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밖으로 쫓겨나고 한때 종묘 퇴출 수모

조선왕조를 개창한 이성계에게는 정식 부인이 두 명이다. 첫 부인은 신의왕후(神懿王后) 한씨(韓氏)이니 그의 무덤은 제릉(齊陵)이라 해서 개성에 있다. 조선왕조 개국 한 해 전인 1391년 세상을 떠난 한씨는 사후에 왕비 대접을 받고 무덤 또한 왕릉급으로 격상한다.

조선왕조 실제 초대 왕비는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 1356~1396). 그의 무덤은 정릉(貞陵)이라 불리고 원래 도성 내 지금의 서울 중구 정동에 있었으니 정동이라는 현재의 지명은 이에서 비롯한다.

신덕왕후를 극진히 아낀 이성계는 그의 소생인 방석을 왕세자로 책봉(1392)하는가 하면 왕비가 죽자 지금의 정동에다가 능 자리를 크고 화려하게 조성하는 한편, 그 옆을 자기 묏자리로 점찍기도 했다. 이성계는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원찰인 흥천사를 세우도록 하고 이곳에서 정릉에 제를 올리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아침 수라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릉은 신의왕후 한씨 아들인 이방원이 태종으로 즉위(1400)하고 상왕으로 있던 이성계조차 1408년 승하한 이듬해 도성 안에 무덤이 있을 수 없다 해서 성북구 소재 지금의 자리로 내몰리는가 하면 규모 역시 현격히 축소됐다.

정자각은 뜯어서 그 건축 부재는 중국 사신단을 영접하는 국립호텔격인 태평관을 짓는데다가 썼고, 청계천 광통교가 홍수에 무너지자 정릉 병풍석을 다리 복구에 사용한 일도 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종묘에서도 신주가 빠지는 수모를 겪었다.

폐허처럼 방치되던 정릉을 정식 왕릉에 편입하고 신주 또한 종묘에 모셔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가 1669년(현종 10)에 가서야 송시열 등의 주도로 비로소 능이 정비되고, 종묘에 들었다.

대한제국 시대인 1899년에는 신덕고황후로 추존되고 이듬해에는 재실을 지었다. 하지만 재실은 초석만 남긴 채 1960년대 멸실됐다. 재실(齋室)이란 제사를 준비하는 곳을 말한다.

이런 정릉 재실이 복원됐다.

조선왕릉관리소(소장 김정남)는 3년에 걸쳐 복원한 정릉 재실을 오는 25일 일반에 공개한다.

이날 오전 10시 현장에서는 나선화 문화재청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기념행사가 있다.

문화재청은 2009년 정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능제(陵制) 복원 차원에서 재실을 복원키로 하고 2012년에는 그 터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1788년 발간된 춘관통고(春官通考)라는 기록과 일치하는 6칸 규모의 재실터와 건물 배치 등을 확인했다.

이번에 복원한 재실은 이런 기록과 발굴조사를 토대로 했다. 재실 본채와 제기를 보관하는 창고인 제기고, 행랑, 협문(3개소)과 담장 등을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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