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조회 수 235 추천 수 0 2025.04.25 19:54:12

봄바람                           

                   

                    유경순

 

너였구나

새벽 골목길

마른 창틀에 낀 먼지들이 

부스스

날갯짓한 것이

 

나직한 목련 나무

잉태의 신음 고운 결로 만들어

묵은 땅 뚫고 오는 

봄풀의 소리를 마중한 것도.

 

길가 풀숲에

오래된 한숨 드리우고

물 한 모금으로 

뒤늦은 여정 채비를 하는

철새의 뒷모습을 

바람아

너는 보았니. 

 

헤집고 들어오는 

비릿한 찬 내음은

겨울이 떨어뜨리고 간 빈자리일 뿐

난 아직 몰라

너의 마음을

 

밤새 잔가지가 땅에 뒹굴고 

하얀 달은 건넛집 지붕 위에 누워있다. 

파닥거리는 새들이 이파리에 몸을 숨길 때

나무 사이 사이로

밀려오는 푸른 숲을 보았다.

바람이 걷혀놓은 새벽하늘을

한마디도 없는 서늘한 뒤풀이

 

바람아 

 

너는 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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