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해 뜨니 삶의 길 열리고

달 뜨니 새 꿈이 밝다

   


    학생 독립운동 기념탑

    

       뿌리 깊은 기념탑

굳건히 솟아 있네

화랑의 혼 움직이어

피 끓는 가슴에

목숨도 청춘도 모두 바쳤네

바람 앞에 깜박이는

내 나라 구하려

 

백의민족 흐르는 단군의 피

왜놈들 총칼로도 범하지 못했네

방방곡곡 삼천리

독립만세 울부짖어

무궁화 대한민국 온 세상에 전했네

 

오늘은 학생의 날 113

희망에 복받치는 젊은 힘 모아

선배의 뒤를 이어 줄기차게 나가자

바른 길 우리 앞에 횃불은 타오른다

 

                                                         (1957 광주 제일 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

                          113일 기념탑 세워진 날)

    

   



(2013 계사년 신년시)

    

새벽빛

    

용띠 꼬리 물고 60해 잠을 깬 백사(白蛇)

어둠을 뚫고 새 하늘에 솟구친다

거북이 몸을 감은 고구려 현무

남해를 누비던 장보고 충무공 후손

한강 줄기 꿈틀거려 세계로 뻗는다

 

일찍이 앞선 씨족 몽골 티베트 이어지고

북남미 대륙까지 달려나간 혈연

김치 된장 온돌방에 고인돌 지어 올려

재치 깊은 끼 범람하는 한류

우리말 한글문화 오대양에 넘친다

 

뛰지 않고 유유히 비상하는 백사의 윤무

태백 줄기 품에 안은 한반도

한라 지리 금강 백두산까지

새아기 울음소리 메아리 울린다

 

벅찬 가슴 두근거리는 젊음의 기상

육대주 평화 가는 길에 횃불을 밝혀

찬란한 조국 찬가 목청 올려 불러라

 

달 화성에 이르는 첨단을 앞서

지구를 당겨가는 관악의 혈맥

태양계 성문 열어 백의민족 깃발 날려라

 


귀향 歸鄕

      

빗방울 땅에 흩어져

흙을 적신다

 

달리는 트럭에 깔리고

콘크리트 길에 눕혀

하이힐 바닥에 묻히기도 하며

나무와 풀뿌리 찾아간다

 

지친 하루 목숨 얻어

초롱초롱 별들이 잠들었다 깨면

입사귀에 살아난 맑은 이슬 방울

새벽 햇살에 볕뉘 따라 올라

하늘 위에 하얀 구름 꽃 핀다

 볕뉘 : 작은 틈을 통해서 잠시 비치는 햇볕

 

 

 


시간이 멈춰 선 그림

                

지나간 시간은 발굽에 멎고

다가오는 시간이 팔품에 안긴다

 

한평생 어디쯤엔가

이 순간의 흐름 한꺼번에 멈추고

총알의 속도로 날아온 과거

기억의 표면에 꽂힌다

 

빛깔은 화선지에 번져서

색깔 무늬 번지고

전단지에 색칠해 버린 메모

남들의 그림 안에 곱게 보인다

 

한 그루 들꽃 작은 씨알

꽃잎 활짝 피어

바위 속 화석에 눌어붙는다

   

             

           파도 소리

                     

            살아 있는 목숨들

소리소리 질러 몰려왔다

조용히 물러나는

바다 숨소리


    

    그슬린 숭례문

                  

불에 탄 상처를 가리개로 두른 채

병상에 누어

찾아온 나를 껴안고 흐느낀다

 

36년 동안 몸을 빼앗기고 마음이 짓밟혔던 고통

해방되어 찢긴 옷깃을 여미었다

 

반세기 지나도록

정치에 경제에 바쁜 사람들 구경하는 동안

빼앗긴 핏줄 역사

잃어버린 삶의 문화

흩어진 선조의 혼을

지켜 돌보아온 외로운 숭례문

 

6백년 옛 도읍의 수문장이 제 몸을 불사르고

훨훨 타는 불길 속에

피 끓는 선조들 발길을 보지 못하는 애통함

 

불에 그슬린 임의 얼굴 더듬어

가족의 넋을 다시 찾으려

그 앞에 엎드려 통곡하는 경복궁의 눈물

       (1961숭례문제도사) 

  

 

숭례문의 얼

                             

남문 열고 종을 울리니 개명 산천이 후닥닥 밝아온다

할아버지 지팡이 버리고 떠나신 문지방

조선 태조 칼을 꽂고 땀 냄새 피 냄새 집채 바위 끌어왔다

 

인왕산 선바위 밑뿌리에 으르렁대던 호랑이

한여름 여치떼 울음소리 달밤을 재우고

변강쇠 쩌렁쩌렁 갓 쓰고 모시 두루마기에 비단 부채 펴니

강원도 금강송 통나무들 장쇄로 굴려다가

도편수 장척대로 재서 먹줄을 튕겼다

수라상 물린 장수 활시위 당기면

문루를 떠난 화살이 보름달에 꽂힌다

 

남문 밖에 노망든 할머니 나막신을 찾다가

계곡에 버려둔 총각 지개

벼 이삭 줍는 댕기맨 아낙네들

풀 비린 웃음을 가득히 지고 왔다

문안에는 땅재주 광대놀이

활옷 입은 궁녀도 배를 쥐고 웃는다

석수들 밑돌 묻고 목수들 기둥 세워 대들보 높이면

참빗으로 머리 빗 듯 자귀 깎고 대패 밀고 끌로 홈을 팠다

 

왕관 눌러쓴 아기 왕 가랑가랑

목청 높여 왕조를 다스리는데

꼭두각시 그림자놀이하는 밤에

숭례문은 불에 탔다

 

속 타는 흰 연기에 할아버지 수염이 탔다

소방대 물줄기 기와 지붕 위로 한강 넘치고

북악산에 바람꽃 시들어 청계천 억새 잎에 핏자국 젖었다

 

홍예 아래로 남군 북군 구둣소리

놀란 선조마저 화성 멀리 떠나고

전차 철길 바둑판에 정치꾼 경제꾼

밀고 당기며 관자놀이 시끄러운데

자리 깔고 누운 할머니 옹고집 당파 싸움 멈추려나

 

관악산 열병에 몸살난 동학군들

성 밖에 서성거리는 바람잡이 누리꾼들

남문에 몰려들어 아우성치다

신음하며 죽어간 젊은이들 뼈가

어느 날 발굴유적에서 빛을 볼 거나

 

대들보 받쳐 든 보아지는

비단 꽃 단청에 오색이 화려하고

추녀 떠올린 소머리 공포는

길게 혓바닥을 휘저어 내밀었다

처마 끝 기와 문양 봉황은 목을 휘어 깃을 다듬는다 

 

   

눈물겨운 금강산

         

시월의 단풍 계곡 너머로

하늘을 찌르는 만물상 봉우리들

두 팔 흔들어 멀리서 소리친다

 

준엄한 비로봉 어딘가 숨었고

동해 해금강도 멀리 가려 보였지만

귀면암을 끌어안고 노래도 불렀다

 

손바닥에 떠 마신 바윗물 한 모금

눈길은 절벽의 큰 글씨 이름을 피해

전깃불 자주 꺼지는 호텔

발코니에 들리는 슬픈 군가

 

창 밖에는 숨죽인 초롱초롱 별 하늘

헤어지기 싫은 하룻밤을 길게 지새웠다

 

떠나는 길 어깨 처진 관광버스

술 취한 남한 동포 유행가 늘어지고

철조망 저 편에 헐렁이는 군복 입은

홀로 선 내 형제 인민군의 굳은 얼굴

 

투덜대며 끌려가는 엔진 소리

시간이 멈춰 선 계곡 가슴을 치며

햇볕 비추는 날 있을 거라고

속 타는 바위의 침묵 눈물겨웠다

   

인형

               

햇빛 비켜드는 작은 창문 쪽방

어머니 재봉틀로 올을 감아 기워진 몸

한 땀 한 땀 사랑받으려 태어났기에

 

낮에는 명동길 밤에는 가로수길

눈코 뜰 새 없이 밖에서 시달린 마음

젖은 속옷 지워진 화장 돌아 들어 와

훌러덩 벗은 알몸 시름없이 눕는다

 

덧없는 인연 세월에 구긴 살결

때 묻은 어제 떠나고

새 옷 입은 오늘 오면

웃는 얼굴에 내일의 꿈을 짓는다

하루하루 곱게 가꾸려

포근한 둥지 찾아 여기까지 왔구나

 

영혼은 어디 두고 사람의 품새던가

끝내는 이웃 모두 떠나서 자리 비워도

삶과 죽음이 한 웃음으로

변함없는 너의 사랑 하나로 지켜가리


여자에게

      

거친 한낮에도

아늑한 달밤에도

한 몸 한 마음으로

살자고 했지

 

나를 위한 그 약속

끝까지 지켜가는

갸륵한 자기 마음

남자는 아는 듯하지만

 

그렇게 하려 하려 하여도

할 줄 모르는 아예

어느 별나라에서

다른 몫으로 태어난 체질

 

잠든 동안 산과 들을 뛰어다니다

돌아와 외딴 계곡에 홀로 선 남자

 

여자는 모를 거야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름대로

자기 위해 외길 따르려 하는

사내의 뜻을


인형의 집

                  

서곡의 아리아

마당에 빛이 들면

새날 막이 오른다

 

문 밖에는 살아 남으려는

처절한 외침 소리

방 안에는 황홀한 만남

오르가슴 앓는 소리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못 하고

행복한 울음 일그러진 웃음

인형들 새 분장으로 바꿔 입고

밤하늘 밖으로 걸어 나온다

 

은하수 흐르는 하늘에 아기 샛별

곱게 단장하고 마중 나온 초승달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벽 해

 

노랫속에 뜨고 지는 별들의 춤

눈물 뒤에 찾아오는 내일의 웃음

 

찬란한 빛과 적막한 어둠이 겹쳐

광막한 내일의 무대 이미 꾸며졌고

뒤에서 들려오는 화음에 젖어

곱게 얼룩진 오늘의 막 내리는

불 꺼진 인형의 집뒤 돌아간다

 

  

다홍빛 고무 풍선

         

 

통통한 끝 꼭지를 입술에 물고 분다

조금만 커지면 양볼 욕심 더욱 커진다

막 장가든 신랑 꿈이 부풀었고

갓시집온 신부의 가슴이 탱탱하다

더운 입김 슬금슬금 기어들어가

살짝 만져도 터질 것만 같은

잔뜩 당겨진 둥근 표면에

아이들, , , 학교, 희망이 가득하다

부푼 마음 달려오는 철길 끝에 기적 소리

입김으로 안경 닦은 하늘 밝게 트인다

연못 안에 동그란 입 금붕어

풍선 부러워 두 눈 튀어나오고

꼬맹이 고사리 주먹손 신나게 흔들어

둥실둥실 엄마 생각 고향 찾아간다

다홍빛 고무풍선 아슬아슬 전깃줄 피해

세상 밖 푸른 허공 꿈을 안고 날아간다




 

벙어리 반세기

                   

반벙어리

반귀머거리

뭐 하나 우리에게 옹근 거 있었나요

석삼년이 아니라 반세기 넘게

희뿌연 연막

모국사람도 외국사람도 아니고

하늘엔 울타리 없는데

이쪽은 아침 저쪽은 저녁

샌드위치 그 사이에서

뭘 먹고 살았나요

섞여 사는 시장바닥 모퉁이

움막 친 살림살이

손짓 발짓 바쁘게 꾸려내어

목숨 질긴 하루하루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국 사투리

자라는 2세의 톤 높은 미국 말 소리

애태운 디아스포라 고갯길

울며 웃으며 아리랑 아라리요

 


바다 엄마 海母

                  

엄마 배속에 아기바다 있어

지느러미 흔들어 헤엄친다

당금아기는 발을 동동 굴려

달덩어리 받쳐든 엄마

바다가 출렁인다

 

낮별 가득 하늘을 머리에 이고

흔들흔들 아기를 노래부른다

 

속숨 눌러 찢는 아픔 참으면

소금물 축축한 소릴 치는 아기

더운 입술은 얼굴을 비비고

젖더듬는 손안에

품속 깊은 엄마의 눈빛고인다

 

자라는 아기 옛바다 찾아

엄마와 헤엄치러간다

개구쟁이 머리묻고 웅덩이 파면

질척대는 모래 산 짓고

두 발 담가 물장구친다

 

밀물파도 엄마를 부르고

썰물파도 아기를 품에 안아

파돗소리 저녁노을 몰아간다


     

바닷가 외길


바다 모랫길 맨발로 걷다가 뒤돌아보니

굽이굽이 골목길 소란한 큰 길을 누벼보고

친구들 가득히 몰려와 노래하며 가던 길

자랑도 아픔도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못 말리는 나만의 길이었지

 

조용한 파도 소리 눈물 젖어 가다

흘리고 간 빈 병들 남긴 상처를 치우며

죽음을 되씹는 후회도 하는 동안

끝까지 까닭없이 함께 해 준 좋은 친구

웃음은 나누고 눈물은 혼자 삼켰지

아무도 알지 못할 나만의 길이었기에

 

언젠가 돌아와 다시 물었을 때

기억에서 이미 사라진 일들 많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돌이키지 못할 한 순간

파도 소리처럼 고요히 내 마음 울리고

 

내일 아침 밀물에 새날 들어

썰물에 내 발자국 빠져나갈 때

, 어쩌면 무릎 꿇고 기도해도

바뀔 수 없이 지나간 나만의 외길

 


2000년 새벽

 

광막한 공간으로 빛을 날리며

흘러가는 혜성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상에

시간이 있는 줄 모른다

역사가 형성되고 기록되어 흙에 묻치면

화석이 되어 바위는 기억한다

동물 중에 인류는 언어를 배우고

글자를 발명하여 지구 표면을

바꾸어 놓아 이제 컴퓨터를 타고

우주를 향하여 출항한다

200만 년의 전설을 두 시간으로 줄여서

다시 태어나는 인류의 첫아기

고고의 울음소리

이 해 2000년 새벽을 깨우친다

문화, 종교, 문명, 인종, 국가………

모두 합하여 지금은

우리 운명에 새 장을 연다

만물의 영장

창조주는 오늘부터 영원히 살아 흘러갈

우주 인류 앞길에 횃불 밝혀 올려

새 천년의 해가 솟는다

! 찬란하게 빛나라 이 아침

햇빛 함께 날아서 천 광년 끝없는

공간 속으로 새벽이 펴질 때

나와 창조주 사이에 이 대화는

겔럭시 사이로 메아리치며 퍼져간다 


  

인형의 계곡

     

나 닮은 모양 만든다

두 팔 두 다리 몸에 달고

두 눈 단추 달아

쳐다보는 얼굴이 반갑다

 

친구 정들어 너 안에 나를 보고

나는 너를 생각하며

슬픈 마음 달래주고 잘못은 꾸짖고

흔들리는 마음 붙들어 한숨을 재워

홀로 선 나를 껴안아 주는

 

이제는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기쁨에 소리내어 그 이름 부르고

슬픔에 고개 떨구어 그 이름 흐느끼는

 

함께 가는 길을 오르내리다

새 옷 갈아입고 한순간 나를 떠나도

발자국을 지켜 다시 흘러오기에

인형의 계곡따라 내 삶을 걸어간다



 

 


 


 



 

 


홍마가

2016.05.03 18:42:24
*.90.101.188

최용완시인님 이미 고교생때 문학의 재능을 보이셨네요. 

고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젊은 기상이 살아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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