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문학상이 몇개나 될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님의 블로그를 돌아보던 중 관련 포스팅(한국의 문학상)을 발견했다. 그 포스팅은 389개라는 어마어마한 '문학상'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사실 나의 예상은 많아봐야 한 50개 정도였다. 그런데 거의 8배다. 정말 충격이다.

 

  '고료 경쟁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 김성배(<내일신문> 기획특집팀 기자)'에서는 '고료'에 대해 논한다. "장편소설을 출판시장에 내놓아도 1만 부 팔기가 어려운 실정"인 지금 '고료 경쟁'으로 금액이 껑충 뛰어버린 '문학상'에 당선되는 것은 "책 5만 부를 판매해 얻는 인세의 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작가들도 문학상의 유혹을 벗어 던지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쓸 작품, 이름있는 '문학상'에 공모하여 '경제적 가치'와 '명성'을 한번에 잡으면 좋지 않은가.

 

  진짜 문제는 '문학상'이 '언문유착'과 '문단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은 '고여있는 물웅덩이'라 표현했던 기존 문단에 속한 심사위원들의 입맛이나 '문학상'을 주관하는 언론사의 성향 그리고 독자들의 경향 등을 '계산한' 소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이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결국 작가만 다를 뿐 매년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수상작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그나마 어느정도 보장되던 판매량마저도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이런 문학상도 점차 쇠락해 경제적 보상과 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이 냉정해진 것이다. 수상작의 판매는 저조해지고 명성도 무너졌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베스트셀러가 됐거나 평단에서 주목받은 작품 중 상당수가 문학상 수상작이었다. (중략) 2007년 이후로는 세계 수상작인 백영옥의 <스타일> 외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문학상 수상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3,000~5,000만 원 고료인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작은 출판시장에서 기껏해야 1만 부 정도 팔려 나간다. - 37p

 

  고액 문학상은 이처럼 우리 문학의 수준과 경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중 하나가 천편일률적 심사제도. 여러 문학상들의 심사기준이 비슷하다 보니 다양한 작품이 발굴되지 않고 있다. 고액 문학상은 물론 신설된 문학상까지 심사위원 구성도 유사하다. - 38p

 

  문학상들 간의 심사기준에다 심사위원 구성까지도 유사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문학상 수상작들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문학상의 존재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필자(김성배)는 글의 말미에 소액의 고료(100만 엔)로도 권위를 가지는 일본의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 그리고 소액의 수상작 상금(10유로)에도 평균 60만부를 판매량을 자랑한다는 프랑스의 '공쿠르상'을 소개한다. 이런 권위와 신뢰로 무장한 문학상들을 만들던가 아니면 '등단'같은 거 없애고 누구나 작품을 내게 하던가 해야하지 않을까?

 

  '새로움 없는 신인 등단 제도와 죽은 문단의 사회 - 장성규(문학평론가)'에서는 '등단 제도'의 문제점을 다룬다. 필자(장성규)는 "등단 제도는 진정한 '신인新人', 그러니까 기존의 문학적 관습을 깨는 전복성을 담지한 새로운 작가들을 키우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러한 전복성을 지닌 신인들은, 역으로 등단 과정을 통과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완전 의미가 거꾸로 된 것이다.

 

  등단 과정은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첫째, 매년 1월 1일자 신문을 장식하는 신춘문예 수상. 그런데 매년 신춘문예 수상작을 일별하면, 이상하게도 어디서 많이 읽은 듯한 기시감을 느끼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백 편이 넘는 작품들을 선별하는 기준이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중략) 둘째, 각종 문예지들의 신인상 수상. 이 경우 각종 문예지마다 문학적 지향도 다르고, 따라서 심사위원도 다른 만큼 획일적 심사 기준은 상대적으로(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다) 적게 작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응모하는 문예지의 성격에 맞추어 '세팅'된 작품이 당선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략) 그 결과 신인을 등단시키는 신인상은, 역으로 새로움을 거세당한 '애 늙은이'들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되는 메커니즘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죽은 문단의 사회'를 만든는 데 일조하고 있다. - 40~41p

 

  결국,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경우 하루라도 빨리 자신만의 특색있는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꿈은 버리고 (유명 대학의 문예창작과, 혹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뒤)"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문학적 관습과 규범을 내면화"하여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작품'으로 등단"한 뒤, "기성 문단 질서에 편입되어 청탁이 들어오는 매체 성격에 맞게 적당한 작품을 쓰며 버"티는 운명을 받아들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작가의 꿈을 버려야 한다. 왜냐고? "'작가'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등단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인상 제도란, 말 그대로 문학의 새로운 세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성 문단의 질서로 포획되지 않는 목소리들을 적극적으로 문학 장에 도입하려는 기획으로 나가아갸 한다. 이러한 실험이 없다면, 한국문학이란 기실 '죽은 문단의 사회'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미 그 사회를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43p

 
  '1장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독서 습관 21가지'의 마지막 2가지를 마저 읽었다. '결과를 남기는 독서를 하라' 그리고 '독서클럽을 직접 운영하거나 참가하라'였는데 후자는 '사내 독서클럽 운영의 유용성'과 '직장인이나 경영자 위주의 지역 모임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정작 나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전자는 상대적으로 유익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읽은 내용에 대해 사유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은 독서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마무리하는 단계는 독후감을 쓰거나 서평을 작성하는 일이다. 아무리 많은 그것을 읽어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결과로 남는 게 적다. 읽은 책이 많아도 책을 활용하여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면 책의 내용이 잘 기억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실용 독서법은 읽은 책의 내용을 현장에서 써먹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모든 책이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기록으로 남겨 미래에 활용할 여지를 남겨둔다면 훨씬 효율적인 독서생활이 될 것이다. - 151~152p

 

  "아웃풋이 전제된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결과를 남기기 위한 목적을 가지면 책 읽기가 쉬워"짐을 그 이유로 든다. 그 방법으로 '발췌'나 '독후감', '서평', '독서 토론 & 강의'등을 예로 들며, 자신처럼 '독서경영 추천메일'을 보내거나 블로그에 '이 달의 책 코너'라든가 '독서경영 소개 서평'을 포스팅하는 것과 같이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을 함께 권한다.

 

  어떤 방식이든지 적당한 방법을 찾아 아웃풋을 전제로 한 독서를 해보자. (중략) 중요한 것은 필요에 의해 책이 내 생활 속으로 끌려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작정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필요를 만드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행동으로 옮겨지게 마련이다. - 156p   

 

  '1장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독서습관 21가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루하면서 길기만 길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건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대부분 다른 독서관련서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담고 있었고 저자가 인용한 것들마저도 대부분 이미 읽은 내용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오죽했으면 내가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었다'라고까지 했을까. 개인적으로 21가지 습관을 10가지로 추리고 각 습관을 좀 더 깊이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1장의 내용만 따진다면 나는 이 책보다 박민영의 <책 읽는 책>(지식의 숲, 2005)이나 안상헌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북포스, 2005)을 더 권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이 책이 끝난게 아니다. '성공리더 11인의 독서습관'을 소개하는 2장과 그들의 공통된 독서 습관 5가지를 정리한 3장은 1장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초보 독서가가 아닌 분들은 1장은 건너뛰고 2,3장만 읽어도 된다.

 

  2장에서는 각 '성공리더'들에 대해 '어떻게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얻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물은 "책을 읽고 나서 꼭 생각할 시간을 확보해야 그 내용이 내 것이 된다"고 한 안철수 교수와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세상에 널리 지식들)들을 연결하고 통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 박경철 원장이다.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에서 독서를 좀더 앞으로 두면 시간은 좀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 한비야와 "대학에서 얻은 지식만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지 마라. 끊임없이 읽어라"라고 한 다치바나 다카시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몸에 배인 습관화의 결과물이다. 사람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의 차이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의 결과물들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 244p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서의 '목적'과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1인의 리더들은 물론 성공한 이들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를 하고 있고 그들 모두 자신의 성공 원인 중 하나로 독서를 꼽고 있다. '독서'가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은 '독서'를 기피하는 이들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온것 아닌가.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다면 독서는 필수다!!

 

  그런데 무작정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서를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지 '취미'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지성 작가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취미로써 시간 죽이기용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또는 이슈의 바람을 탄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만 읽는다면 'TV시청'이나 '게임'으로 시간을 떼우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십보 백보다. (물론 삶의 목표가 평생을 한량처럼 사는 것이라면야 계속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취미로 책을 읽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재미있는 책은 많다. 만약 재미있는 소설책을 잡으면 밤을 새워 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은 잘 보낼지 모르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스티븐 코비의 지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독서를 한다. 취미로의 독서보다는 실천수단으로서의 독서를 많이 한다. 시간이 남아서 재미로 하기보다는 시간을 만들어 결과를 얻는 데 치중한다. - 247p

 

   취미란에다 '독서'를 기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생긴다. 이제부터 독서를 먹고 입고 자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겠다고 다짐 했다. 한마디로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독서를 단순히 '취미'로 여기지 말고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목표' 찾기를 권한다. '삶의 목표'가 정해지면 '독서'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도움을 줄 책으로 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김경섭 역, 김영사, 2001)와 하이럼 스미스의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김경섭 · 이경재 역, 김영사, 1998)을 적극 추천한다.    

 

 

참고자료:

<기획회의 307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36p ~ 43p

<성공하는 사람들의 독서습관 - 안계환> 151p ~ 272p (완독)

<마스터 키튼 13권 - 우라사와 나오키> 1p ~ 52p

 


홍용희

2017.02.20 10:23:03
*.240.233.194

<문학상 무엇이 문제인가> / 임보



현재 한국문단의 구성원은 기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세기에 불과한 짧은 우리의 현대문학사에 비추어 본다면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다.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학상의 종류도 기백에 달한다고 한다.
문단인의 비율로 따져보더라도 적지 않은 수효다.
문학상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문학과 문학인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되리라.
대부분의 세상사가 그렇듯이 상 역시 적은 것보다는 많은 편이 바람직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상이란 무엇인가?
물론 잘한 사람들을 드러내 기리는 일이다.
그러나 시상(施賞)의 궁극적인 의의는 과거에 대한 평가보다는 미래를 향한 기대에 두어진다.
 잘한 이들은 더욱 잘하도록 격려하고 못한 자들도 다음엔 잘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자는 데 그 의도가 있다.
한국의 그 많은 문학상들이 우리 문단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수작들을 생산케 하는 데 기여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문학상들이 상의 근본적인 취지와는 사뭇 달리 시행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첫째로 상을 운영하는 주최 측에 문제가 없지 않다.
어떤 잡지사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잡지사들은 이미 유명한 작가들만을 골라 상을 안겨주고, 수상작과 후보작들을 묶은 작품집을 만들어 장사를 한다.
그러니 이런 상의 심사 대상은 작품이 아니라 지명도를 지닌 작가들이 된다.
어떤 무명작가가 어떤 괄목할 만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떤 상은 어떤 특정 집단들이 장악 관리하여 자기 집단의 구성원들에게만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수상자의 한정된 범위를 설정하고 만들어진 상들도 있기는 하다.
어느 지역의 주민이나 어떤 학교의 동문들만을 상대로 한 경우는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 범 문단적인 성격을 띤 상인데도 애초에 그 상을 만든 이의 뜻과는 달리 특정한 무리들이 그 상의 운영권을 장악하여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로 상을 받으려는 무리들 역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상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라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
만일 그럴 자격도 없는 자가 상을 받는다면 이는 영예는커녕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상도 권위를 잃게 되고 사람도 망신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마저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들이 상을 타기 위해서 갖가지 로비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묻혀있는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수상운동을 전개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자가 상에만 눈이 어두워 쫓아다닌다면 이 얼마나 측은한 일인가.
심지어는 상금도 반납하고 수상식장의 연회비까지도 부담하면서까지 상을 받겠다는 자도 있다는 소문이다.
마치 수상자 선정이 경쟁 입찰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 되고 말았다.
조선조 말기에 돈으로 벼슬을 샀던 무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이러한 풍토에 맞서서 드물기는 하지만 수상을 거부하는 양심적인 작가가 없는 바도 아니다.

셋째로 수상자를 심사하는 사람들도 문제가 적지 않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한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몇 신문사의 심사를 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무리 작품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한 개인의 식견은 그만큼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양심적인 심사위원이라면 응모된 작품들이 다양한 견해들에 의해 보다 공평히 심사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집중된 심사 기회를 다른 이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양보는커녕 심사위원 되는 것이 마치 무슨 벼슬자리 누리는 영예로 생각하는지 그 자리를 쟁취하려고 전전긍긍하는 자들도 있는 모양이니 이 얼마나 추악한 작태란 말인가.
어떤 신문사가 주관하는 상 가운데는 심사위원이 아예 종신제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심사위원들에게 책임을 지워 공정한 심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인가.
중간 중간에 지상을 통해 후보작들을 발표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특정인들의 권위 속에 상을 위축시키고 말 것이 뻔하다.
이는 ‘종신심사위원’이라는 명칭의 괴이한 상을 하나 더 만들어 몇 작가(심사위원)들에게 씌워주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혹시 사립 예술원을 신설하여 작가들을 장악하려는 저의를 지닌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심사위원들도 인간이니까 심사 대상자들 가운데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심사는 공정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름만 걸고 주최 측에서 내정해 놓은 사람을 추인해 주는 무기력한 심사위원이 있는가 하면,
 작품의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문단의 연장자에게 예우를 하려는 도의적(?)인 심사위원도 있다.
그러나 심사는 인정이나 연민에 끌리지 않고 냉정해야 한다. 모든 상의 성패는 결국 공평무사한 심사에 달려 있기 마련이다.

상의 종류와 이름들도 허다하다.
대개의 문예지들은 신인상이라는 제도를 두어 경쟁적으로 문인들을 양산해 내고 있고,
많은 문학단체와 기관들이 갖가지 명칭의 상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문학사에 자취를 남긴 유명한 시인․작가들의 이름은 상의 명칭으로 팔리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선인들의 이름을 매단 상들이 혹 그들을 욕되게 한다면 저 세상에서라도 얼마나 통탄해 할 것인가 생각하면 참 민망스럽기도 하다.

상과 인연이 없는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여, 상에 너무 연연해 할 것이 없다.
어차피 이 시대의 상이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면 그대의 수상 경력은 결코 그대를 영예롭게 할 것이 못되지 않는가.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후세의 어느 현명한 비평가가 이 시대의 문학을 엄밀히 진단할 때에,
상을 타지 못한 불행한 그대들에게 ‘무상(無賞)’의 월계관을 씌워 축복해 주리라.
만일 그대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 이 지상에 남겨두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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