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만남

조회 수 512 추천 수 2 2024.03.08 20:14:20

북두칠성.jpg

 

                                               특별한 만남

 

                                                                                          정순옥

 

  특별한 만남이었다. 202324일 밤중에 만난 북두칠성은. 7개의 별이 국을 푸는 국자모양을 이루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북두칠성을 우리 집 지붕 위에서 또렷이 보았다.

  나는 북두칠성이 내 눈앞에서 또렷이 보이니 너무도 오묘하고 신기해, 꿈인가 환상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착시 현상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분명히 못별들 중에서도 선명하게 찬란한 북두칠성을, 지붕 위에 올라가 손을 길게 뻗으면 딸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에서 보았다. 나 혼자서 생애에 단 한 번 본 언제나 한 곳에만 있다는 영롱한 북두칠성을 보자마자, 나는 북두칠성을 바라보시면서 날마다 기도하시던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번쩍 생각났다. ‘~ 이 험난한 시간을 극복하라고 그 오래전에 북두칠성을 나의 가슴에 품게 하셨구나’,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또한, 고난을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보게 하신 창조주의 은혜에 저절로 경배가 올려졌다.

  아름다운 북두칠성과 특별히 만난 그 밤은 특별한 체험을 한 밤이었다. 세계적으로 뉴스거리가 된 서부 캘리포니아, 특히 내가 사는 지역에서 광풍과 폭우 정전이 되니 암흑의 시간이었고, 복구하는데 하루는 보통이고 몇 날이 걸린 지역도 있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그날 저녁 우리 집 거래지 앞 차 속에서 한밤을 새웠다. 아침에 교회에 가면서 내 열쇠와 핸드폰을 집안에 두고 갔다. 남편도 방 열쇠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갔다. 항상 차를 타고서 거래지 도어로 집안을 들락날락했는데 전기가 나갔으니 열 수가 없었다. 방문 열쇠만 있으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둘이 다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전기가 들어 오기만을 차 속에서 기다릴 수밖에.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세찬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다가 잠깐 멈춘 사이에, 나는 이웃에 사는 집사의 도어벨을 눌렀다. 이 지역에 몇 시간 채 정전이 되고 있는데 지금 복구작업을 하고 있으니 서너 시간이 걸릴 거라고 전기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집에 모실 수도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안절부절못한다. 한 시간 남짓한 곳에 사는 딸아이에게 전화해서 우리 집 열쇠를 가지고 오라 부탁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하루 전, 내 생일이라고 가족들이 함께 다녀갔는데 또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설령 연락되더라도 위험지역 교통마비로 올 수 없어 애타는 마음만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침묵으로 인내했다.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었다. 차 안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금식기도를 해 본 적이 없다. 조금만 배가 고파도 어지럽고 정신이 해롱거려서 한 끼 거르는 일도 나는 힘이 든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한 번도 금식기도를 한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차 속에서 금식기도 할 기회를 하나님이 주셨나 봐요.” 남편은 묵묵부답이다.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해도, 집에 들어가서 어제 딸네가 사온 갈비탕이나 설렁탕 먹고 싶다면서 지금 음식점들도 문을 닫았을 것, 이라고만 말했다.

  계속되는 광풍과 폭우소리로 자동차 속인데도 시끄러운 소리와 캄캄한 어둠 탓에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소리와 세찬 바람소리에 섞여 자동차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일까 했는데 수경 집사가 눈만 빼고 얼굴을 가린 채 우산을 쓰고서 음료수와 비상음식을 들고 왔다. 한참 있다가 또 담요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지만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지역 어느 곳이나 비상시여서 열쇠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었고, 계속해서 전기 복구작업이 조금씩 지연되니 호텔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전기 들어오기만 기다리다가 한밤을 차 속에서 금식기도 하면서 새웠다. 비상시에도 생리현상은 여전하여 폭풍과 폭우가 자동차를 후려치던 소리가 멎었을 때 나는 자동차 문을 열었다. ~~ 하늘에~ 북두칠성이. 나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래 몸의 균형을 잃을 뻔했다.

  내 눈 바로 앞 우리 집 지붕 위로 손을 뻗치면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북두칠성이 커다랗고 찬란하게 깜빡이고 있는 것이었다. 밤하늘엔 찬란한 별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 아름다워~. 나는 이 세상에서 그리도 아름답고 찬란하고 영롱한 보석을 본 적이 없다. 광풍과 폭우 정전, 내 실수 탓에 한밤을 차 속에서 보낸 그 밤중에 본 북두칠성처럼 아름다운 보석을.

  북두칠성과의 특별한 만남을 한 나는, 정화수를 떠 놓고 날마다 지극 정성으로 두 손을 비비던 어머니의 기도소리를 들었다. 날마다 새벽이면 꼬끼오~ 첫닭소리에 깨어나 하얀 소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물동이를 이고 동네 우물가로 가시던 어머니. 정화수 떠 놓고 장독대에서, 비나 눈이 오면 초가집 처마 밑에 지푸라기를 깔아 놓고서 북두칠성을 보면서 손을 비비대며 가족들과 지구촌의 평안을 기원하시던 어머니. 토속문화 속에서 사시던 기도의 어머니가 또렷하고 커다랗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북두칠성 속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는 듯했다. 가끔 부엌문을 열면 북쪽 하늘 저 멀리 보이는 북두칠성.

   나는 영롱한 북두칠성과 특별한 만남을 통해 사랑의 어머니 기도를 기억하게 해 주시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나를 에워싸고 있는 주님의 한량없는 은혜에 가슴이 울컥해졌다. 나는 이 시간에도 감사의 뜨거운 눈물이 내 뺨에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낀다.


홍마가

2024.04.02 16:51:15
*.146.245.11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순옥

2024.08.11 03:42:06
*.189.53.157

홍마가 시인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수필 쓰기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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