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 아줌마

조회 수 91 추천 수 0 2024.09.17 08:16:50

줌바 아줌마/희곡

                                    유경순


 

<등장인물>

줄리 (여: 50대 후반)  몸집이 크고 , 점잖은 성격. 가정주부

스테파니 (여: 50대 중반, 이혼녀)

로라 (여: 40대 중반, 날씬한  가정주부)

 

<무대>

사방이 거울로 붙여진 줌바 댄스교실이다. 천장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인글라스 전구가 달려있고 ,

앞쪽 벽에  커다란 모니터화면이 벽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줌바 춤을 추는 무용수의 사진이 군데 군데 붙어 있다. 바닥엔  방금끝난 클라스 에서 잊고간 생수 물병 이며, 수건이  몇개 보인다. 조그만 접이식 의자가 몇개 구석에 놓여 있다. 양쪽 코너 천정에 에 붙은 커다란  음향 스피커에서  흥겨운  남미스타일 줌바 음악이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불이 밝아지면  흥겹던 줌바 음악이 꺼지고 세 여자들이 방금 끝난 줌바 클래스 교실 에서 숨을 고르며  물을 마시고 있다.  반짝 빛나는 스파클링 있는 레깅스를 입고 철봉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로라의 몸매를 돌아가는 불빛이 비추고,  줄리는 땀을 흘리며 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다. 스테파니는 작은의자에 앉아 친구에게 맡긴 강아지 걱정에,  전화를 한다.

 

스테파니:응 !.피추는  푸푸 잘 하고?  과자는 하나만 주면 돼 . 알았어요. 고마우이 친구. 수고 부탁해.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묶으며) 오늘의 댄스곡은 너무 신나고  아주 스트레스가 쫘악 풀리지

                                                          않나요 ?

줄리 : (등에 땀이 흥건하다. 수건으로 닦으며) 무슨 소리, 난 지금 너무 힘이 들어서 죽을 것만 같은데..

                                                                 아무리 운동해도 내 살은 꼼짝도 안하는걸…

스테파니:(줄리를 쳐다보며) 줄리 언니는 ! 그정도는 아직도 섹시한데,   뭘! 

줄리: (뱃살을 보이며) 스트레스 살인데 어떻게 하겠어 휴우 !

로라:(철봉에 올렸던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도 마세요  언니들 ! 내가 어디가 뚱뚱하다는 거예요.

                                                 매~일 뚱뚱하다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듣고 사니 이게 더

                                                스트레스 에요 , 최악이야

줄리: (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무슨소리?  정말 ?

스테프니:(눈을 치켜 뜨며 )정말 남편이  뚱뚱하다고 그런다고?

로라:( 시무룩한 표정으로) 정말 이라니까요!

스테파니:( 빈정대는 목소리로) 아니 입센의 <인형의 집> 노라도 아닌데  여왕 처럼 모시고 사나 보지요?

줄리:( 자기배를 가리키며) 아니,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참내 원!

로라:(시무룩한 얼굴로) 남편이 그럴 때마다 여기에 와요. 흔들면서 막 스트레스 풀려고…

스테파니:(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노라 ! 남편분 정말 철이 없으신 분이시네요 

                (혼잣말로 독백 )남자들은 정말 알수 없는 인간들 이라니까….

줄리:( 일어나며  조그만 의자를 밀고 로라 앞에 앉는다 )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로라 그런것 가지고 신경 쓸것

           없어요 .(로라 손을 잡으며) 지금 로라는  너무 예쁜 나이야. 

스테파니:(자세를 고쳐 앉으며) 로라!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네요. 얼마나 세월이 빠른데  지금도 

            그런 걱정을  해요? (질투가 섞인 목소리로) 꼭  네살 짜리 아기 같이 말야…

로라: (새촘해진 얼굴로) 그럴까요!  세상이  나를 위해 있는 듯, 하면서도 남편의 말만 들으면  밥맛도 없어지고 

             그래요.( 거울에 몸매를 들여다 본다)  내가 여자가 아닌것 같기도 해서 …(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다시 시무룩하다)

줄리 , 스테파니: 로라!(눈을 치켜뜨며) 오우 마이 갓!!!!

 

(분위기가 썰렁 해지고, 줄리와 스테프니가  아령을 들고 유산소 운동을  하기 시작하고, 로라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흥겹게 스텝머신을 밟고 있다)

 

스테파니: 정말 로라가 우울한 이유가 그거라구요?

줄리: 행복에 겨운 거지 뭐!  구름위를 날으며 꿈꾸는것 같아  로라는….(시무룩한 얼굴로 아령을 내려놓으며 

         다시흘린 땀을 수건으로 훔친다). 

스테파니: (쓸쓸한 목소리로)  남편을 정말로  사랑 하나 봐요 로라는!

 

<줄리와 스테파니가 다시 의자에 앉는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벽에붙은 스피커에서 흥겨운 줌바음악이 다시 뉴스로바뀌고 있다.> 

 

줄리: (허심탄회하게 내뱉는 말투로) 남편은 백수 에다가.. 애들은 엄마 말은 동네 강아지 짖듯이

          생각하고….(생수를 마시며 한숨을 쉰다)

           스테파니!  나도 로라 말 할  처지가 아니야 .

스테파니: (놀라는 얼굴로) 줄리언니! 난 언니가 항상 명랑하고 씩씩해서 몰랐어요.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근데 언니! 난 로라가 너무 부러워요!!  이 바쁜 세상에 저런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있나 해서요  . 

줄리: (스테파니를 쳐다보며) 스테파니!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항상 자기 마음 속에 있는것 같아.  옆사람을

          보면  전부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고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이고 그래 .그런데 그렇지가 않더라구. 나도 

           내나이 육십이 다가 오니까 겨우 깨달은 인생의 진리 라고 해야 하나…. 

           조금은 내려도 놓고 , 체념도 하고…..(머물머물 말을 끝낸다.)

           

<  줄리의 방백>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 짧은 봄날의 이야기 / 손안에 꼭 잡고 / 놓지 말것을 / <중략>

                다시 불을 지핀다 / 까맣게 / 재가 될 때까지 / 청춘이라는 두 글자 / 다시 마음속에  심는다

                                               -유경순 의 시 ‘청춘’ 중에서-

 

스테파니: (눈을 지그시 감고)  지금은 내곁엔  피추의 사랑밖에 없어요 언니.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날들, 내

              청춘 이었던것 같은데, 눈 깜빡할 사이에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날아가 버렸 다구요. (눈물이 고인다)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절규하듯) 고독한 여자가 되어 버렸어요.

               언니! 나 정말 그 사람 좋아 했거든요.

줄리: (포옹하며) 스테파니 !

스테파니: (무안한 얼굴로)  아이참 ! 내가 주책이네 . 운동 하러 와서 뭐하는 짓이야 .

줄리 : 스테파니 ! 고마워 ! 나도 내가 매일 옆에 사람들 땜에 난 불행해 하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 그게 전부  내

             마음이 더라구.   나도 무척 힘이 들었 었거든.

스테프니: (줄리를 진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언니 말을 듣고나니, 정말 언니 말이 맞네요 

 줄리 : (담담한 목소리로)  요즘 조금 나를 바꾼 것 뿐이야 , 그 인생이 참 웃기지, 마음하나 바꿨을 뿐인데 ,

        (미소지으며 ) 아마도  요사이는 내나이 먹은 값을 하는 느낌이야, 늙어가고 있나봐 

스테파니:(줄리손을 잡는다) 언니 너무 고마워요 . 말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풀리고 오늘 너무 줌바에 잘 왔단

                 생각이 들어요. 세상은 혼자서 살수도 없구요. 

                이제껏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속에 갇혀  살았 거든요. 어둠속에서 미움을 안고 살았어요 

 

             <스테파니의  방백>

                세상은 내가 보는 눈대로, 보여진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느껴요.

              

환한 얼굴로 어느새 로라가 화려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줄리와 스테파니를 보고 뛰어온다. 로라의 코발트빛 옷이 날개를 단듯 하늘하늘 거린다.

 

줄리: (웃으면서)  로라 어디 파티 라도 가려는거야?

스테파니: (눈을 흘기며) 로라는 나이를 어디로 먹는거야 .너무 이쁘다

로라: (흥분된 목소리로)  네에 이 옷요? 어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한벌 장만 했어요. 언니들  벌써 12시가

        넘었어요. 뭣들 하시는 거예요 . 맛있는 밥 먹으러 가요.  맛있는거 살게요.     

줄리 :(로라를 보고 윙크를 하며, 배를 툭툭친다) 오랜만에 운동좀 했더니 배가 고프네! 살은 내일 줌바 클라스

          에서 운동하고  또 빼자고!  레츠 고!

로라:(환한 얼굴로) 언니들 만나서 힘이 됐어요.  난 줌바보다 언니들이 더 좋네요!

스테파니: 나두 그래!  우리  매일매일  또 줌바 클라스에서 만나요!!  화이팅 !!

 

줌바 클라스 문을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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