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조회 수 68 추천 수 0 2022.05.23 20:34:48

 

 

 

        겨울편지

 

                          유경순

 

파란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밤새 꼬깃꼬깃 던져버린

영혼 속에 묻히며

긴 여운을 남긴다

 

밤새 눈이 내린 날

땅속 깊이 묻은 김칫독 위

암팡지게 앉아 있는

눈을 쓸어내리며

빨갛게 익은 김치를 꺼내시던

엄마가 빨갛게 물든 손이

아침 햇살에 붉게 일렁이며

얼어붙은 삶이 불같이 일어났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때가

울컥하므로 밀려드는 그리움은

메말랐던 내 마음의 대답일 뿐

엄동설한

창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따스운 겨울 햇살은

긴 겨울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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