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절규'에 대한 진실

조회 수 18754 추천 수 1 2015.08.31 08:25:23

 

뭉크.jpg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는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 손을 탄 일로도 유명하다. 같은 작품은 아니었다. 뭉크는 파스텔화 두 점(1893,1895년)과 유화 두 점(1893년, 1910년) 등 석판화를 빼고도 모두 4 점의 ‘절규’ 연작을 남겼다. 94년 도난 당한 작품은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있던 1893년작 유화였고, 04년 강탈당한 작품은 오슬로 뭉크 미술관의 1910년작 유화(사진)였다.

 

‘절규’의 도난ㆍ강도 피해는 또 사건들 자체보다 각 사건의 정황과 사연으로 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세계적 명화 도난 사건 답지 않게, 94년의 범인들은 사다리로 담을 올라 창문을 깨고 그림을 걷어갔다. 범인들이 현장에 메모 -Thanks for the poor security-를 남기기까지 했다는 건, 허술한 보안을 조롱하기 위해 누군가 지어낸 얘기일 테지만, 범인들의 진심이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범인들은 석 달 뒤 체포됐고, 그림은 무사히 돌아왔다.

2004년 8월 사건도 백주 대낮에 어이없게 빚어졌다. 복면 무장괴한 두 명이 뭉크미술관에 난입, 경비원을 제압한 뒤 관람객들 앞에서 ‘절규’와 ‘마돈나’를 빨래 걷듯 걷어 대기 중이던 공범의 아우디 A6를 타고 도주한 거였다. 짐작하듯, ‘절규’는 고가의 그림이다.

노르웨이 부동산 개발업자 피터 올슨이 가지고 있던 1895년작 파스텔화는 2012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1억2,000만 달러에 팔렸다. 뭉크미술관의 ‘절규’ 등은 특별한 보안장치 없이 강선으로 벽에 걸려 있었고, 범인들은 펜치 하나 없이 작품을 잡아 당겨 뜯어 갔다. 후드티에 복면은 썼지만 그들은 CCTV에 정면으로 얼굴까지 남겼다.

범인들은 금세 잡혀 2006년 4~8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하지만 그림들이 회수된 것은 2006년 오늘(8월 31일)이었다. 그날 오슬로 경찰은 “성공적인 작전을 통해 오늘 오후 그림이 우리 수중에 들어왔다. 그림 회수와 관련해 어떠한 보상도 지불된 바 없다”고 발표했다. 보상뿐 아니라 단 한 명의 ‘제3의 연루자’도 체포되지 않았다.

2004년 4월 노르웨이 스타방게르 은행강도 사건을 벌인 갱단이 경찰 수사를 따돌리기 위해 벌인 ‘연극’이었다는 설, 갱단 두목이 체포된 뒤 그림 행방을 두고 양형 거래를 했다는 설 등이 꽤 설득력 있게 떠돌았지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 두목 데이비드 토스카는 19년 형을 받고 수감됐으니, 연극이었든 거래를 했든, 별 재미는 못 본 셈이다. 대신 ‘절규’는 절규할 만한 사연 하나를 더 얻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CDC) 강조하는 코로나91 증상과 주의 사항 file 웹담당관리자 2020-03-15 7614 3
공지 문예진흥원에서의 <한미문단> 지원금과 강정실에 대한 의혹 file [6] 강정실 2017-12-15 29726 12
공지 2017년 <한미문단> 행사를 끝내고 나서 file [5] 강정실 2017-12-14 27302 7
공지 미주 한국문인협회에 대하여 질문드립니다 file [9] 홍마가 2016-07-08 47341 12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안내 웹관리자 2014-09-27 44008 5
2075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2) file 이병호 2015-07-27 20800 1
2074 르 코르뷔지에(1887~1965)..시처럼 아름다운 건축을 열망했던 도시계획가 제봉주 2015-02-01 20241 1
2073 한복화가 김정현 file 석송 2015-03-19 20107 1
2072 화성 지하에 '거대 빙하'..물의 기원 담은 타임캡슐 file 이숙이 2015-04-18 20000 3
2071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홀리데이 석송 2015-05-12 19629 1
2070 다이아몬드 file [1] 오애숙 2015-01-10 19497 1
2069 무궁화 꽃이 아니라 무우게 꽃이라고 file [6] 서용덕 2016-07-15 19391 1
2068 피카소는 왜 황소를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그랬을까 웹관리자 2016-01-02 19106 1
2067 LA 대기오염 전국 최악수준 file 석송 2015-04-08 18780 7
» 뭉크의 '절규'에 대한 진실 file 석송 2015-08-31 18754 1
2065 사진작가가 담은 수영장 속의 강아지들 file 정덕수 2015-02-15 18702 1
2064 제주도 똥돼지 file [1] 이숙이 2015-01-26 18402 2
2063 65세 이상 한인들, 한미 국적 동시 보유 혜택 file [2] 정덕수 2015-01-25 18309 2
2062 71억짜리 세계서 가장 비싼 사진 ‘팬텀’ file [1] 강정실 2014-12-12 18213 5
2061 영화배우 김희라 file 강정실 2014-11-02 17915 1
2060 색채로 영적 감동…‘마크 로스코’ 한국 나들이 file [1] 강정실 2015-03-17 17724 3
2059 윤두서 자화상 file 지상문 2014-12-21 17716 2
2058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1] 제봉주 2015-02-14 17539 2
2057 글 읽는 개 [1] 강정실 2015-03-13 17464 2
2056 브라운관 속 스타에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 file 웹관리자 2016-04-09 1737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