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우박

조회 수 60 추천 수 1 2023.06.15 19:11:34

              스크린샷 2023-06-15 오후 11.01.52.png

 

       여름우박

 

 

                  유경순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낯선 얼굴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차가운 마음이 되어

사방천지를 두들긴다

 

날콩만 한 얼음덩이가

길순이 개집 양철지붕 위

콩 볶듯 때리니

놀란 길순이는

꼬리를 내리고 후다닥

숲으로 도망을 간다

 

바짝 말라버린 땅바닥에

잎이 커 버린 나무들에게

구름 속의 햇살도

내 마음 조차에도

그렇게 모질 줄 몰랐다

 

불빛 더위는

지난겨울이 남기고 간 횡포인가

지구를 신음케 한다

세상이 아프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또 떨어진다, 우박이

죽 끓듯 한 무더운 날씨 속에

여름우박은

생채기를 내면서

 

나른한 마음을 다그치며

두려운 물이 되어 흐른다

 

*6/6/2023. 오후 3시, 여름 우박(뉴욕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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