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시인

조회 수 6444 추천 수 3 2015.08.28 14:55:31


                                          갈증 의식과 시심

                                  -신영 시인의 시와 개성

 

                                                                                                                                                   채 수 영(시인, 문학평론가)
 

  개성의 시 그리고 시인의 개성:
  시는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그림이고 거기엔 가락의 완만이 있어 인간의 심성에 희비의 정서를 환기하는 특성을 내장한다. 다시 말해서 시인마다 독특한 정서의 무늬가 있기 때문에 개성의 문패를 갖게 된다.
  개성은 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목록이다. 그러나 개성의 보편성은 곧 시인의 사람을 수용하는 일면 누구에게나 긍정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시간의 언덕을 넘어가는 행보를 재촉할 수 있다. 여기서 시인의 개성이 시의 개성에 수용되는 것은 언어의 질서를 세우는 숙련이 필요하다. 시의 언어는 일반의 언어와 다른 특성--시적 장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부단히 시의 신과 접속해야만 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 신은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시인은 그 문을 발견하지 못하는--땀과 노력의 이름이 그 길을 확보해주는 요소가 된다. 신영의 시에는 구수한 맛이 있고 또 토속적인 묘미를 자극하는 은근미가 있다.

 

 2. 정서들의 표정:
   1) 사람 내음
   신영의 시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유난하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감수성이 손짓하고 있다. 시 또한 사람을 위한 목소리이기 때문에 인간을 위한 몫은 당연한 임무가 된다면 다음 시에서는 대답을 얻을 수가 있게 된다.
  지상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교통할 수 있는--속 깊은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여기엔 진실과 사랑 그리고 신뢰의 강물에서 시원한 정감의 교류가 이루어지면 소망은 따스할 수 있지만 '사람은 많은데 냄새가 없다'의 공허를 만나는 시인의 아픔은 서글프다. 배신과 표리부동이 전달하는 절망의 일상사는 사람의 냄새를 그리워하는 갈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깊은 영혼의 숲 속 냄새'를 애타하는 신영의 마음속에서 삶의 허기보다는 신뢰를 잃은 상처의식이 두드러진다. 웃음 속에 감춘 비수, 그리고 말들의 꾸러미 속에서 허무를 접하는 절망의 농도가 영혼을 흐려놓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은 많은데도 가슴을 열어 놓고 교통할 수 있는 경우가 없는 아픔을 호소하는 시인의 마음이다.

   갈증은 희망의 길을 찾아 나서는 이유가 된다. 행동의 단계로 접어드는 수순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이 그리운 법이다. 서로 어울리고 정을 나누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힘을 갖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체온을 나누는 데서 비롯된다. 만약 단절된 섬이 된다면 인간의 문화는 삭마긔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고 변화의 기회는 막힐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정감을 주고받을 때, 문화의 탑은 높아질 수 있게 된다면 신 시인의 마음속에는 흐벅한 인간의 소리에 취하고 싶은 정서가 넘친다. 이런 고독은 누구나 갖는 정서이지만 유난히 인간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감수성은 평범한 농부에게서 시골의 후한 인심을 발견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시 말해서 인간회복의 근거를 평범한 사람에게서 희망의 불빛을 채우려는 의도가 앞서 보인다.

 

  2) 그리움의 나무 아래서
  그리움은 사람과의 떨어진 거리 때문에 느끼는 정서일 것이다. 물론 얼마의 거리가 그리움의 농도와 상관이 있을 것인가는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떨어진 거리만 큼에서는 그리움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신 시인의 시는 그리움의 변형이고 또 그리움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를 고뇌하는 시가 된다. 그만큼 인간의 그리움 혹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너'를 향하는 마음에서 그리움은 출발한다. 그러나 너는 여기가 아니라 저기라는 거리로 설정될 때 안타까움을 수반하는 의미가 내장된다. '수평선 넘어'라는 아득함이 있고 그 거리를 향해 길을 떠나는 여정--그러나 너는 파도를 타고 '내게로 온다'의 환각적 현상이 나와 너는 분리되는 개체가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는 의미를 만든다. 더불어 '바다'의 광막함이 너와 나를 가를 수 없다는 추상적인 암시에서 시적 의미는 패각 속에 단단히 고정된다. 이런 유추는 다시 길을 만들게 된다.

 

 3) 신념의 깃대 아래
  사람에게는 믿음이 줄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가 아니면 속으로 내장되었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길이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절대자를 구체화하거나 아니면 내장한 차이--이런 현상을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약한 존재--필연적으로 나약한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종교의 입구는 이런 인간의 문제로부터 구원을 말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인간의 지혜는 항상 위험을 감내하는 모험과 긴장감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숙명 앞에 있게 될 때 종교는 절대의 명제를 하달하게 된다.
  사람은 끝없이 길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나 길은 다시 묻혀버리고 다시 선택의 길을 숙고하는 것이 생의 문제로 연결된다. 뒤돌아보면 보이지 않고 다시 앞을 보아도 망막한 길이 어둠과 동시에 다가온다. 이때 지혜의 불빛을 켜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의 보편성과 같아진다.

 

 

   에필로그:
  시는 표현의 한계를 갖지 않고 무한의 자유를 구가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의 역할이 인간에게 무엇인가의 의미를 터득해야 한다.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고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시의 역할은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신영의 시는 땀내나는 서민의 애환 혹은 그런 마음을 받아들이는 순수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장바닥에 나뒹구는 투명한 서민의 언어에서 진솔한 시어의 의미를 건져 올리는 자세가 새롭다. 그의 시에는 그리움의 인자가 많은 것도 인간과의 교섭에서 느끼는 갈증이면서 순수한 마음을 담으려는 발상으로 느껴진다.
  삶의 언덕을 넘어가는 길에 고단한 삶이 칙칙하지 않고 밝은 것도 신념의 그릇을 크게 설정하고 먼 시선을 확보한 신영의 마음을 시로 바라보는 즐거움이 된다. 그만큼 진솔하고 다감한 시인이라는 뜻을 첨가하며 미래로 가는 길이 넓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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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신영 (시인, 수필가, 여행(사진)작가)

 

 1964년 경기 출생, 85년 도미하여 보스턴에 거주,

<보스턴코리아> 신문과 <뉴욕일보>에 컬럼 연재 중

<뉴잉글랜드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

 

시집: "하늘"
동인시집: "꾼과 쟁이 2, 4", 
                "그대 내게 오시려거든 바람으로 오소서"

수필집:  나는 '춤꾼'이고 싶다,

              살풀이꾼 예수, 
              보스턴 찰스 강가에서 부르는 노래,
              보스턴 하늘 아래에서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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