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유경순
감당하지 못했던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 속으로 묻히고
얼굴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한다
포구를 이어주는
긴 다리는
수평선의 끝자락을 이어
하늘과 닿아 세상을 만들어 내고
그 위로 나막신 구름이
조신하게 흐른다
구슬프게 내뱉는 갈매기의
고동색 울음 속에
수평선은 내 눈썹에 걸리고
먼바다는 해돋이 마을로
둥지를 튼다
파란 하늘에 비친
청감색 바다는
검푸르게 물들어 가고
긴꼬리를 남기고 떠나는
내 방랑은
하얗게 하얗게만
부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