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4.05.27 21:33:20

        열병

 

                                유경순

 

 

소리꾼의 춤사위

내뱉어내는 가는 침은

얼음을 만드는 영하의 물벼락

쏟아져 흐르며 얼어붙는다

 

꺾어지는 가락 속에 열병이 춤춘다

 

소리꾼의 춤사위

내뱉어내는 가는 침은

얼음을 만드는 영하의 물벼락

쏟아져 흐르며 얼어붙는다

 

귀를 막아도 가느다랗게

땅속에서 뛰쳐나온

죽은 매미의 울음 같은 아우성

푸른 달빛이 춥기만 하고

실 같은 틈만 있어도

온기는 사라지고

덧붙인 창호지는

작은 바람에도 팽팽히

고집스러운 사연을 뿜어내고 또 뿜어낸다

 

흔들림 없는

청춘 깃발 하나가

꼿꼿이 서서

달빛을 찌르고

서슬 퍼런 겨울바람을 가르고 있다

 

덩더꿍 덩더꿍

한쪽 손에 들려진 부채를 필 때마다

물이 되어 흐르는 억겁의 세월

시리도록 차가운 열병

 

단조 속에 끓어오르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긴 외침은

한 줄기 햇살 속에 빠져나가는

자그마한 입자의 먼지같이

서둘러 움직이는 작은 몸부림이다

 

사그라진 절규 속에

세월은 흐르고

한 줄 시속에 파묻힌 영혼

거친 광야를 달린다

피도 말라버린 세월 속

비린 바람도 불어댄다

 

*시인 김지하의 <오적> 판소리를 듣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132 세월 file 유경순 2023-03-10 88 2
131 개나리의 꿈 file 유경순 2023-03-10 94 2
130 소중한 순간 file 유경순 2023-03-17 91 2
129 무궁화 서곡(독립만세 운동) file 유경순 2023-03-17 150 2
128 베사메 무쵸 유경순 2023-05-02 136 1
127 여름우박 file 유경순 2023-06-15 49 1
126 장터국수 file 유경순 2023-04-25 73 1
125 무소유의 자아 file 유경순 2023-04-05 53 1
124 드라이 플라워 file 유경순 2023-04-05 56 1
123 새해아침 file 유경순 2023-12-21 44 1
122 비와 여름꽃 file 유경순 2022-08-23 21  
121 새해 아침 file 유경순 2022-12-19 98  
120 노을 file 유경순 2022-09-01 23  
119 바위 file 유경순 2022-12-12 51  
118 하늘아래 하늘 file 유경순 2023-07-13 31  
117 아버지의꽃 file 유경순 2023-01-23 74  
116 가난한 마음 file 유경순 2023-01-10 111  
115 세모(歲暮) 아침 file 유경순 2022-12-30 83  
114 플라멩고 file 유경순 2022-11-27 37  
113 가을아침 file 유경순 2022-11-29 34  

회원:
5
새 글:
0
등록일:
2022.04.07

오늘 조회수:
0
어제 조회수:
0
전체 조회수:
19,335

오늘 방문수:
0
어제 방문수:
0
전체 방문수:
8,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