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인 시인의 제2시집 발간에 즈음하여
김환생
시인, 전주 시인협회 부회장
사물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작용을 ‘이성(理性)’이라고 한다. 흔히 ‘로고스(logos)’라 하는 용어인 바, 고대의 철학자와 미학자들이 로고스에 가장 가까운 예술로 시(詩)를 꼽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논리를 사랑했고 논리적 언어인 ‘로고스(logos)’를 신봉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탈레스는 그의 ‘시학(詩學)’에서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 용어는 종교적 의미로 '감정의 정화(淨化) 또는 정죄(淨罪)'를 나타내는 단어라고 할 수 있으며 의학적으로는 몸 안의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용어이며, 시의 측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정신의 균형과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카타르시스가 이성(理性)의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석인 시인은 「기다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하고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분명히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에서만 가능해진다. 믿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일이 전혀 일어날 수 없음을 알면서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는 믿음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만나서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그런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아예 영영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기다림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기다림은 사랑을 만날 수 있고/나의 행복을 얻을 수만 있다면/오늘도 내일도 계속 기다리며/이곳에 혼자 남아 있겠습니다./사랑하는 그 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림이 있어 행복하다」 전문>
이러한 카타르시스는 제2부 「청춘은 내 마음 속에」에서도 나타난다. 세월을 핑계 대고 스스로 열정을 버리면 그 순간 우리는 늙어버린다. 열정을 버리지 않으면 항상 청춘이다. 늙었다는 생각이 우리를 늙게 만들어 버린다.
세월이 흐르면/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열정을 버리면/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우리의 청춘은 언제나/마음속에 함께 있다 <「청춘은 내 마음 속에」 전문>
한 구절 시(詩)에 표현된 ‘십자가의 정신’은 가장 완성된 카타르시스의 태도다. 그 한마디에 감동을 받고 내 인생이 바꿔진다. 내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는 최고의 말씀이 바로 ‘십자가의 정신’에 있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같은 가르침을 준다. 《나를 내려놓는 행위》가 나를 정화(淨化)시키는, 나를 정죄(淨罪)시키는 최고의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불가(佛家)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 기독교의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다.’한 정신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생의 목표가 아니겠는가.
십자가 정신은/자기중심이 아닌/하나님 중심이고/타인 중심의 정신입니다.//자기를 희생하는 정신입니다.//하나님 나라를 위하여/교회를 위하여/성도들의 유익을 위하여/손해를 감수하는 정신입니다.//5리를 가자면/10리를 가주는 정신입니다. <「십자가 정신」 전문>
우리의 일상을/기도로 시작하고/마치게 하소서.//우리의 마음이/주님의 마음에/합당케 하소서.//우리의 사랑이/주님의 사랑을/본받게 하소서. <「나의 소망」 전문>
카타르시스는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슬픔, 억압, 답답함을 정화(淨化)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통쾌하다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속에 쌓여 있던 답답함을 내보내서 정화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김석인 시인은 언제나 성품이 온화하고, 항상 겸손하시다. 그 성품의 근원이 그의 시(詩)가 보여주는 카타르시스에 있다면 내가 지나치게 김석인 시인을 옹호하는 것일까?
그의 두 번째 시집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전편을 읽으며 모든 시에서 우러나오는 시인의 덕(德)과 포용(包容)을 느끼며 감동을 받는다. 그렇다. 난해(難解)한 말장난이나 일삼는 일부 현대시들의 감동 없는 시를 읽다가 김석인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나를 돌아본다.
아주 오래 전 대학 재학중, 나는 친구와 함께 ‘경북대학교’에 찾아가 만나 뵌 <김춘수(金春洙)> 시인께서 젊은 우리들에게 “이제까지 내가 쓴 시를 모두 태워버리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깜짝 놀라 “교수님!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여쭸을 때, “부끄럽네. 100년, 혹은 200년이 지나 내 시가 참으로 감동으로 읽혀질 수 있을까?” 말씀하시던 일이 떠오른다. <김춘수(金春洙)> 시인께서 「감동 없는 시」라고 말씀하셨다.
김석인 시인의 시는 읽을수록 감동을 준다. 자기 카타르시스를 통해 이웃과 세상에 무엇을 베풀어야 할지를 알도록 해준다. 아는데 멈추지 않고 스스로 베푸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그를 덕인(德人)이라고 말한다.
바람에 맞서 흔들리는/아주 작은 꽃씨 하나//아름다운 꽃으로 피운 인연/밝게 피어나는 우리들 마음//춤추는 벌과 나비들은/사랑을 한 아름 선물하네//꽃 중의 꽃, 사람의 꽃(人花)/삼천리강산에 가득가득하게 <「꽃 중의 꽃」 전문>
나무는 때가 되면/몸속에 수분을 아끼려고/낙엽을 만들어 떨어뜨리고//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 모습은/인간들의 월동준비나 비슷하다//자연 생태계는/참으로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흙과 더불어 살아가는/자연과 우주의 엄연한 질서 속에서/천년만년 살아갈 우리 인간들이/배워야 하는 큰 깨달음이다. <「자연의 질서」전문>
조국(祖國)이 없이는 내가 있을 수 없다. 시인은 내 조국을 사랑한다. 6부 전체의 시 제목만 보아도 김석인 시인이 얼마나 조국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몇몇 작품의 시 제목 <참전용사를 생각하며/삼일절 아침/휴전선의 봄/독도는 우리 땅/희망의 연평도/이산가족의 마지막 소원/새롭게 시작하자/세종대왕 뿔났다/한글의 세계화 열풍/전하 신은 죄가 없나이다> 등등에서 나는 김석인 시인의 조국(祖國)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읽는다. 「삼일절 아침」 전문을 읽어보며 김석인 시인의 시에 깊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부끄러운 서문으로 가름한다.
오늘은 3.1절이다/우리 민족의 그날의 함성은 바람소리요/태극기 흔드는 감격의 눈물은/빗물처럼 흐른다.//눈에서 내리는 봄비는/애국 애족 순국선열들의 우국충정을/슬퍼하는 듯하지만/우리의 얼었던 마음을 포근히 녹여준다.//산골짜기 잔설도 모두 녹아/새싹에게 봄 향기 불어 넣어주고/온 천지를 깨끗이 씻어주며/우리의 마음 밝은 미소를 짓게 한다.//오늘은 삼월 초하루/저만치서 들리는 함성과 함께/우리 님들 만나러/깨끗한 몸가짐으로 봄 마중 가자.
약력:
2013년 열린문학 등단. 시낭송. 스피치 지도강사. 안종근의사문학예술연합회 자문위원. 열린문학 문학상 외 다수. 시집: 시가 뭔데(2022년).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