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 시인

조회 수 343 추천 수 2 2024.08.29 08:20:52

 

 

                      자연과 동화된 삶과 그리움의 노래

                      -김용섭의 제1시집 오솔길 정원

 

 

                                                                                          김 전(시인, 문학평론가)

 

 Ⅰ.들어가기  

  일찍이 ‘C.D 루이스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인이었다.’는 역설적 의미를 피력한 적이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소리가 고통소리거나 기쁨의 소리거나 감정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라는 것은 정서의 표출이라는 뜻이다. 워즈위스나 윈체스터 등 많은 사람들도 인생을 해석할 땐 감정 즉 정서를 언급했다.

시의 구성요소 중에서 상상력을 가장 중요시 한다. 창조적 상상력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이를 적절히 결합시킨 것이다. 오솔길 정원에서도 작가의 독창적 정서가 표출됐으며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집에서의 제재는 유년의 추억에서 좋은 작품을 건져 올리고 있다. 또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원형적인 정서를 나타내어 독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德松 김용섭 시인의 작품은 쉽게 읽히면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경험의 공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억의 강물 속에서 함께 수영을 하게 된다.

김용섭의 첫 시집 오솔길 정원을 함께 사유하면서 감동과 공감을 향유해 보자.

 

  Ⅱ. 사유의 숲 속에서

  1) 유년의 강물에서

 인생살이에서 주마등처럼 흘러가 버린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특히 시골에서 물장구 치고 검정고무신 신고 가난도 넉넉함으로 알고 서로를 아끼던 시절이 있었다. 감자가 익어가고 산딸기가 입안을 촉촉이 적시는 시를 음미해 보자

 

시간은 그대로 흐르고 가는데 천천히 가고 싶네

뻐꾸기 목청 쉴 때 산딸기 익어가고

 

덜 여문 감자 깨어 둥근 바구니에 담아

달챙이* 긁던 누님

우물가 봉선화가 쳐다보았었지

감자 씻어 삶던 냄새가 그립다

 

오늘 아침부터 시누이에게 산딸기 한움큼 따서 보낸다니

왜 이다지 딸기 따는 내 손도 빨라질까

마음이 고맙다

손끝마저 빠알갛게 익어가고

감자 익어가는 향까지 붉게 물든다

딸기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코끝을 촉촉이 적신다

산딸기 따라 내 얼굴도 붉어진다

-심사(心思) 전문

 

  여기에서 중심 소재는 뻐꾸기, 산딸기, 감자, 봉선화가 시골의 맛을 듬뿍 담아오고 있다. 뻐꾸기 목청으로 산딸기 익어간다는 인과적 묘사가 재미있다. 후각적 감각과 시각적 묘사의 정서로 이 작품이 구축되어 있다. 산딸기 따라 말갛게 익어가고 감자 익어가는 향까지 붉게 물든다고 하였다. 산딸기와 내 얼굴도 붉어진다.에서 물아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향토적이다. 유년의 꿈이 작가의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도 사랑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국밥은 장터에서나 초등학교 운동회 때 맛보던 향수의 맛이다.

 

많은 식구

큰 가마솥

찾아온 때마다 짓눌린 걱정

 

넉넉한 물

짭짜란 소금 김치 몇 포기 숭성 숭성

식은 보리밥 대충대충

 

솥의 주인은 김치

솥은 김치에게 주인 자리 내어주고

아궁이 바알간 불

따끈한 사랑으로 주린 배 달랜다

 

코끝에 풍기는 국밥 냄새

어머니 냄새

사발 양푼에 담긴 가족의 냄새가 그립다

입안에 어머니의 사랑이 고인다

-국밥전문

 

  오늘날 핵가족 시대에는 이런 맛을 볼 수 없다. 대가족 시대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의 국밥이다. 끼니때마다 걱정을 해야 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묘사하였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짭짜란 소금 김치, 보리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고 국밥을 함께 먹던 가족의 냄새가 그립다. 한마디로 사랑의 국밥이다. 인정이 넘치는 그 때의 모습을 영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즈음은 부족함이 없는 풍족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때를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족애의 따듯한 사랑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내기 농군 손길 바삐 움직이고

뻐꾸기 재촉하누나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허리 펴며 돌린 고개

 

광주리 담긴 정성 탁주 대접 보이네

 

뻐꾸기 오늘인데 그 옛날 그리운 정 보고 싶네

광주리 담긴 사연 고봉밥만큼 그립네

황새 부부 기웃대고

뜸부기 엿보네

토끼풀 잔디 위 펼쳐진 흐뭇한 인정 푸짐도 하제

-광주리전문

 

  농촌에서는 일을 하면 새참을 먹는다. 이는 일하다가 식사 사이에 탁주와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을 말한다. 새참 시간은 음식 외에도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더욱 즐겁다. 여기서 새참을 담아온 광주리는 정으로 대체된다. 이 시에서 광주리를 정으로 환치시킨 점은 시적이다. ‘광주리에 담긴 사연 고봉밥만큼 그립네.’에서는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낯설기 기법으로 나타내어 시적미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깊은 사유에서 나온 체험의 작품들이다.

작품마다 사랑이 담겨져 있다. 이 밖에도 흐른 세월⌟⌜ 딸기⌟⌜산촌 이야기⌟ ⌜그래도등에서도 싱싱한 유년의 추억을 건지고 있다.

 

  2)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도 있다. 여우도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한다. 그러니 고향에 대한 정서를 표출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김용섭의 작품 속에는 많은 작품들이 고향의 향수를 묘사하고 있다.

 

찬란한 영광 이룬

물길 긴 골짜기 굽이굽이 섬진 300리 금강 300

물총새 제비 잠자리 물춤 추는 곳

싱그러운 풀

생동감 있는 나무

참선하는 바위

 

솟은 산 휘도는 맑은 구름

아름다운 햇살

상큼한 바람

선비 열녀 충신 충효의 산실

 

빼어 닮은 드높은 기상

벅찬 긍지

멋진 자부심

사랑 깃든 인심

청정 먹을거리

변절 없는 인간미

 

산도 물도 바람도 구름도 햇살도 인정도

잘 있어 줘서 고마워요

-고향 예찬전문

 

  시인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북 장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물총새, 제비, 잠자리, 나무, 바위, , 물 등 자연 속에서 열녀와 충신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라고 했다. 자연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도 나타내었다. 자연과 동화 되어 살아가는 삶을 제시하였다. 마지막 연에서 산도 물도 바람도 구름도 햇살도 인정도 잘 있어 줘서 고마워요에서 변함없는 자연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담아 대미(大尾)를 장식하고 있다

 

용마산 기슭

아카시아 향 그리울 적

뻐꾸기 울음 듣고 싶기도 하겠지

 

이별의 아쉬움 때문에

추억의 둥지를 품고

마음짐 버리고

어깨짐 버리고

개구리 소리 듣는 것

맑은 바람 소리 듣는 것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단순하게 사는 것

자연을 닮아 사는 것

새로운 길 알려주고

새로운 자연의 멋 주는 것

보물을 찾는 것 아닌

 

시골에 산다는 것은

마음짐 버리고

어깨짐 버리고

골담초*되어 사는 것

-귀향(歸鄕)전문

 

  귀향에서도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자연과 벗 삼아 살고 싶은 시적자아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아카시아 개구리 소리’ ‘맑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닮아 가고 싶다는 시적자아의 바램이 이 작품의 주제를 만들고 있다. 수구초심의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옛날 선비들이 낙향하여 자연과 벗 삼으며 학문을 연구하고 거닐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음짐 버리고 어깨짐 버리고 골담초 되어 사는 것으로 마지막 연을 맺고 있다. 골담초는 식물이다. 자연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다.

 

고향집 우물가에 자리한 봉숭아

통통 물이 올라 살이 쪘다

긴 여름을 재촉한다

손톱에 물들이기 한철을 맞이한다

꽃과 잎을 송송 몽글게 찧어 백반과 조합한다

손톱마다에 덧붙여 올리고

밖으로 새어나지 못하게 칭칭 동여매고

하룻밤을 새고 난다

조심조심 드러나는 손가락 서로 보며

웃음 짓던 봉선화 우애

머언 시절을 가슴에 담아본다

예쁘고 곱게 물든 우애 그 손톱 그대로일까

-봉숭아전문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이던 체험을 시로 승화 시켰다. 봉숭아는 봉선이라는 여자가 임금님을 위하여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가야금 연주를 하여 임금님을 기쁘게 해 드렸다. 그러나 그녀는 몹쓸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 후 그녀의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봉숭아다. 그래서 사람들은 봉선의 따듯한 충성심을 기리기 위하여 손톱마다 물을 들였다는 애달픈 전설이 있다. 친구에게 서로 봉숭아물을 들여 주는 우정을 아련한 추억으로 나타내어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손톱에 물든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다면 첫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외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작품으로 귀향⌟ ⌜고향⌟ ⌜장마당⌟ ⌜들마루 풍경에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3) 삶의 여울목에서

시는 정서의 표출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표출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응축하고 비유하고 정서를 감각화 시켜 시적 미감을 높여야 한다. 삶이란 고달프지만 의미 있는 일이 많다. 시인은 사소한 삶일 지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고 시적 재료로 이용해야 한다. 훈훈한 사랑이 넘치는 작품들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강설이 흩고 지나가

산바람 일고 더 추웠다

어린 병아리들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내 아버지는 발간 화로를 들고 들어오셨다

주위에 모여앉아 어린 손을 비벼대니 볼이 불그스레하다

 

비록 오늘은 오는 이 없지만

기다림 있어 오는 길 기웃대니 들바람 눈보라 세차다

부지깽이 휘휘 저어 화로에 불을 담아

불을 쬐어보며 그 옛날을 그려본다

애간장마저 태우고 있건만 그리움이 빈 가슴을 적신다

-전문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추위와 화로는 상반되는 시어이다. 들바람 눈보라의 극한 속에서 느끼는 아버지의 사랑을 에둘러 묘사하고 있다. 수필은 직선이고 시는 곡선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화로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환치 시켜놓았다. 병아리는 자식들을 비유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애간장마저 태우고 있건만 그리움이 빈 가슴을 적신다.‘에서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시의 맛과 멋을 느끼게 한다.

 

어서 가자고

귀뚜리는 더욱

어머니의 그리움으로 세상살이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살았던 세상을 살고 있다

 

누에의 어머니 뽕잎

뽕잎을 먹고 자라고

뽕잎에 비치는 햇살이 그리움 끈 되어

뽕잎 먹여 자식 뒷바라지하던 그림을 만나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한 그림

 

하얀 속을 드러내는 박속처럼 어머니는 흰 머리 되어

그 멀은 설음을 어찌 가셨나요

나는 어머니의 그리움을 닮은

엄마 호박처럼 살고 싶다

 

방 한쪽 윗목엔 호박이 자리하고

포근한 함박눈이 유난히 많은 곳이었다

눈길을 만들며 이웃 간 서로 만나 인사 나누던

그만큼 배품이 푸짐했었지

 

그날을 더욱 그립게 한다

눈을 쓸면서 성실함과 근면함을 배웠던 시절

 

여기 그 날 되어 어머니와 함께한 눈이 쌓인다

 

오늘 눈 내리는 도심에서

나의 길을 쓸어내리는 사람이 없어

빌딩 사이 바람마저 차갑다

-산초(山草)전문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귀뚜리는 시적자아이다. 누에를 먹여 자식을 키우신 어머니, 박속처럼 속을 비우고 흰머리 날리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의 성품을 호박에 비유하고 있다. 호박은 둥글고 서민적이다. 어머니와 함께한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오늘의 현실은 각박하다. 현실을 빌딩, 바람으로 나타내어 푸근했던 과거의 삶에 차가운 현실을 대조시켜 놓았다. 산업화로 지금은 잘 살고 있으나 이웃 간의 소통과 정이 넘치는 그 때 그 시절의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다. 산초를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의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친구

어느 더운 여름날

매미마저 목마름을 달래고픈 날

목소리도 쉬었네

쉰 막걸리 냄새 찾아

주막에 엉거주춤 서서

사발에 푹 퍼준

새끼손가락 휘휘 저어

엄지 담가 끌어 올려

사발 입술에 입맞춤하지

손등으로 입술 닦는 즐거움이여

쉰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 찾아

소리 찾아 함께 또 가고 싶네

친구여 낡고 시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그날은 잊고 살았네

그날이 다시 온다면.

-<탁주> 전문

 

  이 작품도 체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체험과 상상을 동원하여 친구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매미마저 목마름을 달래고픈 날에서 목마름을 감각적 이미지로 나타내었다. 옛날 주막집에서 탁주를 마시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탁주는 서민적인 술이다. 친구와 소통하면서 마시는 막걸리 맛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탁주를 마시면서 친구를 생각하는 시적자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인간적이고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잘 묘사하였다. 시는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런 작품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이 소록소록 돋아나는 작품이다.

 

가까이 보니 욕심 욕망이었다

빨리 뛰며 숨 가쁘게 걸었다

급한 세월은 빨리 지나갔다

빠른 인생길은 좁은 길만 보였다

주변의 모습을 느리게 걸으며 볼 수 없었다

멀리서 보니 두고두고 읽는 책장 넘기는 소리였다

 

삶은

봄 묵정밭 뒹군 나숭개

여름 도라지밭의 노오란 참외

가을 단풍 깻잎향

겨울 수북이 소근소근 소리 없이 쌓인 눈

 

삶은

가까이서 본 욕망

멀리서 본 두고두고 본 흑백사진 한 장

두고두고 읽는 책장 넘기는 소리

문고리 잡고 나와 본 세상은 하이얀 도화지 이야기

-삶이란

 

삶이란 지나고 보면 허무하다. 무수히 빠른 시간으로 흘러버린 시간, 평생 동안 교직에 근무하면서 삶을 관조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삶의 묵정밭을 일구면서 봄에는 나숭개, 여름에는 노오란 참외, 가을에는 단풍 깻잎향, 겨울에는 눈을 통해 삶을 그리고 있다, 욕망 속에서 흑백사진처럼, 지나온 삶의 모습은 한 장의 사진에 불과하다. 감각적 묘사로서 삶을 구체화 시켜놓았다. 시적 상상력과 사유를 통해서 한편의 그림 같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4) 사랑의 길목에서

  정서의 표출이 시라면 그 중에서도 사랑이 으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많이 하고 있다. 순수한 사랑은 진주보다 더 빛난다.

 

언제 피나 감꽃

감 또개꾀어 목에 걸어

잠긴 순정 첫 단추 풀던

풋사랑 뭉글뭉글

피어오르던 시절

 

입안에 든 감꽃 순정이

떨떠름합니다

 

감꽃 피는 그날이 그립습니다

두 번째 단추도 풀어

사랑하고 싶습니다

-감꽃전문

 

  감나무 밑에서 감꽃을 실에 꿰어 감꽃 목걸이를 걸어준 소녀에게 걸어주는 순수한 사랑이다. 배고픈 시절, 감꽃은 허기를 채워주는 먹거리였던 시절이 있었다. 떨떠름한 맛이지만 맛있게 먹었다. 감또개를(감을 쪼개서 말린 것) 목에 걸어주던 순수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솜털 같은 순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진하게 배어 있는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연 두 번째 단추도 풀어 사랑하고 싶습니다.’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주는 이런 작품이야 말로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사랑을 상징하는 꽃들을 나타내면서 감각적 이미지화에 성공하고 있다.

 

해맑은 미소 짓는 오이꽃

청순한 여인 가지꽃

만인의 사랑 호박꽃

백지사랑 박꽃

순수한 순정 도라지꽃

임 그리는 달 달맞이꽃

초롱별 닮은 토마토꽃

금니 숨긴 수염옥수수

그녀 입술 닮은 앵두

하트사랑 자두

풋 사연 실은 풋사과

노란 병아리 골담초

붉은 사랑 담은 산수유

넓고 푸짐한 사랑 접시꽃

자주감자 닮은 감자꽃

백년사랑 목매인 토란꽃

첫사랑 목걸이 감꽃

-순정전문

 

  이 작품은 창조적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작품을 직조(織造)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 가지 꽃들에게 의미부여를 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었다. 여기에 나타나는 꽃은 12종이다. 꽃의 유사성과 특징을 잡아서 재미있게 나타내었다. 색깔, 모양, 쓰임, 뜻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내었다. 시는 이름 짓기이다. 시인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는 이미지들은 시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극한 상황 속에서 진정한 아내의 사랑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작품에서 순수함과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잘 다녀와요

눈가 촉촉이 적신 맺힌 물방울

내미는 손 잡아준 값진 사랑

그 체온

그 정성

사랑을 품고

 

하얀 침대 강한 원색 큰 조명

숨 고르기 10

 

눈을 떴다

흰 실개천 따라 흘러 이어져

온혈관 돌고 돌아

넘나드는 생명수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가보지 못한 세상 길

생명선 뛰는 그래프

어서 가고 싶다

보고 싶다

노오랑 민들레 피어 노는 날

뻐꾸기 긴 목청 산울림 남겼지

자운영 물결 이는 뫼산리 논두렁

호밋자루 들어보니 그날이 피어오른다

오가피 가시 돋아난 밭 모퉁이

아내가 잎 따서 담았지

아카시아 향기 들녘에 드는 날이었지

-진심전문

 

  한평생 살아온 아내는 반려자요 친구요 간호사이다. 극한 상황에서 아내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낀 정서를 시로 나타내었다. 아내가 잡아준 손의 체온, 정성, 사랑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의 사랑이다. 여기서 민들레, 뻐꾸기, 자운영, 뫼산리, 논두렁, 호밋자루, 오가피, 아카시아 등의 시어를 통하여 잊혀지지 않는 사랑을 나타내었다. 시적자아가 자란 환경적 배경은 전원적이다.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영원한 고향이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서경적이다. 행간마다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다. 시는 시인의 성정(性情)에서 나온다. 아름다운 마음에서 아름다운 시를 창작할 수 있다. 삶 자체가 사랑이다.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행복이다.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삶을 느끼면서

진한 땀방울 맺히는 영()을 넘어

서로 엉켜 익어가는 세월

어느덧 옆을 보니 찬바람만 잔잔히 일고

솜사탕 닮은 몽근 눈 뿌려주는 여기 와 있네

하지만 앙상한 가지에 쌓인 눈 녹아 고인

고로쇠 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있네

 

살구 꽃 사랑

앞만 보고 가다가

어느 날 뒤 돌아보니

벌써 여기까지 와있네

 

열매 맺자고 아파하고 목말라 하고

향기를 주고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랑을 나누고 있네

-열매전문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팍팍할지라도 사랑이 있으면 아름다운 세상이다.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3연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1연에서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찬바람 불고 눈 오고 시련 속에서도 세월은 흘러간다는 것을 묘사했다. 2연에서 사랑으로 앞만 보다가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3연은 성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사랑의 실천을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사랑 속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여기서 열매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德松 김용섭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다. 은유적인 표현과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Ⅲ.나가기

  德松 김용섭 시인의 첫시집 오솔길 정원은 삶에서 우러나온 경험의 작품이다. 자연과 동화된 그리움의 얼굴들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김용섭 시인의 작품은 체험을 통한 작품으로 독자들에 감동과 공감을 준다. 그의 작품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유년의 추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에 대한 효도, 삶의 모습들을 한편의 영상으로 나타내고 있다. 둘째, 감각적 이미지화를 통하여 시적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셋째,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넷째, 창조적 상징으로 시의 새로운 의미부여에 성공하고 있다. 자연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다양한 모습으로 환치되어 환한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성품은 긍정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된장 뚝배기 같이 구수하고 열무김치 같이 얼큰한 맛이다.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작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감동과 공감으로 다가온다.

오솔길 정원의 첫시집 발간을 축하한다. 이 작품집이 앞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집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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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1986[현대시조]에 천료, 1992[시시계]에 시, 월간 [문학세계]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하였다. 2020한국국보문학심사위원장 한국문학신문사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및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국보문인협회 정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이며 영남시조문학회 회장, 대구시조시인협회 이사, 현대시조문학회 이사, 글모임 문세 동인 창립 및 고문을 역임했다. 1990년 동명고 교사 선주고 교감 구미옥계중 교장 정년퇴임하였고 황조근정 훈장을 수훈했다. 문학세계문학상(시조)대상 현대시조 문학상, 추강시조 문학상, 한국문학세상 문학상(시조) 대상 외 다수를 받았으며 시집 겨울분재,허공을 휘젓는 사랑이여, 사랑초, 평설집 영혼을 울리는 잔잔한 목소리를 찾아서,시인의 가슴에 화장을 해주고 싶었다, 강물 속에 흐르는 진실의 목소리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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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박영철 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4-01 298 3
119 오순자 문학평론가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3-01 379 1
118 배우식 시조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2-01 397 1
117 문제완 시조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4-01-01 357 1
116 김남규 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3-12-01 347 1
115 송복련 평론가 file 웹담당관리자 2023-11-01 228 1
114 정복성 수필가 file 웹담당관리자 2023-10-01 2162 3
113 이택화 평론가 file 웹담당관리자 2023-09-01 965 2
112 김광진 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3-08-01 386 1
111 강태기 시인 file 웹담당관리자 2023-07-01 522 1
110 김준호 제4시집 <시인의 예수> file 웹담당관리자 2023-06-01 1086 3
109 이택화 문학평론가 file 강정실 2023-05-01 394 1