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유경순
파란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밤새 꼬깃꼬깃 던져버린
영혼 속에 묻히며
긴 여운을 남긴다
밤새 눈이 내린 날
땅속 깊이 묻은 김칫독 위
암팡지게 앉아 있는
눈을 쓸어내리며
빨갛게 익은 김치를 꺼내시던
엄마가 빨갛게 물든 손이
아침 햇살에 붉게 일렁이며
얼어붙은 삶이 불같이 일어났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때가
울컥하므로 밀려드는 그리움은
메말랐던 내 마음의 대답일 뿐
엄동설한
창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따스운 겨울 햇살은
긴 겨울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