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상달력을 넘기며
강 양 욱
엊그제 받은 2025년 탁상달력은
깨끗하기만 했는데
칸마다 사생활이 스도쿠 문제 맞추듯
희비애환이 하나씩 쟁여간다
먼저,
각종 공과금, 신용카트 납부금 은행 잔액확인부터 한다
체크에 보낼 금액과 사인을 갈기고는 한 장 넘긴다, 펄럭
넘어간다,
탁상달력에도 OX 표시, 빗금을 긋는다
창문 너머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를 쳐다본다
가무파리했던 꽃대에 홀연히 나비처럼 색색이 내려앉는다
알록달록 하늘거리는 예쁜 자음과 예쁜 모음들,
겨울 같지도 않았던 쥐꼬리만 올 겨울은
아들의 조기 대학입학 소식에
때 이른 더위가 가슴에 후끈 찾아든다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청바지 허리끈 휘청,
반소매 반바지 가벼운 옷가지
좋지도 않은 내 다리는
내년부터는 더 가늘어질 새다리 신세,
에~구~
올해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며
2026년 병오년 붉은 말 등에 올라타려고
찬물부터 마셔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