로 가보자.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은 아버지가
      집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둘째 연의 첫 행에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에서 <<질화로>>는 <추억>에서는 4연의 3행에 <<난로 속에>>와 동의어이고 <<재가 식어지면>에서는 <<남은 재>>와 동의어이다.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은 <<난로 속에 남은 재>>와 동일 의미의 시행이라 볼 수 있다. 3행의 시에 <<늙은 아버지>>가 등장하고 넷째 연에서 <<누이>>와 <<안해>>등 가족 구성원이 등장하고 있고 <추억>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인 <<아이들과 누이>>가 등장하는 것이 또한 두 시가 일치하고 있는 점이다. 이제 <향수>의 셋째 연의 시로 넘어가보자.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이 셋째 연만이 유일하게 일치하는 시어나 시구들이 보이지 않는 연이고 다만 마지막 <<휘적시는 곳>>과 <추억>의 마지막 행에서 <<... 곳>>이라고 표현한 데가 일치하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티크니의 <추억>에서도 3연과 4연의 시연들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생활하던 순박하고 천진무구한 추억에 대해서 마음저린 회상의 기록으로 시연을 이루고 있고 정지용 시인의 <향수>도 동일한 가족들과 얽힌 추억들을 회상하는 애절하고 절절한 시연들로 되어진 시연들이다. 넓은 의미에서 시어들만 다를 뿐 누가 보더라도 상황전개나 시적 심상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향수>의 넷째 연으로 가보자.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넷째 연의 2행에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에서 <<검은 귀밑머리>>는 <추억>의 3연의 2째 행에 등장하는 <<칡빛 머리단>>과 일치하고 4연의 첫 행인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의 행은 검은 귀밑머리나 칡빛 머리단을 모디파이어(modifier)해주는 행이라 볼 수 있다. <추억>에서 <<칡빛 머리단에 수심 짙은 눈망울에/ 내가 보아도 사랑스런 내 누이와>>와 <향수>의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는 동일한 시적 이미지를 풍기는 시연들이라 해도 무리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추억>에서 <<내가 보아도 사랑스런 내 누이와>>와 <향수>의 <<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사철 발 벗은 안해가>>가 반어적으로 치환된 시행이라 볼 수 있다. <향수>의 마지막 행에서 <<..... 곳,>>으로 마무리 짓는 형태도 <추억>과 또한 일치한다. <향수>의 마지막 다섯째 연으로 가보자.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거리는 곳,

  다섯째 연의 첫 행에 <<별>>은 <추억>의 4연의 4행에 등장하는 <<별>>이란 시어와 일치하고 <향수>의 <<도란거리는>>은 <추억>의 4연 2째 행에 등장하는 <<도란거리고>>와 일치하는 시어들이다. 역시 시행의 말미에 <<.... 곳,>>으로 끝을 맺음으로 두 시의 시적 분위기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스티크니>의 영시의 5연의 시 속에 함축된 고향의 궁핍하고 소삽한 환경에 대한 표현도 의미상으로 서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스티크니의 <추억>을 누가 번역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는 너무도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두 시의 소재나 주제나 전체적 시상이나 시어나 시구들이나 심지어 시의 형식마저도 스티크니의 원시인 영문 시와는 일치한다. 참고적으로 필자가 미국 현지에서 입수한 스티크니의 영문 원어 시와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시의 형식면에서 얼마나 닮아 있는 모작인가에 대해 지적해 보겠다.  
우리들이 아는 바와 같이 영시에서는 두운頭韻이란 인접한 단어들의 연쇄에서 ·언어음성(speech sound)이
   시행의 머리에 일정한 형태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각운이란 시행 끝에 위치하며 ·언어음성· 이 일정한 형태에 의해 반복되는 현상임(alliteration)과 그 각운 (end rhyme)를 중시함을 잘 안다. 또한 드물게는 요운도 간혹 사용함도 우리들은 아는 바이다. 그렇다면 스티크니의 <추억>과 정지용의 <향수>에서 두 시가 그 두운과 각운을 사용함에 있어 얼마나 닮았는지 분석해보자.
   

             Mnemosyne
                -Trumbull Stickney

        It's autumn in the country I remember

        How warm a wind blew here about the ways!
        And shadows on the hillside lay to slumber
        During the long sun-sweetened summer-days.

        It's cold abroad the country I remember.

        The swallows veering skimmed the golden grain
        At midday with a wing aslant and limber;
        And yellow cattle browsed upon the plain.

        It's empty down the country I remember.

        I had a sister lovely in my sight:
        Her hair was dark, her eyes were very sombre;
        We sang together in the woods at night.

        It's lonely in the country I remember.

        The babble of our children fills my ears,
        And on our hearth I stare the perished ember 
        To flames that show all starry thro' my tears.

        It's dark about the country I remember.

        There are the mountains where I lived. The path 
        Is slushed with cattle-tracks and fallen timber,
        The stumps are twisted by the tempests' wrath.


        But that I knew these places are my own,
        I'd ask how came such wretchedness to cumber
        The earth, and I to people it alone.

        It rains across the country I remember.


  위 트럼불 스티크니의 시를 살펴보면 두운으로는 <it>단어가 6번 반복된 두운임을 알 수 있고 다음은 각운으로 <remember> 란 시어가 6번 반복 되었으며 첫째 연 2행의 각운으로부터 시작하여 <slumber/ limber/ somber/  ember/ timber/ cumber/의 시어들이 <-er>의 동일한 발음의 언어음성(speech sound)으로 되어 있고 6회의 remember란 시어가 반복되어 시 전체에 12회의 <er>이란 어미로 끝나는 단어이자 각운이 배열되어 <추억>이란 시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이 스티크니의 <추억>이란 시는 다른 시와는 시 형식에서 특이함을 지니고 있다. 스티크니의 영어 원어 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과 연 사이에 독립적으로 시 한 행을 연속적으로 6회에 걸쳐 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스티크니 시 <추억>이 형식면에서 어떻게 모작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다각적으로 비교검토하기 위해 그 두 시를 다시 한 번 더 아래에 각각 전재하고 면밀히 비교검토해 보겠다.  

              Mnemosyne
                 -Trumbull Stickney

     It's autumn in the country I remember.

     How warm a wind blew here about the ways!
     And shadows on the hillside lay to slumber
     During the long sun-sweetened summer-days.

     It's cold abroad the country I remember.

     The swallows veering skimmed the golden grain
     At midday with a wing aslant and limber;
     And yellow cattle browsed upon the plain.

     It's empty down the country I remember.

     I had a sister lovely in my sight:
     Her hair was dark, her eyes were very somber;
     We sang together in the woods at night.

     It's lonely in the country I remember.

     The babble of our children fills my ears,
     And on our hearth I stare the perished ember 
     To flames that show all starry thro' my tears.

     It's dark about the country I remember.


     There are the mountains where I lived. The path 
     Is slushed with cattle-tracks and fallen timber,
     The stumps are twisted by the tempests' wrath.

     But that I knew these places are my own,
     I'd ask how came such wretchedness to cumber
     The earth, and I to people it alone.

     It rains across the country I remember. 


              향수鄕愁
              -정지용 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은 아버지가
     집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위에 전재한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스티크니의 시 <추억>이란 이 두 시의 시형식과 내용을 다시 한번 유심히 관찰해본다면 <향수>라는 시 제목과 <추억> 또는 <회상>이란 제목도 어휘만 다를 뿐 어의語意는 시의 전체 심상을 살펴본다면 동의어임을 알 수 있다. 스티크니의 <추억>도 타국 프랑스에 유학하면서 쓴 시이고 그의 고독한 마음이 고향의 풍물과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회상하는 내용이고, 정지용의 <향수>도 일본에 유학하며 고향의 풍물과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추억과 향수가 주된 소재이자 주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의 형식면에서 고찰해 본다면 스티크니의 <추억>도 연과 연 사이에 반복적으로 한 행의 시행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자면<<It,s ................ I remember.>>란 시행이 연과 연 사이에 있고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도 연과 연 사이에 한 행의 시행 <<그 곳이 차마꿈엔들 잊힐리야.>>가 반복 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의 형태는 타시인의 시에서는 보기 드문 시의 모양새다. 또한 스티크니의 <추억>은 매 연이 3행으로 되어 있고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4행으로 되어 있지만 정지용 시인의 전체시행은 26행이고 스티크니의 전체시행은 24행으로 서로 큰 차이가 없다.
  위시에서 사용한 두운과 각운을 비교해보면<<It,s ................ I remember.>>와 <<그 곳이......... 잊힐리야.>>란 동일하게 되풀이 되는 시행들이고 <<그 곳이...>>란 두운과 <<잊힐리야>>의 각운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스티크니의 시에서도 <<It,s...>>로 시작한 두운과 각운인 << I Remember>>가 반복되고 있다. 두 시의 두운과 각운과 의미마저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살펴본다면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면 스티크니의 <추억>을 모델로 하여 전체적 형식은 물론 두운과 각운 까지도 닮아 형식면에서도 모작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위에서도 두 작품의 시어와 시구들이 동일하거나 일치하는 동의어들이 많음을 제시했지만 다시 한번 동일시어들을 도표로 표시해보겠다.

스티크니의 <추억>에 사용한 시어
정지용의 <향수>에 사용한 시어
바람/바람 감돌아/회돌아 곳(2개)/곳(5개) 누른 소/얼룩백이 황소 넓은 들/넓은 벌
금빛 /금빛 비인 땅/비인 밭 칡빛 머리단/검은 귀밑머리 누이/누이 날로/질화로 재/재 별/별 햇살/햇살 불빛/불빛 도란거리다/도란거리다


  위의 시어 외에도 동일한 시구들이 시 속에 많지만 대조를 생략하기로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스티크니의 <추억>, 이 두 시는 누가 뭐라고 하던 간에 본 필자는 모작관계가 성립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티크니와 정지용 시인과의 연결의 통로는 어디였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정지용 시인이 일본 동지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그 수학하는 동안에 스티크니의 <추억>이란 시와 조우하게 되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고 김현승 

      김현승(1913. 4. 4~1975. 4.11) 시인. 호는 다형茶兄
      7세 때 전남 광주에 정착,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강인한
      의지와 민족적 낭만주의 경향의 시 발표.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과 언어에 의한 관념의 육화肉化로 압축시킬 수
      있다. <눈물>,<가을의 기도> 애송 시편들이다. 한국시대사전 참조 822면

시인의 시집에 수록된 그 <추억>은 그 누군가가 정지용 시인이 <향수>란 시를 쓰기 전에 이미 일어日語나 우리말로 번역하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정지용 시인은 스티크니의 <추억>의 번역시를 주 모델로 했으며 <향수>의 형식은 스티크니의 원어영시를 모방하여 시를 썼다고 본 필자는 보는 것이다. 번역시인 <추억>과는 소재나 주제나 전체적 시상과 시어와 압운과 두운과 시구들 까지도 많은 면에서 모작되었고 <향수>의 형식은 스티크니의 원어 영시를 모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본 필자는 스티크니의 영어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게재해보았다. 혹시라도 오역이 있다면 독자들께서 너그러운 아량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회상             
                  -트럼불 스티크니

    지금은 가을일 거야 내 회상의 고향은

    고향의 길섶 스쳐가는 한 줄기 훈풍이여!
    동산 그림자는 조름 겨워 늘어져 있었지
    화사한 해살 쏟아지는 긴긴 여름날을, 

    지금은 추위 휩쓸겠지 내 회상의 고향은

    제비들 황금이랑 스치듯 방향 바꿔 날고,
    한낮에 미끄러지듯 민첩한 날개 짓으로
    황소는 초장에서 여린 풀 뜯고 있었지, 

    지금은 허허로울 거야 내 회상의 고향은

    내게는 눈에 선한 사랑스런 누이 있었네,
    검은 머리칼과 수심에 겨운 눈길을 지닌
    우리는 밤이면 숲에서 함께 노래 불렀지,

    지금은 외로우리라 내 회상의 고향은

    아이들 도란거리는 소리 내 귀에 차고,
    벽난로의 사위는 불 눈여겨보고 있노라면
    눈물에 투사된 모든 것 별처럼 반짝이었네,

    지금은 음울하리라 내 회상의 고향은

    내가 살던 곳은 산이 많았네, 오솔길은
    진창이었고, 가축 발자국 떨어진 목재들
    폭풍우로 뒤죽박죽된 나무 그루터기들,

    그렇지만 이곳이 고향임을 내 어쩌랴,
    황량한 곳에 왜 정착했는지 묻고 싶네
    그 대지와 거류민 향해 그 하나만은,

    지금은 비 내리리 내 회상의 고향에는.

   그동안 <정지용> 시인은 월북 작가란 명패 때문에 오랜 동안 물리적으로
접근이 차단되었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이름과 시편들이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잊혀져있었고 망각의 너울 속에 가려져 그의 시와 접할 기회를 잃고 말았지만 이제는 그 장벽들이 제거됨으로 그의 시를 재조명할 수 있고 공과를 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는 정지용 시인의 시작품들과 스스럼없이 오래 전부터 접촉할 수 있음은 퍽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비롯해서 그의 많은 시편들에 대해 오늘을 대표 할만한 평자들에 의해 수많은 평론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천편일률적으로 상찬의 목소리만 높았을 뿐 폭넓고 심도 있는 연구나 분석이 결려된 데서 그의 시가 모작이 분명하고 그의 시 <향수>가 세상의 빛을 본지가 80여년이 넘었음에도 모작이란 사실이 간과되어 왔음은 참으로 애석한 일임이 분명하다. 
  영미문학을 연구하고 후진들에게 가르쳐온 교수들도 고 김현승 시인의 말대로 가을에 애송하기에 좋은 시였음에도 후진들에 번역 소개하지 않은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평자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우려온 독자들은 정지용 시의 올바른 이해와 감상의 기회를 놓침으로 이제야 모작이란 문제 앞에서 큰 실망과 허탄함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이제는 세월도 많이 흘렸고 두 시인들이 모두 애석하게 일직 타계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향수>를 애송하고 있고 또한 <진달래꽃>이나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가곡의 가사가 되어 애창되고 있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현재도 한국인의 애송시 1위 자리를 점하고 있다. 참고로 소개하자면 윤동주의 <서시>가 2위이고 3위가 김춘수의 <꽃>이며 4위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한용운 시인 이형기 시인 도종환 시인의 시들과 함께 애송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귀한 <진달래꽃>과 <향수>가 외국시인들의 모작임을 독자들이 알게 된다면 독자들의 마음에 불편함과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 웃기는 얘길 덧붙인다면 예이츠와 소월시인, 스티크니와 정지용 시인이 저승에서 서로 만나 낯을 붉히며 한 판 승부를 버리고 있을 듯하고 소월 시인과 정지용 시인들은 궁지에 몰린 채 판정패 했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본다.  
  위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창작이란 어의를 엄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볼 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남의 특정 작품을 표절한다거나 그 소재나 주제나 시어나 시구를 모작하거나 또는 시어만을 같은 의미의 동의어로 치환해 모작한다든가 또는 시행이나 시연을 교묘히 바꾸거나 변화를 주어 시를 모작하는 일은 시인 스스로에게는 양심의 거리낌을 주고 그것을 알게 되는 독자에게는 황당한 느낌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소월 시인의 <진달래꽃>과 그 외의 시편들이나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시를 쓰는 우리 시인들도 철저하게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고 이 논고를 통해서 아픈 교훈으로 받아드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필자는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필자가 부언하고 싶은 얘기는 소월 시인이나 정지용 시인의 시편들이 한국시에 기여한 공로란 너무도 지대함을 알고 있고, 나는 이 문제를 들어 그 지대한 공적을 폄하하거나 훼손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소월 시인은 1920년대 서구의 자유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흠모하던 시기에 우리의 전통적 가락인 3.4.5.조나 7.5조의 가락을 현대시와 접목하여 우리의 전래의 율조律調를 살린 공로는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미당 서정주

          서정주(1915,5,18~2000,12,24)시인. 호는 미당未堂
          전북 고창 부안면 춠생. 중앙고보 재학중 광주학생 사
          건에 가담으로 퇴학당함. 고창고보에 편입했으나 다시
          퇴학당함. 그 후 중앙불교전문대학교(동국대 전신)에서
          불교와 문학을 병행 수학함. 제1시집은 화사집花蛇集
          제2시집 귀촉도歸蜀道 등 많은 시집을 상제, 그의 <국
         화꽃 옆에서>는 한국인의 애송시임. 로벨문학상 후보
         로 수차례 추천되기도 했음,

시인은 “고향이 부르는 소리에 쏜살같이 돌아온 귀향자”라 소월 시인을 찬양했다. 또한 정지용 시인도 모던이즘이 관류하는 시기에 동양의 고전과 우리의 전통문화와 접목하여 새로운 향토적 언어 감각과 청신한 회화적 이미지로 현대시로의 통로를 열어 놓았으며 미당, 청마, 두진, 목월, 지훈 등의 한국시를 대표할 거목의 후진을 키워낸 한국시의 대들보 격이고 대부 격인 정지용 시인이야 말로 한국시의 거대한 기반이자 받침목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 소고를 쓰기 전에 많은 주저와 망설임이 있었지만 후진들에게 참고가 되고 작은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처럼 정보의 신속화가 이루어지고 세계가 하나의 질서 속에 재편되는 이때이기에 우리들이 행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자긍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사항들에 대해 경계심을 느슨하게 한다면 그 당사자인 시인은 물론 국가적 명예에도 큰 손상으로 작용할 것 같은 우려의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필자는 물론 많은 시인들과 평자들이 이 문제에 깊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보며 이 소고는 하나의 문제제기이고 한국 시문학사에 작은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 소고를 썼음을 밝혀둔다.

       *부언 미국에 살고 있는 Maya Sibly 여사님께 
       Trumbull Stickney의 영시를 구해 자료로 쓸
       수 있게 해주심에 심심한 감사의 말 전하고 싶다.



<<참고도서와 문헌 내역>>
*오세영 <金素月의 (진달내꽃): 恨과 逆說의 의미><韓國代表詩評說>
         정한모. 김재홍 편저. 文學世界史 1983, 77-85
*이명재 <(진달래꽃)의 짜임>. <金素月 硏究>. 김열규. 신동욱 편 새문사
        1982. 1986. (1)8-20
*이양하 <소월의 진달래와 예이츠의 꿈> (李敭河追念文集) 1964. 24-33
*이영걸 <영미시와 한국시II>. 1999,11,15일 <소월의 (진달래꽃)과 예이츠           의 꿈> 1990, 문학예술 4월호, 24-33 
*<한국시대사전> (김소월 편) 409면. 을지출판공사 발행
         초판발행1988, 11,5 개정판 2002, 5,20일
*<한국시대사전> (정지용 편) 2668면. 을지출판공사 발행
         초판발행1988, 11,5 개정판 2002, 5,20일
*<현대시 분석노트> (김소월 편) 113면 김원호 (주)도서출판
          디딤돌 간, 초판 2003,7,10
*<현대시 분석노트> (정지용 편) 486면 김원호 (주)도서출판
          디딤돌 간, 초판 2003,7,10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김현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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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 효담

2007년 한올문학 평론가 등단

저서: 한국문학과 문학정신(공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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