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조회 수 1362 추천 수 0 2014.12.16 15:35:50

                                                         귀천(歸天)

 

                                                                                                      안상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풍요로운 환경과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머지않아 100세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과연 이처럼 기록적인 수명연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의 있고 값어치 있는 일일까. 또한, 우리의 행복한 삶에 얼마만큼 이바지할 수 있을까.

   은퇴자를 두고 하는 농담 중 한 가지. 이 세상에 제일 불쌍한 사람은 평생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은퇴하자마자 죽은 사람, 두 번째로 불쌍한 사람은 은퇴 후 너무 오래 살아서 가진 돈 다 쓰고 빈털터리 된 사람이라 한다.

요즘 세상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은퇴준비라면 일하지 않아도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 준비와 사후 가정 분쟁 및 세금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유언장이다. 그리고 또한 트러스트작성이 전부인 양 떠들어 댄다. 또 이 요구조건이 죽음을 준비하는 큰 부분의 한 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들이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이제까지 우리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도 부리고, 서로에게 상처 주며 살다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 삶을 마감한다.

   최근 아내의 권유로 우리 부부는 네 명의 손자·손녀가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한국에 사는 93세 된 장인어른께 아내가 알린 모양이다. 장인어른이 당장 자기 아들을 불러 하시는 말씀, “내 여권은 아직 유효기간이 남았으나 네 엄마 여권의 유효기간이 지났다. 당장 대사관에 가서 유효기간을 갱신해 가져와.” 하는 엄명이었다. 아내는 이 반응이 과연 노쇠하고 병치레가 잦은 아버지가 혹시 치매증상이 아닌가 얘기한다. 나는 아내에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론 인간의 생명에 대한 끝없는 애착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르며 살아간다. 지도나 나침판의 필요도 못 느끼며 그저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앞에 당황하고 억울해하며 삶에 대한 집착으로 몸부림친다.

     그동안 믿음이 강하고 원만한 삶의 소유자가 죽음을 앞두고 생에 대한 지나친 집념 때문에 추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 주위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그들을 실망 시키기도 한다. 반면, 평소 살아온 여정이 별 볼 일 없어 평범해 보이던 이가 뜻밖에 담담하고 평화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 주위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일상적인 삶의 기쁨과 만족을 추구하는 웰빙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삶의 근원적인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삶의 태도가 요구된다. 그리하여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웰 다잉의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발견하는 그 순간이 웰 다잉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소중한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과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때 우리는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준비란, 삶을 향한 포기가 아니라 자신의 마지막을 의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우리는 오히려 더 적극적인 삶으로 보다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하찮게 여기던 일들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것들이고, 죽음이란 우리 삶의 또 다른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세월을 아끼며 영원한 가치를 추구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어진다.

     지지리도 가난하고 고생만 하며 살다간 시인 천상병의 귀천이 생각난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나라에 갔을 때 나는 그처럼 행복했노라고. 그리고 그곳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는 그 시인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내 가슴에 와 닿는다.

 

귀천 Back to heaven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Hand in hand with dew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that melt at a touch of the dawn day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With the dust together, just we two,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d beautiful world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I w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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