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유경순
너였구나
새벽 골목길
마른 창틀에 낀 먼지들이
부스스
날갯짓한 것이
나직한 목련 나무
잉태의 신음 고운 결로 만들어
묵은 땅 뚫고 오는
봄풀의 소리를 마중한 것도.
길가 풀숲에
오래된 한숨 드리우고
물 한 모금으로
뒤늦은 여정 채비를 하는
철새의 뒷모습을
바람아
너는 보았니.
헤집고 들어오는
비릿한 찬 내음은
겨울이 떨어뜨리고 간 빈자리일 뿐
난 아직 몰라
너의 마음을
밤새 잔가지가 땅에 뒹굴고
하얀 달은 건넛집 지붕 위에 누워있다.
파닥거리는 새들이 이파리에 몸을 숨길 때
나무 사이 사이로
밀려오는 푸른 숲을 보았다.
바람이 걷혀놓은 새벽하늘을
한마디도 없는 서늘한 뒤풀이
바람아
너는 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