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조회 수 420 추천 수 0 2025.01.16 19:07:39

겨울나무

                        유경순

 

지난겨울이 만든 가느다란 길 위를 올해도 걸었습니다

끈적한 생채기가 채 마르지 않은 길이지요

홀가분한 몸이지만 발걸음은 더디게 걷습니다.

 

둥근 마음으로 살고 싶었는데 

뾰족한 얼굴로 하늘을 응시하고 

이리저리 가시로 옆 가지를 찌르며 남은 것 하나도 없이 벗겨 버렸지요

서둘러 모진 마음을 보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흩어지는 마음을 들키기 싫어

놓아버린 순간들이 발아래 널브러져 있습니다 

음조 없는 소리로 비벼가며 맨몸이 되어갑니다. 

 

차가운 달빛 속에 늘 다가오는 찌릿한 앙금

저 아래 땅속의 옛날이야기가 오늘 밤도 어디론가 가려 합니다.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알에서 일어납니다.

가느다란 길 위를 나와 같이 걷고 있습니다.

후끈한 동행입니다

저 꼭대기 달이 쉬어가는 오늘 

 

바람이라도 놀러 오면 나의 잔가지라도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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