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조회 수 59 추천 수 1 2024.01.15 13: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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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악과

 

                                                                                      정순옥

 

  선악과(善惡果)가 있다.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과일이다. 우리집 앞뜰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였다. 지금은 나의 심연에 존재한다. 과일이 생각에 따라서 변한다고 생각하니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낀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과일에 대한 생각이 아름답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아름답지가 않다. 우리집 앞뜰 사과나무에 달렸던 세 개의 사과가 양상은 달라도 인류 원죄의 시작이 된 가장 아름다운 에덴동산에 있던 선악과를 생각게 한다. 나의 영혼은 선과 악을 품고 있는 사과 세 개 때문에 얼마간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그 일을 통해 나는 선과 악의 경계는 지혜가 있음을 알았다. 나는 인생살이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은 셈이다. 선과 악은 공존하는데 생각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집 뒤뜰은 넓지가 않다. 좁은 뜰에 살구나무 한 그루와 사과나무 두 그루가 살기엔 답답하게 보여 사과나무 한 그루를 앞뜰로 옮겨 심었다. 작은 나무 같지만 십 년이 넘은 나무라 옮겨 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가뭄이 심해 물이 적은 곳이라서 나무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깊게 내린 뿌리와 함께 옆으로 내린 수많은 잔뿌리도 단단한 흙 사이에서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강하게 뻗쳐나가고 있다. 몸부림하면서 나무를 힘들게 뽑으러 다가, 나는 뒤로 넘어져 하마터면 응급실에 갈 뻔했다. 내가 앞뜰에 땅을 깊게 파서 거름을 묻고 사과나무를 심고 있을 때, 산보하던 사람이 나를 보고서 사과 열면 나도 먹을 수 있을까요?” 물었다. 나는 그러죠.” 선뜻 대답했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한 미소를 띠면서 내 곁을 스쳐 갔다. 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사과나무에 대해서 한마디씩 했다. 앞뜰에 옮겨 심은 사과나무는 희망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나는 날마다 눈을 뜨면 창문을 열면서 옮겨 심은 사과나무를 바라보았다. 옮겨 심은 첫날과 며칠 동안은 이파리가 시들시들했다. 아무쪼록 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계속 물을 주고 흙을 돋우어 주었더니 어느 때부터 이파리가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여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사과나무가 살아 있어 준 것만도 감사하여 행복했다. 생활하던 장소를 옮겨온 그 해의 사과나무는 몹시 몸살을 앓았는지 움이 트고 새싹은 돋았으나 꽃도 피지 않으니 열매도 없었다. 그다음 해는 몇 송이의 아름다운 꽃도 피고 조그맣게 열매도 몇 개 열어 사과나무임을 알려주었다. 사과가 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어느 날 보니 한 개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날아다니는 새들과 제 몸통만큼이나 커다란 꼬리를 가진 다람쥐들이나 밤에만 활동하는 짐승들이 먹었을 것이다. 올해는 열 개도 넘는 사과가 열렸다. 사과 한 개를 따서 먹으니 상긋한 향기와 맛이 후지사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보니 짐승들이 따먹고 새들이 쪼아먹고 세 개의 사과가 남아 있었다. 이 세 개의 사과들은 나뭇잎에 가려져 자세히 보아야만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세 개의 사과들은 나를 위해서 하늘이 선물로 주었나 보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했다.

 

  사과나무에 달린 세 개의 사과는 아침에 창문을 열면서 보면 나에게 희망을 주고 저녁에는 수은등 불빛과 조화를 이루어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그 기간이 겨우 며칠에 불과했다. 주말을 보내고 아침에 보니 사과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쉽기 그지없었다. 나는 사람이 직접 따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사과 세 개가 눈에 보이지 않아 곁으로 다가가 확인하면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화가 치밀러 올랐다. 누가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 사과를 따 갔을까. 혹시 사과를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그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이웃 사람이었을까. 나의 허락 없이 몰래 사과를 따간 사람이 몹시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누군가는 모르지만, 그 손에 저주를 퍼부었다. 내 생각은 온통 부정적인 악한 정서우주 속에서 분노와 추악함으로 들끓는 불행한 지옥이었다. 순간 나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의 생활 지혜가 떠오른 것이다. 나무 꼭대기 부분에 열린 과일들은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동물들의 먹이가 되도록 따지 말라고 하셨다. 또한,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서로 돕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하셨다. 나는 잃어버린 사과 세 개가 누군가에게 따먹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어서 좋다는 긍정적인 선한 생각으로 바꿨다.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니 나의 정서우주는 행복을 주는 천당으로 변했다.

  나는 잃어버린 세 개의 사과 탓에 생활의 지혜를 얻은 셈이다. 선함과 악함을 담은 선악과는 시공을 초월해 나의 심연에 언제나 존재한다. 선악과를 대할 때 내가 긍정적으로 선하게 생각하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천국이지만, 부정적으로 악하게 생각하면 불행하고 추악한 지옥이다. 내 평생 우주에 존재하는 축복과 저주를 품은 선악과를 대할 때 나는 어떤 정서를 취할 것인가.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선하게 대하는 아름다운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악한 생각이 들어도 선한 생각으로 바꾸는 지혜가 지상천국에서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선과 악의 사이에 필요한 생활의 지혜는 은혜를 사모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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