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유경순
인연은
잡초가 자라듯
계절이 가고 오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철 따라 철새가 이동하고
도랑물이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고…
그 속에서도
하루해가 뜨면
맑은 공기 속에 심호흡하며
누군가와 마음과 마음을 엮고
몸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서로가 알아가기엔
너무도 많은 가지가
이리저리 삐죽삐죽
상처가 나고
흠이 파여도
갈고 또 갈아
울타리를 만들어 낸다
맑은 수액이
똑
똑
촉촉한 인연이라는
가느다란 동그라미가
마음을 가두고
긴 세월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