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돌길을 걸으며
유경순
달빛은 내 발을 돌에 묻었다.
하얀 모래가 뭉쳐졌을까.
걸을 때마다 흙이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걷는 것이 한 발을 내딛는 일이라면
이 길은 나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닳아있는 둥그스름 작은 돌 모서리는
매끄럽게 닳아 빛을 냈고,
눈길 없는 구석진 곳에서는 어둠이 고여있다
수백 년 전 마차 바퀴가 지났던 패인 웅덩이는
이방인들의 발자국으로 가득 쌓여 넓은 광장을 이룬다
발목이 욱신거린다.
걷다 보니 불편하다
덕분일까! 천천히 걷는다.
오랜만에 옆 사람도 보았다.
잡힌 손끝 열기가 불에 달궈진 돌 같다.
발밑에서도 열기가 올라온다
지나쳐 버릴 순간이
돌길 위에서 오래 머문다.
그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었다.
난 이제껏 어떤 길을 걸었나
시간의 흔적을 잠시 빌린다.
오래된 종이책 냄새가 난다.
헐떡거리는 마음을 작은 카페에 앉아 잠재운다.
넘기지 못한 한 페이지가 되어있는 나를 본다.
중세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있는 높은 철탑을 보았다.
오래도록 바라다보았다
다시 돌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