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무와 바늘
유경순
낮에는 밭에 나가 일하고
자식들 잠든 호롱불 밑에 앉아
골무 속에 묻힌 손가락 끝에서
바늘은 남은 천조각과 찢어진
곳곳을 기워내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사랑으로 만든 작품이 탄생한다
오늘 밤도
호롱불 아래
밤이 깊어만 가는데,
골무는 바늘에 찔리고 눌리어
어디 성한 데 없는
곰보투성이로 변해 있지만
어디서건 옷깃 여미고
호롱불 어둠 더듬거리며
몇몇 굽이인지 모를 나울에
내 가슴 거푸 적셔
아픈 눈 밭갈이하듯
이마를 식히며
예쁘기만한 환한 꽃송이 두엇
조심스레 만들어 놓는
마법의 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