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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부추전
유경순
손끝에 머물러
한나절
잊고 살아온
쌉쌀한 풀꽃 냄새
육십 번을 넘게 보아온 봄의
향기가 이런 줄 몰랐다
뒷마당 외진 곳
잡초 속에 섞여
꽃을 피우고
억새가 되어
홀씨 되어 지낸 나날들
바람 속에 묻혀 있다
몸속 깊이 배인 세월의 향기
뒤집고 꾹꾹 눌러진
인생의 고락이
두런거림 속에
지글지글
누렇게 옷을 바꾸고
불 지핀
미나리 부추전 속에
내 몸의 세월이 구워진다
스며든 긴 햇살
눈을 뜨니 보이는 작은 꽃
서둘러 보채는 봄 소리
눈을 다시 비벼
마음을 열고 보니
마구 봄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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