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와 소년

조회 수 184 추천 수 0 2026.01.10 18:58:31

올리브와 소년/ 유경순

 

소년은 숲에 살았다

해가 기울면 숲의 끝으로 사라졌다

바람이 먼저 소년의 어깨를 밀었다

먼지 속에서 빛이 튀고

다시 바람이 불면, 소년은 달렸다

올리브 숲길이 소년을 따라 흔들렸다.

나뭇잎들이 숨을 죽였다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래된 라디오 소리

밥 짓는 기름 냄새

배운 적 없는 언어의 노래

낡은 천막의 그림자 속에서

올리브는 별빛으로 익어가고,

소년은 그 빛을 주워

조그만 백에 담았다.

 

일 달라요! 

소년의 목소리가 공기를 흔든다.

뿌연 비닐 속에 올리브 몇 알.

흙먼지와, 때 낀 손톱이 둥글게 모였다.

소년은 짧은 시선을 남기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다시 불고

소년의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손에 쥔 올리브 한 줌

소년은 내일도 그것을 팔 것이다.

덜 익은 올리브,

숲은 굶는 자도,

우는 자도 없었다.

 

배고픔,

올리브 몇 알의 무게를 알 수 없지만

소년은 숲의 모서리에 서 있었다.

뿌리도, 나뭇잎도 아닌

기름 냄새 숲에

소년이 숨 쉬고 있었다.

 

<시작 노트>

 

몇 년 전 모로코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후와 지형이 척박한 산마다 올리브 나무가 심겨 있었습니다

 물이 많이 필요치 않은 나무라 사람들은 신의 축복, 영광이라고 불렀습니다.

가는 곳마다 조그만 소년들이 올리브 알을 넣어 팔고 있었습니다. 관광지에 관광 차가 도착하면 어디서 오는지 마르고 남루해 보이는 소년들이 올리브 숲에서 주운 올리브 알들을 봉지에 넣어 팔려고 모여들었습니다. 바라보면서 올리브의 기름과 열매의 풍미, 조그만 소년들을 생각하면서 대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올리브 숲과 소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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