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소년>
유경순
창밖의 고양이가 창가에 앉았다
서로 다른 두 눈빛 속
히말라야의 오후가 얼음골처럼 굽어 있었다.
한쪽 눈은 식탁 위 남은 국물을 담고
다른 눈은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을 담았다.
소년은 당나귀의 등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붉은 천으로 묶인 짐들이
배 아래에서 숨 쉬듯 흔들렸다.
설산의 공기가 소년의 볼을 얇게 스치고,
봄은 아직 저 먼 계곡에 숨어 있었다.
앞서 걷는 아버지의 낡은 구두가
바위 자갈길 위에서 먼지를 일으켰다.
흙먼지가 소년의 시야를 스치며
공기가 잠시 정지한 듯 덜그덕 거렸다.
덜 그 덕
당나귀의 발굽이 얼음 위를 두드렸다.
그 소리를 바람이 삼켜갔다.
히말라야의 골짜기마다
깃발이 흔들리며 바람을 품는다
덜 그 덕
발굽 소리 위로
녹슨 기차 바퀴가 지나간다
기차는 산맥의 끝을 따라
동으로, 동으로 흘러갔다
침엽수림의 어둠 속
플랫폼에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소년을 닮은 얼굴,
둔탁한 북소리가 울렸다.
둥 둥 둥
밤에만 깨어나는 눈빛들이 흔들렸다.
북소리가 멎자
바람에 스친 햇살 한 줄,
그 빛 아래 깃발 사이로
소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소년의 입가에
바람이 스쳐 갔다.
금이 간 그릇속국이 서서히 식었다.
그때 창밖에서
바람이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히말라야의 어디선가
낡은 깃발이 잠시 흔들렸다.
바람은 여전히 산맥 끝에서 깃발을 흔들었다
*셰르파는 네팔의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셰르파는 동쪽에서 온 사람을 의미하는데, 고소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히말라야의 고봉을 오르는 산악인 혹은 원정대의 안내와 짐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원정을 돕는 사람들’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