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유경순
냄새는 먼저 도착했다.
갈색의 과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식탁 모서리에 팔꿈치를 괴고 앉는다.
달빛이 가늘게 쪼개져 식탁 위로 흩어진다.
커피 물은 주전자 안쪽에서 작은 동굴을 파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컵에서 피어오르던 검은 김이
부엌을 한 바퀴 맴돈다.
숨을 들이마시고
입안에 스친 쓴 빛이 혀에 잠길 때
흑장미의 잔가시가 가득 고인다.
당분간 끊으세요
의사의 목소리는 부엌에 없는데
쪼르륵 흘러내리는 소리는
작은 회전축이 되어 새벽을 비튼다.
빈속은 어디까지가 빈 것인가
아침은 언제부터 아침인가
커피는 아직 뜨겁고
달은 아직 새벽에 눌려 있다
그리고
나는 컵을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