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 아리랑
蒑池 정순옥
1)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사랑스런 디아스포라
이 세상을 밝게 하는 한민족이라서
무궁화 피는 바닷가를 사랑하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몬트레이 바닷가를 걸어가네.
2)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디아스포라 코아메리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한민족이라서
봉선화 피는 바닷가를 사랑하네
3)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별처럼 꿈이 많은 디아스포라
이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한민족이어서
분홍꽃 피는 바닷가를 사랑하네
나는 오늘도 내가 작사한 ‘몬터레이 아리랑’ 을 흥얼거리며 아름다운 몬트레이 바닷가를 걷는다. 몬트레이 아리랑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요, 내가 한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내 영혼의 자부심自負心이다.
오늘도 날마다 한민족의 혼魂이 담겨 있는 몬트레이 아리랑을 은물결이 일렁이는 태평양 바닷가에서 부른다. 아리랑을 부르면 바다 저너머로 그리운 목소리들이 파도를 타고 끊임없이 들려준다. 나는 혼자 노래를 불러도 혼자가 아니다. 한민족의 혼들이 일제히 나와 함께 합창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내가 힘있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몬트레이 아리랑을 부르며 충전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운 사람들의 음성을 태운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몬트레이 해변가에서 말이다.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꿈을 안고서 디아스포라 미주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월이 고국에서 살았던 세월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현지 생활에 서먹서먹할 때가 많다.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민 광야에서 부닥쳐야 하는 언어와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로 해고정리를 감당해야 하는 서러움을 왈칵 쏟아 내야 하는 고통이 있다. 때로는 공평하지 않은 처사에 맞설 배짱도 없는 약함을 한탄하기도 한다. 외롭고 텅 빈 영혼이 되어 사랑으로 채우고 싶은 목마름이 있지만 뜨거운 가슴을 열어 주는 사람을 못 찾아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영원한 생명수에만 의존하면서 살 때도 있다. 아마도 나는 누군가도 나처럼 상처받고 쓸쓸하고 가슴이 허허로워 사랑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수필 쓰기에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녕 나는 가슴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시원한 바람 같은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일까 싶다.
현대인들의 새로운 삶의 패턴인 자유롭게 새로운 터전과 직장을 찾아 창조의 삶을 살아가는 디지털 노마드(nomad)시대에, 디아스포라 미주이민자의 삶을 사는 나는 사람 옆에 있어도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면서 산다. 외로움에 더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할 때 가슴 저미도록 슬픔이 깃든 고통 탓에 영혼이 피를 토하는 비명은 참으로 참담하지 않는가. 날마다 나의 생활에서 의사소통이 부족하여 이민 광야에서 쓰러지는 들풀과 같이 쓸쓸한 내 정서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여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 가는 이민자의 삶의 희로애락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도 코아메리카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용기를 잃지 않고 재외교포라는 카테고리의 길을 걷고 있다. 내 한(恨)과 꿈(vision)이 섞인 몬트레이 아리랑을 부르면서 말이다.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지구촌의 아름다운 곳을 여러 방법으로 볼 수가 있지만, 눈으로 보기에 좋아 즐거움을 주는 내가 사는 몬트레이에는 관광객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가슴에 새겨져 남을 만큼 아름다운 꽃들이 많다. 어쩌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연분홍 카펫꽃이 만발하는 세계적인 휴양지 17마일 드라이브 코스,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 있는 환상적인 빅베어를 바라다본다. 그 환상은 그리운 사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아침저녁으로 그 길을 걸어서 반드시 온다는 전설이 있는 아리랑 품은 소천재가 보이는 소쿠리 마을, 가슴 속의 서러움을 몽땅 쏟아 붙고 싶은 한강이 된다. 그렇지만, 나는 향수에만 젖어 있지 않고 디아스포라 미주이민자로서 아름답게 살고 싶은 꿈을 안고서 삶의 현장을 힘차게 누비고 있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귀하고 중요함을 알기에 말이다.
오늘도 나는 태평양 바닷가를 걸으면서 몬트레이 아리랑을 부른다. 참으로 많이도 불러온 몬트레이 아리랑이건만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얼마큼 더 이민생활을 해야 고향에서 즐겨 부르던 아리랑을 잊을 수가 있을까. 아련히 떠오르는 고국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불렀던 아리아리 아리랑 소리와 함께 내 가슴을 후비고 들어온다.
언제나 나는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조국의 아리랑 곡에 내가 작사한 내 영혼의 자부심을 표현한 아리랑을 부를 수 있으매 감사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똑똑하지 못함에 조금은 처량한 생각이 바보처럼 든다. 사랑스러운 삶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꿈을 안고서 피눈물을 삼키며 가슴 아픈 디아스포라 코아메리카로 살아가는 내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서 몬트레이 아리랑을 부르는 내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