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의 퍼즐>
유경순
어젯밤, 누군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한 줄의 숨이
벽을 타고 내려와 도시의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
검은색 낙서 속에는 지워진 고백이 남아 있고
지워진 자리마다 짙은 페인트가 밤의 차가운 공기 위로 남는다.
지하철이 지날 때마다 광고판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금속의 떨림은 오래된 악보처럼 낮게 진동한다.
햇빛은 벽의 문장을 천천히 지워내고
밤이 오면 또 다른 누군가의 이름 위로 검은 페인트가 덧칠된다.
벽돌 사이로 마른 페인트 자국만이 벗겨진 피부처럼 얇게 드러난다.
사각의 벽 위에는, 지워진 이름들의 그림자가 겹쳐있고
잠들지 않는 맨해튼의 새벽에 스프레이의 숨결이 희미하게 번진다.
뱅크시의 퍼즐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조각을 분사하며 새벽을 벌려 놓는다.
나는 그 벽 앞에서 분사된 새벽의 숨결이 내 안쪽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뱅크시는 그라피티 (벽이나 건물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나 긁기 기법을 이용한 그림) 아티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