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오래도록 바라봐 준다면
드르륵 문을 열어 주고 싶지요
순간의 시선에도
마구 헷갈려
여러 곳을 돌아 다녔으나
배우는 것 보다 잊어 버리는 것이 더 많았고
많은 것을 보았으나 아무 것도 갖지 못했지요
더러 오해를 풀었으나
깊은 이해는 하지 못했고
입을 열어서 위험 했던 일 보다
입을 다물어서 비겁했던 일들이 더 많았지요
지금은 콩 알 만큼 작아져서
아니, 닳고 닳아서
한 사람의 묵언을 받아 들이고
나의 묵언을 전하는 일에
한 생을 덜덜 떨면서 지나가고 있어요
어디쯤서 멈추게 될지
아니, 굳이 알고 싶지는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