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선인장
유경순
햇볕이 오래 머무는 창 아래
주먹 선인장 하나,
황토 화분에서 묵직하게 몸을 세우고 있다.
갈색 가시는 마른 비늘처럼 굳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푸른 살결 위 얇은 막이
오후의 빛을 천천히 반사한다.
물이 끊긴, 오래된 흙은
손끝에 닿기만 해도 가루로 부서지고
밑둥에 엉긴 거미줄은
기울어진 빛을 붙들고 있다
굽은 줄기 뒤쪽
깊숙이 박힌 가시의 사이로
비껴든 빛이
좁은 틈을 따라 느리게 미끄러진다.
건조한 바람을 밀어내며
이파리 하나 없이 솟아나
붉은 꽃 한 송이
단단한 표면을 천천히 젖히며
색을 드러낸다.
황톳빛 화분의 벽엔
낮의 열이 미세하게 머물고
가시 끝마다
묵은 손결이 얇게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