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우박
유경순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낯선 얼굴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차가운 마음이 되어
사방천지를 두들긴다
날콩만 한 얼음덩이가
길순이 개집 양철지붕 위
콩 볶듯 때리니
놀란 길순이는
꼬리를 내리고 후다닥
숲으로 도망을 간다
바짝 말라버린 땅바닥에
잎이 커 버린 나무들에게
구름 속의 햇살도
내 마음 조차에도
그렇게 모질 줄 몰랐다
불빛 더위는
지난겨울이 남기고 간 횡포인가
지구를 신음케 한다
세상이 아프다
우리를 슬프게 한다
또 떨어진다, 우박이
죽 끓듯 한 무더운 날씨 속에
여름우박은
생채기를 내면서
나른한 마음을 다그치며
두려운 물이 되어 흐른다
*6/6/2023. 오후 3시, 여름 우박(뉴욕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