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무와 바늘

조회 수 116 추천 수 0 2022.05.22 17:05:14

 

 

 

          골무와 바늘

 

                               유경순

 

낮에는 밭에 나가 일하고

자식들 잠든 호롱불 밑에 앉아

골무 속에 묻힌 손가락 끝에서

바늘은 남은 천조각과 찢어진

곳곳을 기워내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사랑으로 만든 작품이 탄생한다

 

오늘 밤도

호롱불 아래

밤이 깊어만 가는데,

 

골무는 바늘에 찔리고 눌리어

어디 성한 데 없는

곰보투성이로 변해 있지만

어디서건 옷깃 여미고

호롱불 어둠 더듬거리며

몇몇 굽이인지 모를 나울에

내 가슴 거푸 적셔

아픈 눈 밭갈이하듯

이마를 식히며

예쁘기만한 환한 꽃송이 두엇

조심스레 만들어 놓는

마법의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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