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조회 수 89 추천 수 0 2026.01.10 19:49:29

 

*모닝커피

 

유경순

 

냄새는 먼저 도착했다.

갈색의 과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식탁 모서리에 팔꿈치를 괴고 앉는다. 

달빛이 가늘게 쪼개져 식탁 위로 흩어진다. 

커피 물은 주전자 안쪽에서 작은 동굴을 파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컵에서 피어오르던 검은 김이

부엌을 한 바퀴 맴돈다. 

숨을 들이마시고 

입안에 스친 쓴 빛이 혀에 잠길 때 

흑장미의 잔가시가 가득 고인다.

 

당분간 끊으세요

의사의 목소리는 부엌에 없는데 

쪼르륵 흘러내리는 소리는 

작은 회전축이 되어 새벽을 비튼다. 

 

빈속은 어디까지가 빈 것인가

아침은 언제부터 아침인가

커피는 아직 뜨겁고

달은 아직 새벽에 눌려 있다

 

그리고

 

나는 컵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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